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악회 등산학교 2003년도 엘브루즈 등정 일지

[김 영철]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2003년도 엘브루즈 등정 일지

(2003년 8월 10일 - 2003년 8월 20일)


엘브루즈 전원등정의 쾌거 !!

러시아를 지평선의 국가라고 한다. 그만큼 광활한 평지가 대부분인 나라에 유럽의 최고봉이 있다고 생각 하는 일반인은 드물다.
카스피해에 접한 독립국가 연합의 아제르바이젠 공화국 수도 바쿠에서 흑해를 향해 뻗어 있는 코카서스 산맥 ( 러시아인들은 카프카스 산맥이라 부름)의 주봉이 바로 유럽의 최고봉인 엘브루즈(5642 m)인 것이다. 중부유럽의 최고봉이 몽블랑이라면 전 유럽을 통틀어 엘브루즈가 유럽의 최고봉 이라고 할 수 있다. 엘브루즈를 중심으로 중앙 코카서스 지역에는 카즈벡(5,047 m), 시하라(5,000 m), 디치타우(5,198 m), 코시탄타우(5,159 m)등 5,000 m급 봉우리가 여러 개 모여 있으며 흑해를 향해 1,500 Km의 길이로 뻗어있는 코카서스 산맥은 동서양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 1 일 째 > 2003년 8월 10일 (일요일)

한국산악회 등산학교 동문들의 연례행사중 하나로 금년에도 해외 산행지를 유럽의 최고봉인 엘브루즈로 정하고 금년 6월부터 매주 주말 합동산행을 통하여 친목과 산행능력 향상을 도모하며 착실히 등정을 준비 해온 우리 원정대 14명은 드디어 2003년 8월 10일 오전 11시까지 인천국제공항 G코너에 어김없이 모여 들었다. 유럽의 최고봉 엘브루즈에 오르기 위한 그 출발선 상에 모인 것이다.

어제 모친의 삼우제를 모시고 누적된 피로를 안은 채 초췌 해진 얼굴로 달려온 등반대장 류 병문님에게 대원들의 인사가 오가는 중에도 히말라야 여행사의 최영국 사장의 출국수속은 진행되어 화물들을 부치고 오후 12시 50분 발 AEROFLOT 러시아 항공에 몸을 싣고 드디어 장도에 올랐다. 오후 1시에 이륙하였으니 10분정도 연발된 셈이다.

대원들 대부분 고산등반의 경험이 있는 분들이어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고는 하나 이번 산행의 최대의 문제점인 고산증세의 극복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만큼 음주의 자제 등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 홍건, 이 양근, 황 청사, 조 병욱, 김 영철, 류 병문 이 창기, 김 영범, 김 호택, 김 영호,
최 덕심, 장 도희, 강 진옥, 강 경원대원 등 이상의 14명은 연령도 30대에서 60대 까지 다양 하고 사회활동 분야도 모두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 되었지만 오로지 자연과 산을 사랑하는 일치된 마음이 있으므로 서로를 믿고 장도에 오를 수 있었다.

창 밖으로 보이는 한없는 초원과 지평선, 구름위에 있는 또 다른 구름들, 구름 아래 푸른 하늘이 마치 바닷물 같고 구름은 북극의 눈처럼 보이는 듯싶더니 뱀같이 꾸불거리며 펼쳐진 이름모를 긴 강줄기 등을 보며 하늘을 날기를 9시간40분 만에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하였다. 현지시간 오후5시 40분 (한국과의 시차는 5시간) 이다. 우리에게는 낮 시간이 5시간 늘어 난 셈이다.

비행기내에서 내려다본 모스크바의 모습은 쾌청한 날씨에 아주 넓은 녹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예쁜 건물주변에 넉넉히 펼쳐져 있는 푸른 나무들은 산림자원이 풍부함을 알 수 있다.

입국수속에 시간이 좀 걸린다. 컴퓨터가 구형인지 입국심사원이 키보드를 누른 후 한참씩이나 새 화면이 뜨기를 기다리곤 한다. 특히 미혼인 김 영호 대원과 김 영범 대원이 오래 걸렸다. 잘 생긴 여직원이 많은 관심을 갖은 때문이라고 익살을 부린다. 히말라야 여행사의 이실장이 먼저 와서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찾아 대기한 버스에 싣고 예약되어 있는 코스모스 호텔을 향해 공항을 출발한 시간이 오후 7시 10분이니 비행기 착륙 후 1시간 30분 걸린 셈이다.

