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7 나무날 하늘 가득 구름이다. 아주 쌀쌀하지는 않다.
[김장]
드디어 김장하는 첫 날이다.
지난주부터 김장 공부를 모둠마다 하고 이번 주도 줄곧 했다.
어제는 전체 모여 5학년 어린이들이 조사한 김장김치의 유래, 효능, 종류들에 대해 모두 듣고 공부했다. 일 나누기 계획대로 오늘 아침에는 배추, 갓, 쪽파를 뽑고,
오후에는 다지고 다듬고 자르고 배추 속에 들어갈 재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내일은 버무리는 일과 오후 복지관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음식을 나누는 일이다.
선생들이 미리 나가 벼 정리하고, 배추 절일 곳 청소와 대야 준비를 했다.
1학년은 쪽파 뽑고 다듬는 일을 맡았다.
2학년, 3학년은 무, 갓을 뽑고 다듬은 다음 마늘 까지와 다지기, 쪽파 자르기를 맡았다.
4, 5, 6학년은 배추 뽑고 다듬기와 소금에 절이기, 육수 내기, 찹쌀풀 쑤기,
고춧가루 불리기, 젓갈 곱게 갈기를 맡았다.
6학년이 소금물의 농도를 공부하고 배추 절일 때 소금의 양을 알맞게 넣기로 했다.
모두 모둠 선생들과 척척 일을 해낸다.
돌산갓과 청갓이 정말 크게 잘 자랐고, 무도 여러 모양이지만 제법 크다.
배추 속도 노랗게 가득 찼다.
갓 솎아주고, 배추 웃거름 주고 날마다 물을 주며, 솟아오른 무에 북주기를 잘 한 자부심이 절로 생긴다. 당장은 후쿠시마 핵 방사능 영향도 잊어버릴만큼 기분은 좋다.
텃밭 배추는 모두 뽑지 않고 육십 포기쯤 뽑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집에 가져가기로 했다.
무와 무청을 따로 모아 쌓아 놓고, 갓을 뽑는데 칼로 모두 잘라내야 하는데
아이들이 손으로 그냥 뽑기 힘들다.
내가 칼로 자르고 아이들이 나르는 일을 맡았다.
옆 쪽파밭에 쪽파가 조금 남아있고 군데군데 쪽파가 있다.
나르다 떨어뜨린 모양이다.
2학년 아이들이 한 마디 덧붙인다.
"우리가 씨 뿌리고 정성껏 키운 건데 정성껏 뽑고 흘리지 말아야지 역시 1학년이야.
내년 1학년이 들어오면 잘 하겠지 뭐." 란 투로 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아이들 얼굴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녀석들 정말 쪽파를 귀하게 생각하는 건지, 1학년보다는 나은 형들이란 자부심인 건지... 둘 다 아이들 얼굴에 들어있다. 배움은 이런 게 아닐까? 고마운 마음이다.
다경 어머니랑 민주 어머니, 원서 어머니가 학교에 오셔서 일이 더 빠르게 진행된다.
텃밭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텃밭 일지 쓰고 놀다 점심을 먹었다.
6학년이 만들어 놓은 평상이 쓸모가 많다. 갓과 쪽파를 가득 쌓아놓고 천막을 쳐놓았다.
오후에는 쪽파를 자르고, 마늘을 까서 다지고 갈고,
아이들이 만들어온 로켓 화덕에 불을 피워 육수를 끓이고,
무를 자르고 교실마다 김장 준비를 열심히 했다.
이제 내일 버무리는 일만 남았다.
모두 마치고 승우와 태인이 생일잔치를 했다.
맛있는 생일 음식에 하루 피로가 싹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