제15회 대구연극제, 향토연극인의 무대예술 한마당
영남일보 1998년 4월 3일 이영란 기자
대구연극계가 창작열기로 불타고 있다.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5회 대구연극제를 앞두고 4개의 참가 극단이 일제히 마무리 연습에 돌입, 무대위의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을 준 비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대구연극제는 모처럼 대극장 공연으로 치러져 지역극단의 제작능력과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 로 보인다. 또 대구연극인 중 절반이상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지역 연극인의 축제 한마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참가작은 극단 연인무대의 '종로고양이' (조광화작.이국희연출),극단 예 전의 '단발령' (박철작.김태석연출), 극단 은세계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최인훈작.이남기연출), 극단HMC의 '꿈꾸는 기차' (김정숙작.이구 학연출) 등 4편. 단막극은 배제되고 한국창작극만 공연되는 것도 특징이다.
심사위원은 박상근(남산여고 교사.연출).김삼일(KS대구방송국 취재부장. 연출).원명수(계명대 국문과교수.평론).최현묵(극작가.희곡).장진호씨 (대 경전문대 교수.연출)등 5명. 대상, 연출상, 무대미술상, 연기상, 신인연기 상이 시상되고 대상을 받은 극단은 전남 순천에서 열리는 전국연극제에 대 구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봄꽃 향기 속에서 대구연극인들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을 대구연극제 참 가작들을 소개한다.
* 종로고양이
어느 한적한 시골 구멍가게, 황혼이 내리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도시의 불빛사이를 누비는 사람들은 또 무엇때문에 달리고 있는지. 여러사 람의 삶의 방식을 통해 현대인의 잃어버린 모습을 찾아보려는 작품.
석달전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한 화가 이두성. 자신이 인수한 종로의 낡 은 찻집에서 인터뷰를 하며 기억속에 남아 있는 종삼을 떠올린다. 그때 마 침 길거리 싸움판에서 다친 중년남자가 들어온다. 그 남자가 이두성이 그 리워하던 두 남자중의 한 사람인 김시부란 것을 확인하고 13년전의 종로를 회상한다.
13년전 몸을 팔던 홍삼화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아픈 이야기가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성민.김종련.김은환.이홍기.김현희.구주완.한기웅. 김현숙 등 출연. (연인무대.8,9일 대백프라자 예술극장)
* 단발령
개화파인 김홍집 내각은 일본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장악, 개혁정치를 시 작한다. 그 첫번째 조치가 단발령. 개혁파에서는 복식과 의관제도를 과감 하게 고치려 하지만, 유생을 중심으로 이에 항의하는 백성들이 의병을 일 으킨다.
이 와중에 양화진으로 가던 신임군수는 그곳의 유생과 백성들에게 몰매 를 맞고 쫓겨나 외딴 곳에 임시 동헌을 만들어 친위대를 기다리면서 백 성을 괴롭힌다. 이 난리통에 한 보부상은 주막에서 돈과 짐을 도난당하고 관가에 고하지만, 오히려 상투를 잘리는 등 횡포를 당해 의병에 합류한다. 그러나 남편을 찾아나선 보부상의 아내는 우여곡절끝에 관기로 팔려가 고...
지금 한국민은 단발령이 있었던 그 시기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 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는 외세를 배척해도 살 수 있었지만, 이제 외국을 배척해서는 살 수 없다. 과거를 들추어보면서 오늘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정철원.장효진.서영우.김종석.백수경. 서현성.황규태.신도환.김재권.박경수.윤영만.박준석 등 출연.(극단예전.10 일 오후 5시,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무수한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다룬 작품. 깊은 산속에서 노모와 살아가는 온달은 어느 날 동굴속에서 여자로 변신한 천년 묵은 구렁이와 결혼하는 꿈을 꾼다. 이 꿈은 평강공주와의 결혼을 의미하 는 현몽으로 받아들여지고. 한편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공주는 스님의 도움 으로 절에 들어가 온달을 만나, 운명적으로 결혼하게 된다.
10년뒤 공주의 도움으로 장군이 된 온달. 전쟁에서 승리하지만, 권력다 툼의 희생양이 되어 부하들에게 암살당하고, 영혼으로 평강공주에게 나타 나 원수를 갚아달라고 하지만, 공주 역시 적대세력에게 죽음을 맞는다.
시대적 배경은 고구려이지만, 인연의 고리를 통해 느껴지는 인간의 운명 을 감동적으로 표현한다. 허세정.최주환.손성호.김미향.장대환.손민수.윤 완중.전경주.김지연.정순동.박재완.박정훈 등 출연. (극단 은세계.11일 오 후 5시,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
* 꿈꾸는 기차
늙은 분이가 누군가를 찾는 듯 지나가고 나면 비무장 지대에 있는 장단 역에 늙은 현일이 나타나 기관차를 마주보며 회상에 젖는다.시간은 바뀌어 젊은 현일의 철도학교 시절. 현일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인 선생으로 부터 인간적인 모욕을 당하지만, 기관사가 되겠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분이와의 사랑은 이런 현일의 희망을 더욱 강하게 하지만, 분이는 정신 대로 끌려가고 만다. 해방이 되었지만,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분이와 유민 들. 민중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또다시 6.25전쟁을 겪는다. 남북을 달리던 기차는 멈추고,현일은 그 기차를 움직여 통일된 조국, 진정으로 해 방된 조국을 이루고자 달려간다. 그때 이미 쇄잔해진 분이는 현일과의 순 수했던 사랑을 그리며 철로변에서 한 많은 삶을 마감한다.
무대를 이분적으로 분할, 남북분단을 상징하였고, 기차를 무대중앙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 기차로 대변되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나타냈다. 쉽고 편안한 연극을 지향하면서도 우리 민족의 진정한 해방 혹은 꿈은 무 엇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김종대.박상희.성혜경.이수진.김현 규.백정아.류문환.김성진.백선우.안효선.김동완 등 출연. (극단 HMC.12,13 일 오후 5시,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