오후 7시 55분 코스모스 호텔에 도착 하자마자 식당으로 달려가 양식 부페로 저녁을 하였다. 지금부터의 체력은 등정에 직접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많이 그리고 잘 먹기를 서로 권 하였다. 상당히 큰 호텔이다. 장기투숙객 보다는 단기 관광객을 위해 운영되는 호텔인 듯 싶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자기로 하고 헤어진 시간이 오후 9시이니 한국시간 새벽 2시다. 그리고도 오후 11시 에야 침대에 들었으니 한국시간 새벽 4시에 잠을 청한 셈이다.

< 2 일 째 > 2003년 8월 11일 (월)

새벽에 눈을 뜨니 밤사이 비가 내렸다.
새벽 6시부터 비는 그치고 날씨가 개이기 시작 한다.
오늘은 러시아 국내선을 탄 후에 버스로 테르스콜(Terskol)로 이동하여야 한다.

오전 8시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오전 9시 30분 호텔을 출발하여 오전 10시 50분 국내선 Domodedovo 공항에 도착 하였다.

오후 1시 Mineralnye Vody를 향해 이륙한 비행기는 오후 3시10분에 착륙 하였다.
그러나 도무지 화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인부들이 다음 비행기가 도착하면 함께 나르기 위해 작업을 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어찌하랴!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된다고?

Pilgrim 여행사 소속의 가이드 여자팀장 루다와 남자대원 로망이 나와 수고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눈에 비친 공항의 여러 가지 모습은 우리들 입에서 아주 쉽게 과거 공산주의의 비효율성을 성토 하고 있었다. 더러운 화장실, 엉성한 청사, 망가진 수레, 고장난 에어콘과 고물차 등을 화제에 올리며 나름대로 기다리는 지루함과 더위를 피하는 하나의 방편 이었을 것이다.

오후 4시 35분 원정대의 화물을 버스에 싣고 테르스콜로 출발 하려니 어린이를 포함한 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우르르 몰려와 버스 뒷문으로 올라탄다. 미리 현지 가이드와 기사끼리 양해가 되어 있는 듯 하여 우리도 인정상 묵인 하였다. 최 덕심 대원은 어린이에게 선뜻 사탕봉지 까지 건네주며 인정을 보였다. 순박한 농촌 사람들 인 듯 말이 없고 얌전하다.

오후 5시 40분 용변을 위해 노점이 있는 곳에 잠시 정차 하였다. 먼지가 이는 거리에서 시커먼 냄비 속에 장작불에 익힌 닭고기를 넣고 음료와 과일 등을 팔고 있었다. 김 호택 대원이 토마토를 사서 물로 씻은 후 대원들에게 돌렸다. 우리나라의 것처럼 맛이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에서는 도로의 아무 곳 에서나 주정차를 할 수 없고 지정된 곳에만 가능 하다고 한다. 비록 인적 없는 시골길 일지라도 말이다...

오후 5시55분 다시 출발 하였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해바라기 농장을 보며 이 양근 동문 회장님은 소피아 로렌 주연의 영화 ‘해바라기‘가 생각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이 핀 해바라기 꽃의 군무와 애절한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남편이 죽은 곳을 찾아 가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 이란다.
광활한 평원에 재배되는 채소, 옥수수, 밀, 면화와 그 사이로 곧게 뻗어있는 도로. 그리고 버스를 아랑곳없이 차도 위를 거니는 소 떼들이 역시 인상적이다.

오후 7시 25분 입산신고를 위해 Tyrnyauz 라는 마을의 필 하우스 앞에 정차 하였다. 전구의 필라멘트를 생산하는 텅스텐 광산마을 이었으나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빈집이 많다고 한다. 커다란 아파트에 빈 집이 많아서인지 건물들이 을씨년스럽다. 늘씬하고 예쁘게 생긴 여인네들이 가끔 눈에 들어온다. 내가 남자라서 일까? 남자들은 전부 무표정 해 보인다. 한 러시아 남자가 건네주는 해바라기 씨를 까먹어 보았다. 잘 되지 않는다. 김 영호 대원은 살구나무 밑에서 주은 살구나무 씨를 까서 열심히 나누어 준다. 맛이 있다.

오후 7시 55분 현지 가이드 루다가 입산신고를 끝내자 우리는 다시 출발 하였다.
빙하가 녹아 급물살을 이루며 흐르는 개울을 보며 우리가 목적지에 가까이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스의 생산이 풍부한 나라답게 곳곳에 LNG관이 눈에 띈다.

어두움이 사방에 깔릴 무렵인 오후 8시 34분 박산밸리가 있는 테르스콜 마을의 이트콜 숙소에 도착 하였다. 만 4시간을 버스로 이동 해온 것이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옮긴 후 오후 9시 10분에 비프스테이크로 저녁을 먹었다. 가지고온 소주까지 곁들여 먹었다. 강 경원 대원이 식사를 못한다. 류 병문 대장이 별도로 닭백숙을 주문하여 배려하였다.
이곳 이트콜은 1,935m 에 위치한 5층 건물로 주위가 소나무 숲으로 우거져 있어 마치 백두산 초입처럼 키 큰 소나무가 많다. 온수 시설이 되어 있고 별도의 식당이 넓게 준비 되어 있다. 마침 방학을 이용하여 많은 어린이들이 와서 자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이들 모두가 밝고 명랑한 것이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 같았다.

