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 05 마 6:10; 롬 12:2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찬송: 363, 204장
주기도문 가운데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는 세 번째 간구이다. 이 간구는 아마 가장 어려운 간구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 가운데 우리가 가장 많이 묻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이미 하늘의 계획, 즉 삼위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이 온전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은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으며, 삼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능력으로 온전히 그 모든 것을 이루신다. 여기에 인간의 생각이나 의도나 요청은 배제된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이기 때문에 그 계획은 어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이루시고 또 이루셔야만 한다.
하지만 이후에 따라오는 간구는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이다. 이 간구에는 아직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음이 들어 있다. 즉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부할 수도 무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이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위해 간구하라고 하신 것이다.
우리는 보통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 나의 인생 가운데 내가 가야 할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모를 때 하나님의 뜻을 구할 때가 있거나,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 과연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를 묻기도 한다. 여기에서의 중심은 나에게 있다. 내가 세운 계획을 가지고 그것이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으로 하나님께 묻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은 주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땅에서 거부되거나 무시당할 수도 있는 그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도 동일하게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라는 것은 하늘의 계획이 이 땅에서도 그대로 온전히 완성이 되기 위하여 기도하라는 것이지, 나를 중심으로 한 계획과는 사실 무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미리 정해 놓으신 계획이고, 또 하나는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이다.
첫째로, 하나님께서 미리 정해 놓으신 계획이란, 예를 들면 사람의 머리카락의 숫자까지도 모두 알고 계신다거나 마 10:29의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참새 한 마리의 삶에 대해서도 미리 결정을 내려놓고 계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라고 말한다. 즉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대로 모든 것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둘째로,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거부될 수도 있고 무시될 수도 있다. 만약 타락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였다면 하나님의 명령에 온 피조물이 온전히 순종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담의 타락은 이를 거부하게 만들었고, 심지어는 예수 안에서 구속함을 받은 하나님의 백성에게도 하나님의 뜻이 거부되거나 무시될 때도 있다. 따라서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란 간구는 하늘에서 하나님의 바라시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 땅에서도 순종의 모습이 있기를 간구하는 것이다.
하늘에 있는 천사들은 언제나 하나님께 순종하며 찬양한다. 하늘에 있는 성도들도 마찬가지로 항상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의 말씀에 순종한다. 그렇다. 하늘에는 언제나 순종과 찬양만이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삼위 하나님 사이의 순종을 생각할 수 있다. 성부 하나님께서 타락한 인류 구원의 계획을 세우셨을 때 독생자이신 성자 하나님께서 그 계획에 기꺼이 순종하시고 성령 하나님께서도 순종하셔서 보내심을 받아 이 땅에서 십자가의 공로를 당신의 택한 백성들에게 적용하시고 그리스도를 증거하신다. 바로 여기에 순종의 최고봉이 있다. 이것이 하늘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진 것이다. 온전한 순종이 그것이다.
따라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간구는 온 피조물이 하나님의 영광에 굴복하여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분의 영광 가운데 온전한 순종을 보일 수 있게 해달라는 간구인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간구를 생각해 보라. 첫 번째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옵소서”이고, 두 번째 간구는 “나라가 임하시옵소서”이다. 이 두 가지는 하나님의 영광이 이 땅에 가득한 하나님의 나라를 어서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는 간구이다. 즉 우리의 주인 되시는 그리스도께서 어서 오시어서 당신의 나라를 받으시고 완성하시고 왕으로 등극하셔서 영광을 보이시고, 당신의 백성들이 그 영광으로 만족하며 다스리심에 순종하기를 바라는 간구이다.
그렇다면 그 나라의 백성으로 부름을 받은 성도는 어떠해야 하는가? 마땅히 순종해야 하는 것이다. 그 나라의 법칙을 따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께서는 세 번째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의 순종의 삶이 가득하기를 간구하도록 하신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게 되면 우리의 기도는 이렇게 될 것이다.
