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인을 놓고 사전에도 없는 해괴한 말인 <어부인>이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정중한 표현도 아닐 뿐더러 애칭(愛稱)의 어감(語感)은 커녕 상스럽고 비굴하다는 느낌조차 들 정도이니
차후로는 유념들 하여 올바른 호칭을 썼으면 좋겠다.
<어(御)>+ <부인(夫人)>= <어부인(御夫人)>이라는 조어(造語)가 가능했나 본데,
지극히 부적절한 비어(卑語) 수준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친구의 부인을 놓고는 <부인>이라는 호칭이 공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제일 무난한 존칭이며
이곳이 19회 동기들의 게시판이므로 그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제수씨> 또는 <계수씨>가
가장 적절하고 품위 있는 호칭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현합(賢閤)>이라는 말도 좋다.
개인적인 한담(閑談) 수준의 글에서는 애교 섞인 친밀감 표시로 <마누라>라는 말을 써도 그리 실례가 되지는 않지만,
그 <마누라>라는 말보다도 더 나쁜(?) 것이 바로 그 <어부인>이라는 징그러운 말이다.
그 말은 <와이프>라는 말보다도 더 미련스럽게 보인다
`아내`나 `처(妻)`는 평칭(平稱) 또는 비칭(卑稱)이므로 친구의 아내를 부를 때는 쓸 수 없는 말이다.
그리고 호칭 문제는 그 말의 어원이 순수한 우리말이냐 한자어냐 때문에 거론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거기에 합당한 어떤 격(格)을 부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친구 아무개네를 방문해서 그의 아내 또는 처(妻)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운운은 쓸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이다.
`마누라`는 `말루하주(抹樓下主)`에서 변한 말로 원래는 `귀부인`이라는 뜻이었으나 지금은 지극(?)한 낮춤말로 통용된다.
그리고 `부인(夫人)`[Mrs. Madam]은 그 자체가 존칭이며 경칭(敬稱)이다.
여자의 호칭에 그 모든 사람 `인(人)`자가 붙는 말은 다 존칭이며 경칭이다.
가령, `유인(孺人)`, `모인(慕人)`, `숙인(淑人)`, `미인(美人)`, `여인(女人)`... 등이 다 그렇다.
그러니까 친구의 아내나 처(妻)를 놓고 존칭이나 경칭을 사용할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뿐이다.
하기 싫으면 친구 부인을 놓고 친구 마누라라고 하든 아내라고 하든 처(妻)라고 하든 자유 아니겠는가.
그래도 피차 존중해주는 것이 좋지 않겠냐? 존중하자.
그럼 여자들은 자기 친구나 이웃의 남편들을 놓고 `부군(夫君)` 대신 `어부군(御夫君)` 이라는 말을 쓰냐?
`어부인`이라는 말은 그런 말을 쓰는 사람도 그런 말을 듣는 그 상대도 공히 아부하고 아첨 받는 것 같아
피차 어쩐지 비굴하다는 느낌을 주니 쓰지 말자는 것이다.
아니 써서는 안된다. 이곳도 분명 `언론`이라면 `언론` 아닌가? 사전에도 없는 그런 치졸한 은어(隱語)를
우리가 굳이 쓸 필요가 어디 있는가? 검증 없이 통용된 그런 말은 이제는 여과해서 걸러내자.
어부인, 어부인 어쩌구 하는 말을 듣다보니 참 미련스럽고 상스럽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는 뽀빠이 아저씨의 말씀인 것이니라.
그런데 '마누라'조차도 한자 단어인 '말루하주(抹樓下主)'에서 유래되었다니 더욱 아쉽다.
서로 존중해야 할 사이이거나 유별(有別)한 관계에서 그 호칭을 사용할 때 우리말의 어법상의
특성은 자기를 낮추거나 상대를 높이거나 둘 중의 하나를 하거나 아니면 그 둘을 동시에 다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아내`나 `남편(男便)`은 높인 말도 낮춘 말도 아닌 평칭(平稱)이므로 친구의 배필한테는 사용할 수 없는 말이다.
고어(古語)의 `가시`(아내)나 `버시`(남편) 또는 `지어미`나 `지아비` 등도 스스로 낮춘 말이거나
남이 낮춰 부르는 말이므로 친구의 배우자한테 써서는 안된다.
자기 아내를 낮춰서는 `내자(內子)`, `실인(室人)`, `우처(愚妻)`, `형처(荊妻)` 등을 쓰며,
상대의 아내를 높여서는 `부인(夫人)`, `현합(賢閤)`, `합부인(閤夫人)` 등을 쓴다.
그리고 자기 남편을 놓고 상대한테 말할 때는 `소천(所天)`이라는 말을, 자기 아내를 놓고는 `세군(細君)`
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내 아내를 놓고 `인겸 엄마` 운운은 그 인겸 엄마인 내 아내 앞에서는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내 아내를 놓고 인겸 엄마 운운할 수 있는 사람은 동기나 비속(卑屬)-- 손아래 친족--이 아닌 존속(尊屬)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엄격한 예(禮)를 논한다면 아무리 스승이라 할 지라도 그 제자의 아내한테 아무개 엄마 운운은 불가한 호칭이다.
죄우지간 앞으로 `어부인`이라는 말을 쓰는 친구들은 다 어지자지-- 남녀 생식기를 다 달고 있는 자--로 간주,
저희들끼리 사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