오후 11시 취침하였다. 룸메이트 김 호택 대원은 눕자마자 코를 골며 잠에 빠져 든다.


< 3 일 째 > 2003년 8월 12일 (화)

요란한 물소리에 눈을 뜨니 오전 6시 이다. 오늘부터는 고소적응을 위해 짜여진 계획대로 트레킹이 시작 된다.
아침을 오전 8시 30분에 시작 하였다. 김치 국에 쌀죽, 빵, 치즈, 살구 등을 푸짐히 먹었다. 잘 먹어야 체력을 지킨다는 나름대로의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오전 10시 10분. 산악 가이드 루다와 로망을 앞세워 이트콜 숙소를 출발하여 체켓봉 (Cheget Peak, 3,600 m)을 향해 오르며 고소적응의 첫 단계 훈련에 돌입키로 하였다.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10시 37분에 케이블 카 승차장에 도착 하였다. 20여분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후 체켓봉을 향해 걸었다. 1시간 40여분을 걸었다. 3,600m의 체켓봉 정상에 도달 하였다. 오후 12시 40분이다. . 앞 계곡 넘어 멀리 엘브루즈가 구름에 가려 자태를 감추고 보여 주지 않는다. 고도가 높아지니 당연히 날씨가 춥다. 파일쟈켓을 꺼내 입었다.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형제봉이 구름에 가렸다가 얼굴을 내민다.
체켓봉에 20분을 머물다 오후 1시에 하산을 시작하였다. 별안간 강한 바람이 분다.

40여분간 산을 걸어 내려와 케이블카를 타고 체켓마을로 돌아오니 비가 오기 시작 한다.

마지막 대원의 하산을 확인하니 오후 2시이다. 체켓마을의 식당에서 점심을 사 먹었다.

식사 후 온천을 가자는 팀과 박산 계곡에 트레킹 하자는 팀으로 나누어 움직이기로 하였다.
나는 황 청사 부부님과 조 병욱 선배, 류 병문대장, 이 창기, 김 호택, 김 영호, 최 덕심, 장도희, 강 경원 대원들과 함께 박산계곡의 아이스폴까지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오후 3시 20분에 식당을 나와 오후 4시에 계곡입구에 도착 하여 오후 5시 까지 아이스 폴 직전까지 간후 돌아갈 시간을 고려하여 되돌아서기로 하였다.

계곡을 중심으로 좌우의 야트막한 산에 소를 방목하고 있었는데 서부영화처럼 말을 탄 사나이가 소몰이를 하고 있었다. 빙하에서 녹아 흐르는 물로 작은 계곡이 만들어지고 여기저기 소똥이 널려져 있지만 초지로 된 길이 걷기에는 아주 좋은 길이었다.
.
걷는 도중 내내 날씨는 흐렸다 가랑비가 오다가 변덕을 부렸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 45분이었다.
나머지 분들은 온천욕을 즐기고 장비점에 들려 미비한 장비를 구입 하였다고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친 오후 9시에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우리의 일정을 돕는 여러 사람들을 위해 대원 일인당 70불씩의 팁을 공금에서 지불키로 하고 오후 10시 4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 4 일 째 > 2003년 8월 13일 (수)

오전 6시에 눈을 떴다. 창밖을 보니 하늘이 맑게 개인 매우 쾌청한 날씨 이다.

이곳 이트콜에서 이틀 밤을 자고 나니 식당아줌마도 눈인사를 한다. 특히 소냐 아줌마는 마음씨 좋은 우리네 아줌마를 꼭 닮았다.
오전 8시에 아침을 먹었다. 특식으로 북어찜이 나왔다. 한국에서 가져온 재료라지만 아주 맛있게 요리되어 밥 없이도 한 접시를 후딱 먹어 치웠다.

오늘부터 본격적인 고소적응 훈련이 시작된다. 엘브루즈의 등정은 날씨가 허락 한다면 고소의 적응여부가 등정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앞으로의 일정 하나 하나가 모두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오전 9시 15분에 숙소를 출발하였다. 차를 타고 오전 9시 30분에 고도 2,000m에 위치한 아자우 역에 도착 하였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기로 예정 되었지만 수리중이라 운행이 중지 되었단다.
가이드 루다가 교섭하여 탱크에 짐을 싣도록 개조한 궤도차를 빌려 타고 Stary Krugozor 라는 케이블카 역(3,000 m)에 오니 오전 10시 25분이다.

