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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 16일 금요일, Loreto, Hotel Posada San Martin
(오늘의 경비 US $39: 숙박료 100, 점심 20, 간식 8, 8, 8, 맥주 18, 식료품 23, 버스 203, 환율 US $1 = 10 peso)
오늘 아침 La Paz를 떠나서 Loreto에 도착하니 오후 2시경이었다. 점점 미국 국경에 가까워지고 있다. Loreto는 1600년대에 세워진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8천의 아담한 소도시이다. 그만하면 자연 조건이 최고인 것 같은데 관광 도시로 성공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부동산 매물이 많이 보이고 해변에는 닫힌 고급 호텔이 여럿 보인다. 왜 그럴까?
내가 묵으려고 마음먹은 호텔로 찾아가니 100 peso 짜리 방은 모두 예약이 되어있고 150 peso 짜리 2인용 방밖에 없단다. 내가 다른 곳으로 가려고하니 그때서야 100 peso 짜리 방이 있단다. 나중에 보니 호텔에 손님이라곤 나밖에 없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방안에서 쉬다가 저녁 6시쯤 나가니 시원했다. 바다 경치가 참 아름다웠다. 이 도시는 인구 17만의 La Paz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도시라 해변이 너무 조용했다. 한 이틀 쉬어가도 좋은 곳이다. 멕시코에는 참 좋은 곳도 많다.
Lonely Planet에 잘한다고 나와 있는 한 음식점에 찾아가보니 좌석도 마땅치 않고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들어서 나와 버렸다. 맥주를 사서 해변 벤치에 앉아서 마시고 근처 길가에서 핫도그 스탠드가 있어서 핫도그 두 개를 사먹었다. 핫도그 고기 위에 베이컨 한 조각을 얹었는데 특이한 맛이 났다. 한 개에 10 peso이었는데 두 개를 사서 대형 고추튀김을 곁들여 먹으니 제법 먹을 만했다.
호텔로 돌아오는데 중앙공원에서 전기 불을 환하게 켜놓고 관중 100여명 앞에서 누군가 정치 연설을 하고 있었다. 아마 국회의원이거나 주의회의원인데 의정보고 연설을 하는 것 같았다. 관중들은 의자에 앉아서 시원한 얼음물을 마셔가며 연설을 듣고 있었다. 관중 가운데는 금발이 많이 보이는데 어쩌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미국과 국경도시인 Tijuana까지 17시간 걸리는 장거리 버스를 탄다.
Loreto 가는 길
Loreto 길거리 풍경
내가 묵었던 숙소 건물이었던가?
시원한 저녁 때 불을 켜놓고 의정보고 연설을 한다
2003년 5월 17일 토요일, Tijuana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83: 아침 37, 점심 35, 음료수 8, 식수 15, 버스 700, 인터넷 30, 환율 US $1 = 10 peso)
아침 일찍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닷가에는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조깅을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굿모닝" 하고 영어로 인사를 하는 백인들이었다. 바다는 동향이라 눈이 너무 부셔서 바닷가를 떠나서 시내 쪽으로 걸었다. Loreto는 작지만 참 아담하고 아름다운 도시다. 야자수가 우거진 조약돌 길, 색색의 꽃이 우거진 스페인 풍의 집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답게 꾸며놓은 중앙공원 등 은퇴한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도시이다. 중앙공원에는 아담한 정자가 있고 Benito Juarez 멕시코 대통령의 흉상이 있다. 중앙광장 남쪽에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Mission 교회는 아름답게 보인다.
중앙공원 근처에 있는 한 음식점의 야외 테이블에서 아침 식사를 들고 있는 백인들이 보였는데 모두 노인들이었다. 나도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오랜만에 정식으로 아침 식사를 시켰다. 멕시코 식 계란 요리 "Fuevos Rancheros"를 시켰는데 영어로 하면 "Ranch Style Eggs"라 할 수 있겠다.
음식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주위 테이블에서는 영어만 들린다. 한 테이블에 가서 인사를 하고 합석했다. 이 도시 백인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한 노인은 1986년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고 하고 한 부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와서 1, 2개월씩 머물다 간단다. 침실 둘과 욕실 둘이 있는 콘도를 빌리는데 한 달에 $1,000 정도란다. 얼마 전에 들렸던 San Miguel보다 비싼 가격인데 아마 미국에서 가깝고 (Los Angles에서 차로 17시간 정도) 바닷가라 그런 것 같다. 한마디로 Loreto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이 와서 사는 곳이다. 그런데 나라면 Loreto보다 San Miguel을 택하겠다.
아침 9시 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그늘이 아니면 덥다. 오후 1시경에 짐을 지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것이 문제다. 시내버스는 없고 택시도 안 보이니 배낭을 지고 걸어가는 수밖에 없는데 20분 거리지만 땀께나 흘리게 생겼다.
광장 근처에 조그만 박물관이 있어서 가보니 입장료가 28 peso나 된다.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안 들어갔는데 들어가 봐야 별 것 아닐 것이다. 틀림없이 외국인들만 상대로 하는 박물관일 것이다. 멕시코의 관광 수입은 (한 해 외국 관광객 숫자가 2천만에 이른단다) 석유를 수출해서 버는 돈과 맞먹는단다 (멕시코의 석유 매장량은 놀랍게도 세계 8위란다).
