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없이 누군가와 하루를 함께 보낸다는 건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싫어하는 사람과 보내는 시간, 어색한 장소에서 보내는 시간, 무가치한 일에 투자하는 시간 등...
함께 함에 있어서 내키지 않는 상황들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나 나 같이 별난 성격은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약속엔 거의 응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 예정에 없었던 늦은 귀가 시간을 보며 나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루를 같이 보낸 동기들과의 오늘 하루 추억이 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오늘은 새벽 댓바람부터 마라톤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코 앞에서 놓쳐버린 마을버스를 잡기위해 가파른 언덕을 사정없이 뛰어 2정거장을 내달렸지만,
하필 2정거장 모두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이 없었고, 버스는 매몰차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더라...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엔 늦겠다 싶어 지하철역까지 뛰고 또 뛰었다. 10분 정도 쉼없이 뛴 듯하다.
마치 군대 3km 달리기 체력측정에 임하는 듯 싶었다.
다행히 지하철은 늦지 않게 탔지만 타바타운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영혼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었다.
(아, 새벽 지하철은 1,000원이더라...)
타바타운동 후 서울대 산책도 승규형과 제일 긴 코스로 돌았다. 다 아는 길이다보니 좀 더 속도감있게 걸었고,
서로 저녁에 걷기 싫어하는 마음이 통했던지라 아침에 열심히 만보기를 채우기로 했다.
아침 운동을 끝낸 후, 동기들과 합이 맞아 그 말로만 듣던 흑석동 맛집 "흑수돈"까지 또 걸어갔다.
서울대입구역에서 흑석동까지 한강 방면으로 가로질러 넘어가는 언덕은 생각보다 높았다.
거기다 더해 밥을 먹고, 흑석동에서 한강대교 근처를 지나, 노들역, 그리고 노량진까지 걷고 또 걸었다.
100일 간의 약속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3만보를 달성한 역사적인(?) 날이다. 여로모로 역사적인 날이었네...
아마 우리 동기들은 애저녁에 3만보, 그 이상씩을 다들 해봤겠지만...
나도 평소에 어지간히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3만보는 처음이다.
걸을 복이 터진 날이었구나 싶다. 그래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힘들지는 않았다.
금요일 타바타운동은 내가 제일 꺼려하는 동작 중의 하나인 백익스텐션이다.
힘은 많이 들고, 땀도 많이 나고, 등근육(?)에 자극을 주는 포인트를 잡기도 애매하고,
단지 대진멘토님이 이 운동으로 허리통증이 없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동작이다.
한팔, 한다리 교차들기를 할때도 코어가 약해 자세가 빠지니 오른쪽 어깨에 너무 하중이 실려
한세트를 진행하면 쉬는 시간에 어깨를 풀어줘야 할 만큼 꽤 통증과 결림이 심했다.
그래도 좋았던 건 대장님이 제안하신 다른 여러 동작들로 지루함을 이길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존과는 다른 동작으로,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부위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동작들을 통해
항상 해오던 동작의 단편성을 벗어나고, 운동에 집중하는 효과를 줄 수 있었던 듯하다.
한 4가지 동작을 5세트씩 반복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물론 대장님의 커리큘럼(?)에 모든걸 맡기겠다ㅎㅎ
역사적인 탄핵 심판의 날, 이음에 있던 사람들은 재판이 시작되고 작은 휴대폰 화면 속으로 눈을 주시하고, 귀를 집중했다.
파면이라는 결론이 선고되었고, 정의가 바로섰다는 기쁨(?)에 항상 말로만 듣던 전설 속의 맛집 "흑수돈"으로 점심메뉴를 정했다.
"탄핵 인용 → 무한리필" 이라는 아주아주 무논리적인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흑수돈이라는 카드를 이렇게 일찍 꺼내들 지 몰랐다. 한식뷔페 카드를 월요일에 소진했는데...이번주는...아닌가보다...
더이상 쓸 카드가 없다. 그렇기에 다시는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지 않을때까지 먹기로 했다.
(주연이가 그렇게 먹어야 된다고...역시 요요멘토답다...)
치킨까스 1개, 돈까스 4개, 떡갈비 3개...잘 먹었다. 덕분에 당분간 돈까스는 생각도 나지 않겠다.
밖에서 치덕치덕 치대는 떡갈비가 그냥 음식물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돈까스 하나에 500kcal 이라고 하니...얼추 4,000kcal은 먹었다...
기초대사량이 1,600kcal고, 타바타운동 40분, 유산소 걷기 3만보...정확하진 않지만 2,000kcal는 초과한 듯하다...
이승규, 양수호, 이주연의 꾐에 넘어간 내가 바보다...
명치 끝까지 차오른 돈까스를 안심시키려 카페로 이동했다. 5시간에 걸친 수다타임...이승규 씨가 생각보다 말이 많네...ㅎㅎㅎ
와중에 누군가 나를 중대장이라 부르는 사람도 만났다. 알고보니 내가 아끼던 옆 중대 중대원이었다.
중앙대 학생인데, 머리기르고, 안경벗고, 살찌니 알아볼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난 중대장이었던 적이 없었으니...
세상 참 좁다...흑석동 촌구석(?)에서 3년 전 헤어진 오래된 벗을 만났으니...
수호가 가고, 선희가 왔다. 갈 타이밍을 놓쳤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앞서 말했듯 카페를 나와 한강대교 어귀를 지나, 노들역, 노량진까지 한강 이남 서울투어를 했다.
노량진에서 오락실도 가고, 인형뽑기도 하고, 신발구경도 하고, 노래방도 가고...컵밥은 쳐다보고, 닭꼬치는 흘겨보고...
어지간히 놀았다. 걷기도 많이 걷고...예정에 없던 약속과 늦어진 귀가 시간에 사알짝 당황스럽긴 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래도 다음엔 미리 약속을 잡으면 덜 당황스럽고 더 치열하게 놀 수 있겠다 싶다.
안녕 오늘 하루...
※식단(간헐적 단식)
- 전일 19시 이후 공복 유지
- 아침 : X
- 점심(13시, 공복 18시간) : 치킨까스 1장, 돈까스 4장, 떡갈비 3장, 김치/단무지 조금
- 저녁 : X (15시 아메리카노 1잔)
▷ 물 : 2.5L
※운동
- 타바타운동 40분
- 유산소 30,049걸음
첫댓글 꺼엌
꺼엌
백익스텐션으로 김감독님은 십수년 드셔오던 어깨통증약을 안드시게 되어 너무 좋으시대. 긴장주는 포인트 잘 잡아서 해봐 ㅎ 화이팅 청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