여기서 다시 12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 한 곳이 Mir 역 (3,500 m)이다. Mir는 영어로 Peace의 뜻이라고 가이드 루다가 알려 준다. 후미 대원이 모두 미르역에 도착한 후 우리는 이곳에서 고소에 적응 하며 잠시 쉬었다.

오전 11시 30분, 우리들은 고도 3,800 m에 위치한 배럴산장 까지 걷기로 하였다.
2시간 동안에 1,500 m의 고도를 올리고 또 걸어서 300m의 고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1시간을 걸어서 배럴산장에 도착 하였다.

30분 동안 배럴산장에서 간단한 행동식으로 점심을 하였다. 아직까지 식욕에 이상을 보이는 대원은 없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신체의 이상을 토로하는 대원도 아직은 없는 듯 하다. 좋은 징조로 보였다.

오후 1시, 좀 더 오르기 위해 모두 일어 섰다. 오늘의 목적지인 4,200m의 프리웃(Prijut)산장까지 오르기 위해서다. 오후 2시 18분, 프리웃 산장을 목전에 두고 무리를 느낀 일부 대원들은 발길을 돌려 하산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조 병욱이사, 류 병문대장, 이 창기, 김 호택, 김 영호, 강 경원 대원은 나를 포함 하여 조금 빨라진 가이드 루다의 발걸음을 쫒아 앞으로 계속 전진 하였다.

오후 2시 37분, 고도 4,200m의 프리웃 산장에 도착 후 단 5분 만을 쉬고 34분 만인 오후 3시 16분에 바렐 산장에 도착하니 먼저 하산 하였던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산행력을 칭찬해 주었다. 가이드 루다가 우리의 산행력을 자연스럽게 테스트 해 보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를 때의 역순으로 하산 하였다.

저녁 식사로 불에 익힌 닭고기를 먹고 나니 오후 6시다.
일찍 저녁식사를 끝낸 뒤 이트콜 숙소로 향 하였다. 내일 바렐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정리를 하였다. 2인이 카고 백 1개를 사용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여 짐을 정리한 후 자정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룸메이트 김 호택 대원은 그동안 굶은(?) 술 때문에 잠이 안 온다고 걱정이 많다.



< 5 일 째 > 2003년 8월 14일 (목)

오전 7시에 기상 하였다. 이틀째 쾌청한 날씨다.

오전 8시에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식사 중 어제의 고소적응 훈련으로 자신감을 얻은 대원 중에는 기상이 좋을 때를 놓치지 말고 예정대로 내일 새벽 정상 공격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모래 예정되어 있는 예비 일을 고소적응을 위해 하루 더 미리 활용 한 후 모래에 전원이 등정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운이 나빠 모래 기상이 악화되면 변경된 계획에 대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고소적응 시간을 충분히 갖고 전원이 등정 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생각 이었다. 어차피 날씨는 하늘이 정 해 주는 것이므로 이에 따르기로 했다.
배럴산장에 가져 갈 짐을 제외 하고 남겨진 짐을 모두 모아서 빈 방 한곳에 보관 시켰다.

오전 9시 38분, 차량으로 이트콜 숙소를 출발 하여 아자우 역에 도착 하였다. 아직 케이블 카의 수리가 끝나지 않아 어제처럼 탱크와 다를 바 없는 궤도차를 타야 만 했다. 교섭을 위해 가이드 루다와 이 실장이 이리저리 뛰어 다닌다. 옮겨질 짐과 함께 한참을 기다리다 궤도차를 빌려 타고 고도 3,000 m의 Stary Krugozor 케이블 역에 먼저 도착한 시간이 오전 10시 55분이다. 그러나 후미 팀과 짐이 도무지 올라 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가만히 있자니 점점 추워진다. 오버 트라우저를 꺼내 입었다. 후미 팀과 짐을 싣고 궤도차가 굉음을 내며 올라 온 시간이 낮 12시 15분이다.

짐을 케이블카 승차대로 옮기고 나서 케이블 역을 먼저 출발 한 시간이 낮 12시39분이다. 케이블카에 12분 동안 몸을 싣고 도착한 Mir 역에서 다시 리프트에 역시 12분 동안 몸을 싣고 도착 한 그 종착지가 바로 3,800 m 높이의 바렐 산장 바로 앞 이다.
후미의 도착을 기다려, 짐을 산장 앞마당에 옮겨 놓고 연령순에 의해 5명씩 방을 배정 받은 후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2시 35분 고소적응을 위해 모두 나섰다. 어제 보다는 상대적으로 몸 들이 가벼워 보인다. 그러나 필히 말 안 하고 혼자서 불편을 극복해 보려는 대원이 있을 수 있다.
4,200m의 프리웃 산장에 도착 한 시간이 오후 4시 3분이다. 확실히 어제보다 고소 산행력이 다소 좋아졌다. 바렐 산장에서 프리웃 산장까지 걸린 시간이 단순한 수치상으로도 1시간 37분에서 1시간 28분으로 약 9분 빨라진 것이다.

