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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의 산업화와 과제
임 상오(상지대학교 경제학과ㆍ문화경제학)
I. 생명문화 전통의 복원과 원주 지역이미지의 쇄신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작년 말에 열린 학술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논문1)에 대한 토론과정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나는 “문화산업과 지역발전”이라는 내용을 발표하였는데, 당일 토론자로 참석한 김봉준 화백은 조선조 이후 면면히 흘러오는 원주지역의 사상적인 특성을 ‘생명문화’로 집약할 때, 이러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어떻게 하면 오늘날의 문화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며 또 이를 산업적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하는 문제제기를 하였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세미나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원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생명 문화적인 전통을 복원할 필요가 있는 동시에 그 산업화를 통한 지역정체성의 확립과 지역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핵심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우연한 학술토론회를 계기로 오늘 시도하게 된 ‘생명문화의 산업화’라는 작업은 처음부터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문화(지역문화)를 바라보는 필자의 능력을 벗어나는 영역의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이 내용을 준비하면서 다소 회의적인 생각들이 여러 번 나의 작업을 주춤거리게 했다. 이러한 심리적인 갈등 속에서도 필자가 이 주제에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는 것은 그간 지역문화와 관련된 필자의 연구2)에 대한 자기반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와 관련된 나의 연구들을 스스로 진단하면, 지역문화의 실태 파악과 그에 입각한 문화 정책 방향은 제시되어 있다 하더라도 지역문화의 실질적인 주체인 지역주민의 삶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문화활동에 대한 성찰과 그 실태 파악이 부족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문화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으로만 바라보는 문화의 기능적인 측면에 치중해 왔다는 것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기 이전에 인간의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자 인간 사고의 준거 틀이다. 또, 문화는 인간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생성ㆍ발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생활문화가 가장 기초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지역문화에 대한 연구는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탐색되어야만 할 것이고, 원주문화에 대한 연구 역시 원주지역주민들의 삶 속에서 그 실태 파악과 지역문화정책 방향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원주지역의 문화, 즉 원주문화3)의 특성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원주의 지역 이미지를 찾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원주에 대한 이미지는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하나는 6.25와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군사지역이라는 이미지와 교통 중심지라는 이미지가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원주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전통적으로 원주는 보은과 충절의 도시이자 저항의 도시(유배지)였고, 1970년대 이후에는 민주화의 성지이자 생명 사상적 도시 이미지가 지역 안팎에 강하게 각인 되어 있다. 이처럼 원주 지역에 대해 다소 상반되는 듯한 두 가지 이미지 가운데 어느 쪽이 지역의 이미지를 대변하는가에 대해서는 보다 광범위한 논의와 합의가 요청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볼 때 전자의 이미지가 지역에서 보다 강한 역할을 해 왔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글로벌化, 정보화, 지방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원주지역의 전통과 문화에 부합하는 지역 이미지가 무엇일까? 또, 지금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온 지역 이미지를 우리 지역에 부합하는 이미지로 통합할 수는 없을까? 하는 등의 문제제기와 함께 그 대안을 제기하고자 한다. 오늘처럼 개방적이고 글로벌 화된 사회에서는 개방적이고, 진취적이고, 특히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강조하는 생태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역일수록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통해 지역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4) 이 글에서는 원주의 생명 문화적인 전통과 그 사상의 복원을 통해 기존의 지역 이미지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지역 이미지의 형성을 도모하고자 한다. 즉, 원주 지역의 이미지를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조화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살림의 문화, 즉 생명문화에 기반을 두게 될 경우에는 지금까지 다소 부정적인 도시 이미지였던 군사 도시적인 이미지가 평화의 도시 이미지로 바뀌어지고, 교통 중심적인 이미지는 원주 지역에의 접근성의 증대에 따른 단순한 경제적인 가치를 뛰어넘어 개방적이고도 진취적인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내포하게 되고, 생명문화의 산업화는 지금까지 개별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원주의 옻 산업과 한지 산업과 의료기 산업(양방ㆍ한방 포함) 등을 ‘생명문화산업’이라는 틀 속에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원주가 장차 생명문화의 도시, 나아가서 생명문화의 산업화를 통한 생명문화산업의 도시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이 있는가를 탐색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과제에 입각하여 이 글에서는 제2절에서 생명문화를 둘러싼 개념 규정을 시도한 다음, 제3절에서는 생명문화를 산업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적인 틀이 요청된다는 점에서 문화의 순환과정에 입각하여 생명문화의 산업화에 다가서고자 한다. 제4절에서는 원주 지역에서 생명문화를 산업화할 때 요청되는 과제를 3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다음, 향후 과제를 정리한다.
