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이 식도를 통해 들어가면 식도는 연동운동이란 것을 하게 된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상부에서 하부로 식도가 이완 되면서 식도와 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하부식도 괄약근도 이완된다. 이때 식도와 연결된 위 바닥과 위 몸통이 차례로 이완된다. 위 바닥과 위 몸통은 샘창자과 연결되는 날문방에 비해 근육층이 더 얇고 수축력도 약하다. 이런 이유로 위장내의 압력이 별로 증가하지 않으면서 음식물을 1.5L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위 바닥과 위 몸통이 이완될 수 있다.
이렇게 저장된 음식은 약 한 시간 정도는 위액과 섞이지 않고 있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위액과 섞여 소화하기 쉬운 상태로 변화되고 이후 위 날문방의 수축력에 의해 샘창자로 짜 넘겨진다.
위산, 세균에겐 용광로
위산이 강산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평소 위산이 어떻게 분비되고 또 우리 몸은 어떻게 그렇게 강한 위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선 우리는 위산이란 용어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위산이란 용어보다는 위액이란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위액에는 우리가 흔히 위산이라 불리는 염산과 펩신이나 리파아제 같은 소화효소,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 비타민 흡수 등에 필수한 내인성 인자 등이 포함돼 있다. 식사 후 염산의 산도는 pH 2-3정도다. 이 정도의 산성 환경은 음식이나 물 등을 통해 섭취된 대부분의 박테리아를 죽이기에 충분하다.
위산은 음식을 부드럽게 할 수는 있으나 실제적으로 음식을 소화시키고 분해하는 것은 염산이 아닌 펩신과 리파아제 같은 소화 효소다. 염산의 역할은 위 세포에서 분비된 소화효소의 전구물질을 소화효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분해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음식을 통해 섭취된 비타민V12는 소장의 끝부분인 말단 돌창자에서 흡수된다. 입에서 위에 도달할 때까지는 침샘에서 나온 R단백질에 의해 보호되고 위에서는 내인성 인자가 이 비타민을 보호해서 말단 돌창자까지 분해되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한다. 이를 분비하는 위 부위가 절제된 경우 비타민이 돌창자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되기 때문에 비타민 결핍을 유발할 수 있다.
아무리 강한 위산도 위 점막은 뚫지 못해
위의 산성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혈장의 약 백만 배에 달한다. 이 정도의 산성도는 인체 조직을 괴사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다. 하지만 우리 인체는 위산 분비 조절과 점막 보호의 균형을 통해 위 벽을 보호한다.
위 몸통과 위 바닥에 점액을 분비하는 세포가 분포하고 있어 점액을 분비하여 위벽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한다. 추가적으로 HCO3-를 분비하는 세포도 위에 분포하고 있어 점액과 함께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위에서 분비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여 위벽이 과도한 위산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 준다.
위산과 위벽 보호의 불균형이 소화성 궤양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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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막의 보호 활동과 위산 분비의 균형이 무너지면 위벽이 파괴되어 궤양을 초래할 수 있다. 히스타민과 아세틸콜린, 흡연에 의한 니코틴 등은 위세포로부터 염산 분비를 촉진한다. 또한 에탄올, 담즙, 소염진통제는 위벽을 보호하는 보호막을 손상시킨다. 결국 과도한 위산 혹은 약해진 보호막의 불균형이 위벽 세포를 괴사시켜 궤양을 유발하게 된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 점막에서 HCO3-를 분비하는 세포에 염증을 일으켜 점막의 보호기능을 손상시킨다. 또한 암모니아를 형성해 위 상피 세포를 손상시키고 위로 침투한 균이 위 상피 세포에 부착하는 것을 촉진한다. 이런 손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위궤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9년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위궤양 환자는 총 138만 명으로 조사되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62만 7천명, 여성이 74만 9천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2배 많았고 남녀 모두 50대, 40대, 60대 순으로 환자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이 든 이들에게 위궤양이 더 많은 이유는 고령자는 관절염 등 각종 질환으로 인한 약물 복용이 많고, 노화로 인한 위벽 회복능력이 더디기 때문이다.
위궤양이 위암으로?
흔히들 위궤양은 방치하면 위암이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궤양과 위암은 발생 원인이 달라 궤양이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작은 위암은 위궤양으로 오인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시경 검사 상 궤양이 발견되면 궤양 변연의 모양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경우 위암 조직 검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도 위궤양의 원인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일단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평소 적절한 식사량을 유지하고,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며 커피나 카페인 함유 음료를 피해야 한다. 흡연 역시 금지하는 것이 좋고 소염 진통제나 아스피린의 경우도 무분별한 남용은 삼가 하는 것이 좋다. 꼭 약물이 필요한 경우는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상담을 통해 점막 보호약물을 같이 사용해야 한다.
속 쓰릴 때 우유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칼슘에 의해 위산분비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증상 완화를 위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흔하게 겪는 속 쓰림, 올바른 생활 습관과 정확한 증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식물의 일차 관문 위벽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