하산할 시간을 고려하여 오후 5시 까지 오르니 그 지점이 고도 4,400m 지점이다. 15분간 사진도 촬영 하며 쉬다가 오후 5시 15분에 하산을 시작 하였다. 오후 6시 30분 바렐산장에 도착한 후 오후 7시 30분 부대찌게로 저녁을 먹었다. 모두 식성에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아 순조롭게 고소에 적응되어 가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다. 전원등정의 좋은 징조가 아니고 그 무엇이랴? 너무 입 바른 소리가 되지 말아야 할 터인데....
이렇게 하루를 고소훈련으로 지냈다. 그리고 내일의 일정을 위해 우리는 배럴 산장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잠이 될지 모를 밤을 보내기 위해 잠을 청 한다.
내일은 베이스캠프가 될 디젤 산장으로 옮겨 내일과 모래 아침 까지 지내야 한다.

< 6 일 째 > 2003년 8월 15일 (금)

오전 6시에 눈을 뜨다. 바람도 구름도 없는 아주 좋은 날씨다. 연 3일째 지속되는 맑은 날이다. 내일도 오늘처럼 좋은 기상이 계속 되었으면 하고 빌었다.

베이스캠프로 들어가는 날이다.
프리웃 산장 바로 위 4,250m 고도에 위치한 디젤 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짐은 설상차에 운반을 맡기고, 오전 9시 10분 바렐 산장을 출발 하였다.

오늘의 고소훈련은 파투코브 바위(Pastukhov Rocks, 4,800 m)까지 고소 적응 후 하산 하는 것 이다. 엘브루즈가 짙푸른 하늘 아래 그 의연한 자태를 드러낸다. 오늘 따라 여인의 가슴을 닮아서 인지 위압감 보다는 친근한 느낌을 준다.

오전 10시에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 대원들은 류 병문 대장의 사회로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을 고산에서 우리식으로 간략히 진행 하였다. 만세 삼창이 끝나자 궁금해 하는 가이드 루다에게 우리나라의 광복절임을 알려 주었다.
오르던 길을 뒤돌아보니 코카서스 산맥이 맑게 개인 하늘 아래 그 웅장한 모습을 모두 보여 주고 있었다.

오전 10시 40분 베이스캠프인 디젤 산장에 도착 하였다. 최 홍건님은 체력관리 차원에서 짐과 함께 스노우카를 이용 하셨다.
짐을 정리 하고 오전 11시 30분 베이스캠프를 출발 하였다. 파투코브 바위 까지를 목표로 계속하여 올랐다.
오후 1시 준비된 행동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고도계를 보니 4,600m 이다.
오후 2시 25분 파투코브 바위 직전(4,750 m) 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내일 새벽의 정상등정을 위해 하산하기로 하였다. 베이스캠프인 디젤산장에 돌아 오니 오후 3시 23분 이었다.

오후 5시, 저녁을 일찍 먹었다. 햇반과 시래기 국, 김치, 젓갈 등 내일의 정상 등정을 위해 대원들의 입맛을 최대한 맞추어 보려는 심심한 배려를 읽을 수 있다. 특히 오이를 곁들인 겉절이 무침이 일품 이었다. 새벽 2시 정각 스노우카가 도착 하고, 정확히 5분 후에 베이스 캠프를 출발 하였다. 4,800 m의 파투코브 바위까지 이동 하는데 정확히 30분 걸렸다. 성공적인 등정을 위해 대원들의 마음은 비장한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 양근 동문회장님은 전원이 등정 할 수 있다고 일찍부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저녁을 먹은 후에도 대원들은 탁자를 중심으로 양쪽에 궁색하게 놓여 있는 길고 좁은 의자에서 좀처럼 일어 설 줄을 모른다. 내일 새벽 1시의 기상시간에 맞추려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함에도 누구 한사람 자려는 대원은 없다. 긴장도 되거니와 이렇게 일찍 잠이 올리 만무 하다. 대원들의 얼굴은 고소에서 생기는 부기와 수염, 그리고 썬크림 흔적 등으로 가관 이었다.

황 청사 대원의 얼굴색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머리가 약간씩 띵한 경우 등 사소한 고소증세는 다 있다고 간주해야 한다. 그러나 황 대원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한 듯 하다.
부인이신 강 진옥 대원의 간호가 지극하다. 작년에 몽블랑 정상 에도 부부가 함께 거뜬히 오른 부부 산악인 이다.