멕시코를 여행하면서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버스 요금, 식당 음식값, 그리고 입장료다. 버스 요금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식당 음식 값은 시장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던가 (한 끼에 25 peso 정도) 호스텔에 있는 부엌에서 만들어 먹으면 (10 peso 정도) 경비를 줄일 수 있고 입장료는 꼭 들어가야 할 곳만 들어가면 된다. 예를 들면 문화 유적지는 Teotihuacan, Monte Alban, Palenque, Chichen Itza, Uxmal 등이고 박물관은 Mexico City의 Archeology Museum. Oaxaca Museum, Chihuahua의 Pancho Villa Museum, Morelos의 Zapata Museum, Mexico City의 Independence Museum 등이고 국립공원은 Copper Canyon을 포함한 두세 곳 정도다.
멕시코에 관한 책 몇 권을 읽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Distant Neighbor, Maya Civilization, Aztec Civilization, History of Latin America, Spanish Conquest 등이다. Emiliano Zapata와 Pancho Villa에 관한 영화와 Alamo, Vera Cruz 같은 영화를 보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버스 정류장 까지 가는데 운 좋게 차를 얻어 탔다. Loreto 근처에 산다는 백인 부부가 태워주었는데 남자는 캐나다 사람이고 여자는 호주 사람이었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관광에 관계된 일을 하는 것이 틀림없다.
Tijuana까지의 버스요금은 700 peso로 미국 Los Angeles에서 San Francisco까지 날아가는 항공료보다 더 비싸다. 오후 3시에 떠나서 다음 날 오전 8시에 도착하는 17시간 걸리는 여행인데 1,100km 거리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너무 더워져서 아무도 없는 구내식당 한 구석에서 긴소매 셔츠를 벗고 반소매 셔츠로 갈아입다가 식당 직원에게 들켰다. 인상을 쓰며 여기는 식당이라며 화장실에 가서 (건물 외부에 있는) 갈아입으라고 핀잔을 준다.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주방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되게 무안했다.
Tijuana으로부터 막 도착하는 버스에서 일본 청년 한 명이 내린다. 말을 걸었더니 수줍어서 그런지 영어가 짧아서 그런지 말이 별로 없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보내고 내일 La Paz로 간단다. 나는 오늘 Tijuana로 간다고 하고 더 이상 말을 안 했다. 한 20분 동안 버스 정류장을 떠나지 않고 미적미적하고 있어서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으니 그제야 이곳에서 어디에 묵었느냐고 묻는다. Lonely Planet 지도를 펴들고 있어서 내가 묵었던 곳을 지도에서 보여주고 호텔 이름, 숙박료, 걸어서 찾아가는 길과 걸리는 시간을 가르쳐주었더니 고맙다고 하고 버스 정류장을 떠난다.
오후 3시에 출발할 버스가 3시 20분에 도착해서 버스 기사와 차장이 점심을 먹느라고 오후 4시가 되어서야 떠났다. 버스 안이 한증막같이 더웠는데 에어컨이 두 시간 전에 고장 났단다. 어느 도시엔가 가서 고칠 것이란다. 하필이면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타는 버스에서 그것도 제일 더운 곳에서 그리고 제일 긴 버스 여행에서 에어컨이 고장이 나다니, 참 운이 없다. 1등 버스라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천장에 있는 두 군데 구멍을 열어서 바람이 들어오게 만드니 좀 시원해졌다.
Loreto을 떠나 한 30분 달리니 군인들이 버스를 정지시키고 짐 검사를 한다. 승객을 전부 내리게 하고 짐 검사를 하는데 건성으로 한다.
버스가 주유소에 들려서 휘발유를 넣는 동안 더워서 차밖에 나가서 바람을 쏘이는데 백인같이 생긴 멕시코 청년하나가 서툰 영어로 말을 걸어서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처음부터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이다. 그렇다고 했더니 3년 전에 한국에 가서 6개월 간 머물렀다고 한다. 코일을 만드는 한국 회사에서 훈련을 받으러 갔는데 천안, 예산, 안면도, 포항에도 갔었다고 한다. 한국의 "아가씨"는 참 예쁘고 관광버스에는 노인들이 "소주 건배"를 하면서 "가라오케"를 한단다. 6개월 동안 머물면서 한국말을 좀 배운 모양이다.
영어를 하는 한 승객은 이 버스의 에어컨은 아마 한 달 전에 고장 났었을 것이라고 농담 비슷하게 얘기를 한다. 나중에 비디오를 틀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 된다. 소위 1등 버스이고 비싼 요금을 받는데 이렇게 엉터리일 수가 있을까.
밤중에 세 번이나 검문을 당했다. 마약 때문에 하는 검문인데 미국 정부의 압력 때문에 건성으로 하는 검문이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형식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Loreto 해변 풍경
Loreto 중앙광장에 있는 Mission 교회
아담한 Loreto 중앙공원
Loreto 중앙공원에 있는 원주민 출신 멕시코 대통령 Benito Juarez의 동상
마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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