‘우리와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을 버리고 유일하게 선하신 주님의 뜻에 불평 없이 순종하게 하옵소서.’
이것은 자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지만, 성도들에게 가장 많은 고민과 근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압박하는 문제로 고민한다. 이것을 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이런 것이나,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민이 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찾아와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마음이 있는가 하면 자신이 이미 거의 결정을 해 놓은 상태에서 목사에게 동의를 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자신이 계획한 것을 시인해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다면 허락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바로 여기에서 우리의 어려운 결정이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하고 싶은데, 성경을 통해 배운 것은 이것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목사에게 동의를 구하면서 그것을 합리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이런 기도를 하면서 자신의 뜻을 따르느냐, 아니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느냐의 고민을 한다는 것은 이 기도가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갈등을 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눈을 질끈 감아야 한다.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결단을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의 간구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로마서 12장을 통해 배우는 바가 무엇인가?
롬 12:2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왜 바울이 이 권면을 하는 것인가? 우리 인간은 본성으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을 싫어한다는 것을 바울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1절에서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고 권면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날마다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적인 뜻을 버리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 위해서는 죽는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우리 자신의 뜻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있다. 하나님의 뜻이 만약에 온전하지 못하다면, 어떻게 되는가? 그러나 이런 생각은 불경스러운 생각이다. 하나님은 온전하신 분이시다. 완벽하신 분이시다. 그분에게는 한 치의 오차도 실수도 없으신 분이시다. 그분은 우리의 삶에 대해 완벽한 계획을 갖고 계신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순종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시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계획하신 것이 나에게는 가장 좋은 것이 된다. 그렇다. 하나님의 계획은 언제나 선하다.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를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신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께 순종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시 119:124-128 “주의 인자하심대로 주의 종에게 행하사 내게 주의 율례들을 가르치소서 나는 주의 종이오니 나를 깨닫게 하사 주의 증거들을 알게 하소서 그들이 주의 법을 폐하였사오니 지금은 여호와께서 일하실 때니이다 그러므로 내가 주의 계명들을 금 곧 순금보다 더 사랑하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범사에 모든 주의 법도들을 바르게 여기고 모든 거짓 행위를 미워하나이다”
하나님의 율례와 계명을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깨닫게 해달라고 간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에는 우리 인생을 향한 놀라운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의 수많은 불합리한 상황들에 우리가 동화되지 않고 그것을 거슬러서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우리를 지켜주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말씀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하나님께 간구하되, 하나님의 말씀과 계명과 율례에 순종하게 해달라고 간구해야 한다. 하나님 나라가 어서 완성이 되기를 간구하면서도 우리가 그 나라의 백성이 되어 순종의 자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그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기도는 이 순종함의 자리에 우리가 이르도록 해달라고 간구해야 하는 것이다.
각 사람에게는 주어진 직분과 소명이 있다. 이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하늘의 천사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처럼, 하늘의 성도들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영광에 참여하여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순종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간구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의 삶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각오가 없으면 우리는 결코 이 순종함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고 간구하면서 이렇게 또 간구해야 할 것이다.
시 119:133-134 “나의 발걸음을 주의 말씀에 굳게 세우시고 어떤 죄악도 나를 주관하지 못하게 하소서 사람의 박해에서 나를 구원하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법도들을 지키리이다”
마음과 생각이 변화된 그리스도인, 즉 하나님의 자녀에게 하나님의 뜻은 무거운 짐이나 고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은 우리에게 참된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세상은 우리로 하여금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라는 간구를 늘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날이 어서 완성이 되어서 온전히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찬양하게 해달라고 간구하며 소망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시면서 우리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점점 변화되어가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기뻐하신다. 하나님은 우리가 스스로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며 하나님 앞에 나아오기를 원하시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우리도 기뻐하며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것을 우리도 미워하기를 바라신다. 주기도문의 세 번째 간구는 바로 이런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