신경이 예민한 편인 조 병욱 대원이 수면제 복용에 대해 궁리 하는 듯 하다. 대원들 끼리 둘러 앉아 한국에서의 맛있는 음식점을 돌아가며 소개하고 말로써 음식을 설명 했다. 아마 전국의 유명한 맛있는 음식집을 말로는 거의 다 다녔을 것이다. .

판자로 칸을 막고 이층으로 된 좁고 먼지가 이는 디젤산장 안은 답답하다. 매트레스도 눅눅하다.
김 영호 대원과 강 경원 대원 그리고 나는 산장 문 입구에 텐트를 치고 자기로 하였다. 강 경원 대원이 눈 위에서 비박을 해 보고 싶다는 것을 말렸다. 감기라도 드는 날에는 지금까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사람이 걸을 때마다 판자로 된 바닥이 함께 움직여 삐거덕 소리를 낸다. 그래도 자야 하므로 침낭 속을 파고들었다.
오후 8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감에 쫓기어 먹지 않던 수면제 한 알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서울의 식구들 모습이 잠깐 뇌리를 스친다.

< 7 일 째 > 2003년 8월 16일 (토)

“하늘에 별이 총총해!” 라고 외치는 소리에 눈을 떴다. 류 병문 대장이 깨우는 소리다.
날씨는 기가 막힐 정도로 쾌청 하다. 구름 한 점 없고 바람도 없다.
하느님! 정말 감사 합니다 ! 시간은 새벽 0시 20분이다.

고소내의를 입고 우모복은 배낭에서 빼어 냈다.

새벽 0시 40분, 곰탕국물에 떡국으로 식사를 했다. 가능한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먹었다.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고 아이젠과 스패츠, 고글, 헤드램프, 오버 그로브, 바라클라바 등의 장비를 확인 했다. 하품이 난다. 이러면 안 되는데도 수면제 약효가 남아 잇
나 보다. 대원들 각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베이스캠프 앞에 도열 하였다.

새벽 2시 정각 스노우 카가 도착 하고, 정확히 5분 후에 베이스캠프를 출발 하였다. 4,800 m의 파투코브 바위까지 이동 하는데 정확히 30분 걸렸다. 성공적인 등정을 위해 대원들의 마음은 비장한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이 양근 동문회장님은 전원이 등정 할 수 있다고 일찍 부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가이드 루다를 앞세우고 나, 김 호택, 이 창기, 산악 구조원, 류 병문, 최 덕심등의 순으로 우리 대원 14명은 일렬종대로 위를 향해 오르기 시작 했다. 등정인 3명당 산악구조원 한명이 책임지고 산행을 안내 하도록 규정 되어 있단다.

중간 목표지점인 안부의 고도는 5,325 m이다. 서봉( 5,642 m)과 동봉(5,621 m)의 갈림길 로써 마치 여인의 젖가슴 사이와 같은 지점이다.

가이드 루다의 리드가 마음에 신뢰감을 준다. 일정한 보폭과 속도를 유지한다. 좀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사이드 스텝으로 대원들을 리드 한다. 손이 저려오는 대원에게는 장갑을 벗고 손으로 직접 비벼 주며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출발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졸음이 오기 시작 하는데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수면제 약효가 덜 깨었는지 아니면 고소증세의 일종인지 모르지만 졸음산행을 하는 것이다. 좌우로 비틀거리기를 꽤 오랫동안 하였다. 한번은 앞으로 거꾸러질 뻔 하였다. 바로 뒤의 이 창기 대원이 걱정을 많이 한다. 한참을 졸음과 싸움을 벌이며 가이드 루다의 발만 보며 무턱 대고 쫒아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별안간 구역질이 올라온다. 루다가 뒤돌아보며 괜찮냐고 묻는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진정 시키려고 안간 힘을 썼다. 조금씩 손이 시려 왔다. 오버그로브를 끼고 나니 이제는 몸이 추워지기 시작 한다. 파일쟈켓의 쟈크를 목 위에 까지 최대한 올리고 오버 트라우저도 꼼꼼히 여미어 입었다. 하루 중 해뜨기 직전이 제일 춥다고 하더니 지금 시각이 그런 때인 것 같았다.

앞서 가던 루다가 쉬자고 하여, 보니 어느덧 안부(5,325 m)에 도착 하였다.
보온통의 더운 물을 마셨다. 아침 햇살이 비스듬히 그리고 따듯이 온 몸에 닿기 시작 한 후 조금 정신이 나는 것 같다.
후미대원들을 기다리며 휴식을 하였다. 앞으로 1시간 30분 정도만 더 가면 정상 이라고 가이드 루다가 일러준다.

