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한국민속예술축제 참가하는 조천읍 민속보존회
“제주의 ‘세경놀이’로 제주문화 알리겠습니다!”
한낮의 열기가 채 빠져나가지 않고 서성거리는 저녁 7시.
혹여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싶어 종종거리는 걸음들이 하나둘 이어지더니 어느새 조천읍사무소 2층 대강당의 불이 켜졌다.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강렬한 햇빛이 내리쫴서인지 그동안 미뤄뒀던 작업을 감귤원에서 종일했다는 아낙네에서부터, 감물을 들인 갈천을 널어 말리느라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사람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낮 동안의 일과를 풀어놓는다. 하나같이 식구들의 저녁 밥상을 부랴부랴 차려주고 왔다며 종알거리는데 그 모습들이 마치 열대여섯 살 여중생들만 같다.
재잘재잘 거리고, 조잘조잘 거리면서도 손에는 북, 장구, 징, 꽹과리를 하나씩 챙겨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단을 맞추다보니 어깨춤이 절로 나온다. 더위는 어느새 물러났고 그 틈을 비집고 흥겨움이 춤을 춘다.
제주시 조천읍 민속보존회가 오는 10월 2일부터 닷새 동안 경남 사천시 삼천포대교 공원 광장에서 열리는 제48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제주특별자치도 대표로 참가한다.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한국민속예술축제는 가장 한국적인 정서가 녹아있는 전통 민속예술 경연 축제로, 이번 축제에는 전국 16개 광역시도 및 이북 5도 등 총 21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조천읍 민속보존회는 이번 축제에서 ‘세경놀이’를 주제로 제주만의 토속적인 민속을 복원하고 재현해 제주의 전통예술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참가인원만도 출연자와 스텝 및 진행요원을 포함해 110여 명에 이른다.
“본격 공연연습에 앞서 지난 8월 중순부터 풍물연습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9월 한 달 동안은 세경놀이 연습이 이뤄지게 되고, 9월 말 총연습을 거쳐 10월 열리는 축제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풍물패는 ‘세경놀이’에 앞서 입장하게 될 예정으로 작품은 이미 지난 7월 구성이 마무리됐다. 9월 한 달 동안 동물과 농기구, 초가집과 같은 소품제작에서 출전연습까지 착착 이뤄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조천읍 민속보존회 부영자 회장은 사물놀이에서 북을 맡고 있었다. 하루 동안의 피곤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듯 신나게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조천읍 민속보존회는 지난 1985년부터 시작했으니까 그 역사도 20년이 훌쩍 넘었다고 할 수 있죠. 1987년, 1990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전국대회에 참가하는 셈이니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녁시간의 연습이 회원들에게 부담스럽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늦으면 벌금을 내고 있다’는 답이 돌아온다. 낮에 일하고 저녁에 연습하는 것이 몸에 배었는지 모두들 아무런 불평 없이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지역 주민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할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도 저녁시간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지역주민들에겐 시끄러운 소리가 될 수 있죠. 제주 대표로 참가하는 것인 만큼 연습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마음이 쓰입니다. 그저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저녁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조천읍 관내가 들썩이기 때문이다. 조천읍을 대표하고, 더욱이 제주특별자치도를 대표해 공연하는 것인 만큼 주민들의 격려와 이해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경놀이’는 민가에서 큰 굿을 할 때 펼쳐지던 민속놀이로 요즘은 참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이번 축제에서 조천읍 민속보존회가 마련하는 세경놀이에서는 아이를 낳고 공부시키고 농사짓는 장면에 이어, 검질을 매고 곡식을 장만하고, 풍년을 축원하며 농신에 대한 의례로 마무리된다고 하니 분명 볼거리임에는 틀림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