대원들 각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를 비롯해 전 대원이 고통스럽지 않은 자가 없을 진 데 모두들 낙오 없이 끝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조그만 체격의 장 도희 대원은 흔들림이 없다. 조 병욱 대원은 나이를 잊으신 듯 계속 선두대열을 유지한다. 특히, 말미의 김 영범 대원이 끈질긴 감투정신을 발휘한다.
떨어지는 체력과 두통, 추위와 졸음 등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고통을 감수하며 정상을 향해
우리들은 가고 있는 것이다.

안부에서 쉰 후에 정상을 목표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 했다. 정상을 향하는 비스듬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니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경사로가 보이는데 그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어느 산이나 정상 직전은 항상 더 힘들기 마련 아닌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루다를 따라 갔다. 별 생각 없이 그냥 걷기만 하였다. 숨이 차오르고 힘들어도 참고 한 걸음씩 앞으로 걷기만 하였다. 얼마를 걸었을까? 루다가 가던 발을 멈추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나를 보고 웃었다. 정상을 불과 몇 걸음 남기고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것이다. 정상 첫 발의 밟을 기회를 대원에게 주기 위한 배려였다.

오전 9시 05분. 루다를 지나 정상에 먼저 올라섰다. 엘브루즈 서봉(5,642 m) 정상에 닿은 것이다. 곧 이어 이 창기, 조 병욱, 류 병문, 김 호택, 김 영호, 장 도희, 최 덕심 대원 등이 줄줄이 정상을 밟으며 서로 축하 하였다. 류 병문 대장은 준비해 온 소주를 따르며 며칠 전 고인이 되신 모친에게 큰 절을 먼저 올렸다. 강 경원, 황 청사, 강 진옥, 이 양근, 최 홍건, 김 영범 대원 모두가 정상등정에 성공 하였다. 말미의 정상 도착시간이 오전 9시 50분이다. 원정대원 14명 모두 정상등정에 성공 한 것이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태극기와 한국산악회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깃발이 휘날리도록 바람이 불었으나 최상의 기상 조건으로 여겨졌다. 하늘이 우리들의 등정을 확실하게 도와주신 것이다.

나는 몇 명과 같이 베이스캠프인 디젤 산장까지 걸어서 하산 하였다.
나머지 대원은 파투코브 바위에서 베이스 캠프까지 설상차를 이용 하였다. 체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눈이 녹아 질퍽거렸다.
엉덩이 썰매도 타면서 캠프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40분이다.
11시간 35분 동안의 산행을 무사히 끝낸 것이다.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정리 할 것을 뒤로 미룬 채 텐트 속으로 들어가 잠에 빠져 버렸다. 깨어나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보니 부어있다. 그리고 썬 크림을 발랐는데도 새까맣게 그을렸다. 코끝이 붉게 익어 있다.


< 8 일 째 > 2003년 8월 17일 (일)

오늘도 쾌청한 날씨다.
오전 7시 30분, 라면으로 아침을 먹었다. 대원들의 표정이 밝고 고소증세에서 회복된 것 같다.
특히 황 청사님의 표정이 매우 좋아 보인다.

이제부터는 철수하는 단계이다.
오전 8시 20분에 하산 준비를 끝내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오전 9시 일부 대원들은 설상차로 짐과 같이 바렐산장 까지 하산하기로 하고 조 병욱, 김 호택, 김 영호, 장 도희, 최 덕심 대원들과 나는 걸어서 내려갔다.

오전 9시 40분 바렐산장에 도착하여 리프트 승차대로 짐을 옮겼다. 3,500m의 미르역 까지 20분 동안 리프트를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6분 동안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3,000m의 Stary Krugozor 역까지 하산 했다. 마지막으로, 수리를 끝낸 케이블카를 타고 6분 걸려서 마을이 있는 아자우역에 도착 하니 오전 10시 46분이다.
미리 예약되어 있는 Freestyle Restaurant 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우선 사람 수 대로 생맥주를 주문하여 전원등정의 성공을 자축 하였다. 모든 대원들의 기분은 모두가 무엇인가 해 냈다는 기쁨으로 마냥 들떠 있었다. 닭고기 요리와 맥주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현지의 Pilgrim 여행사에서 주는 기념 T-셔츠를 선물로 받았다.
전문 사진사가 대원들의 등반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후 7매에 20불씩 받고 팔기도 했다.

점심을 끝내고 이트콜 숙소에 도착하니 낮 12시 35분이다.
방을 배정 받아 짐을 정리하고 목욕을 하였다. 러시아 청년들과 한국 대 러시아로 나뉘어 배구시합도 하였다. 그 동안 굶었던 술 생각이 간절해 졌다.
그 동안 보관 해온 술을 한곳에 모았다. 그것도 모자라 맥주를 여러 병 더 사서 몇몇이 어울려 밤늦게 까지 취하도록 마셨다.

< 9 일 째 > 2003년 8월 18일 (월)

날씨가 쾌청 하다. 5일 연속 좋은 날씨가 계속 되기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
계란 후라이와 바나나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오전 10시 46분 버스에 승차 하였다. 차내에서 엘브루즈 등정 증명서를 수여 하였다.
오후 1시. 노점에 차를 세우고 찐 옥수수와 수박으로 간식을 하였다. 화장실 찾기가 어려워 남자들은 집단으로 풀숲을 조준하여 일을 보았다.

오후 2시 35분, Mineralnye Vody 공항에 도착 하자마자 여성 대원들은 화장실로 직행 하였다.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공항 내 식당에서 죽 밥과 누린내 나는 쇠고기로 점심을 먹었다. 이 창기 대원의 고추장과 김 호택 대원의 멸치볶음은 별미였다.

오후 4시 39분, 이륙한 비행기는 오후 6시 25분에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하였다.
비행기 내에서 내려다보는 러시아의 땅은 참으로 넓어 보였다.
하늘은 더 더욱 넓고 높아 보였다.
국내선 스튜어디스의 팔에 새겨진 문신과 허리를 드러내는 복장이 이채롭다.

짐을 찾고 밖으로 나오니 오후 7시 15분이다.
대기한 버스에 짐을 옮기고 시내로 출발 하자마자 매연 냄새가 난다. 알고 보니 버스의 바닥에서 새어 들어오는 우리가 탄 차의 매연이 아닌가?

오후 8시 30분, 한국산악회 부회장이신 최 홍건 대원의 절친한 친구 분이 우리에게 저녁을 사 주신다는 식당에 도착 하였다. ‘유정’이라는 한국식당으로 불고기와 김치찌개를 오랜만에 배불리 맛있게 먹었다. 친구 분 댁으로 옮겨 보드카와 소주도 대접 받고 숙소인 코스모스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11시 35분이다.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 생각 하니 맥주 생각이 간절하다. 호텔 내 하이네켄 맥주집에 혼자 앉아 생맥주를 시켜 마시고 있는데 러시아 아가씨가 와서 영어를 할 줄 아냐며 말을 건넨다. 영어에 대한 열등감으로 시달려 온 내가 궁여지책으로 튀어나온 세 마디 영어가 내가 생각 해 도 멋이 있다. “ Let me be ! ” 내 영어로 이렇게 잘 할 수 있다니 ....
글쎄, 잘 한 건지 ?

< 10 일 째 > 2003년 8월 19일 (화)

오늘은 모스크바 시내 관광을 하고,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
오전 내내 호텔 내에서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할 일 없이 소일 하다 오후 12시 20분에야 시내관광을 나섰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시내 가이드의 통역을 하는데 갑갑하다.
오후 1시 50분부터 크레믈린궁과 붉은 광장, 백화점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보고 조그만 한 식당을 찾아 간 시간이 오후 2시 30분이다. 김치찌개와 불고기로 점심을 먹었다.

모스크바 대학을 멀리서 겉모습만 보고 ‘쇼핑의 거리’라는 곳에 들렀다. 우리나라의 대학로 성격의 초창기 모습으로 보면 된다. 거리의 화가가 행인들 초상화를 그려 주고 소품과 맥주 등을 파는 곳으로 젊은이들의 거리 이다.

오후 7시 40분.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 하여 출국수속 후 AEROFLOT 러시아 항공 편으로 오후 11시 서울을 향해 이륙 하였다. 예정시간 보다 1시간 5분 연발 되었다.

이리하여 우리들의 엘브루즈 원정은 전원등정이라는 기쁨을 가슴에 품고 그 막을 내리게 되었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고, 고소적응을 위해 대원들 각자 최선을 다 했으며, 주위의 여러분이 음으로 도와주신 덕의 결과라고 생각 된다.

우리 대원들을 도와주신 여러분들에게 큰 절과 함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

< 11 일 째 > 2003년 8월 20일 (수)

낮 12시 30분 인천공항에 무사히 도착 ( 8시간 30분 비행) 하였다.
8월 26일 오후 7시에 류 병문 대장 집에서 소곡주를 곁들인 해단식을 하기로 하고, 서로 굳은 악수를 한 후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기록 : 김 영 철

[문채식]

네 감사합니다. 자료실에 있는것도 좋고 산행기 게시판에 있으면 더 많이 볼 것입니다..

[최성필]

영철형, 그리고 동문 선배님들 무사히 등정 마치고 돌아오신것 정말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