II. 생명문화를 둘러싼 개념 규정
생명문화의 산업화를 통한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개념적으로 생명문화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명과 문화를 각각 정의할 필요가 있다.
1. 생명이란?
원주 지역에서 생명 사상의 태동과 그 실천 운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용협동조합운동을 시작으로 소비자협동조합운동과 한살림운동을 전개한 청강(후에 일속자) 장일순 선생의 생명 사상에 대한 이해5)가 필수적이다. 좁쌀 한 알에도 하늘과 우주가 숨쉬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을 낮추어 작은 생명의 씨앗과 같은 삶을 살아온 장일순 선생의 생명 사상6)은 이후 생명(최근에는 율려)이라는 화두를 우주적 개념으로 파악한 김지하 시인에 의해 계승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원주 지역의 생명사상에 대한 이해를 김지하 시인의 생명론과 그 학문적ㆍ실천적 의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전개하면서도 그 이전에 서울대학교 철학과 진교훈 교수의 발제문에 입각하여 생명의 개념 정의를 살펴보고자 한다.7)
우선, 우리말 사전에 의하면, 사람들은 생명은 대체로 살아 있는 것(생명체, 생물)과 살아 있지 않는 것(무생물)을 분간해 주는 기준, 즉 목숨을 의미하며, 생물의 생활현상에서 추출해 낼 수 있는 일반적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좀더 과학적인 정의를 브리타니커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생명의 정의는 자연과학적인 시각에서 대략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즉 생리적, 대사적(代謝的), 유전적, 생화학적 및 열역학적 정의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과학적인 생명관은 생명의 외적ㆍ물리적인 사태에만 주목할 뿐 생명의 내면적인 차원, 즉 영적인 측면을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갖는다.8)
지금까지 과학적인 차원에서 또 종교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대상이 되어 온 생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해 최 교수는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생명은 일회적인 것, 내면적인 것,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 역동적인 것, 체험에 의해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 따라서 초합리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기계론적인 사고, 도식화하는 사고, 수학적․합리주의적인 사고로 파악될 수 없고 정서적인 느낌을 통해 간접적으로 겨우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생명은 의미 있고 가치가 충분한 것이기 때문에 생명이 무엇인가라고 묻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생명의 존귀함을 이해하고 생명을 고양시킬 수 있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는 것으로 그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면, 김지하 시인은 생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김 시인은 생명에 대한 정의를 다음 세 가지로 시도한 바 있다.9) 생명은 끝없이 변한다는 것이 그 첫째 정의일 수 있으며, ‘변화한다’는 그것은 결코 변치 않는다는 것이 둘째 정의일 수 있다. 셋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질서’로서의 생명은 반드시 눈에 보이고, 고정되고, 접촉되고, 들리는 ‘드러난 질서’로, 즉 갖가지 생활 형식으로 물질화 하되, 그 물질화 된 형식 안에 한 순간도 그대로 머물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 그러므로 잠정적으로 물질화 된 생활 형식과 그 형식들의 이러저러한 관계로 미루어 그 보이지 않는 생성 변화를 짐작할 수밖에 없는 데, 이 때 그것을 간략한 수나 경우나 법칙들로 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무척 복잡하면서도 심오한 그의 생명은 사상적인 기원을 동학사상에 두고 있고, 그 핵심은 실체가 아닌 생성, 우주생명, 氣 등으로 표현될 수 있고, 그 의의는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데 있다.10). 즉, 생명사상은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대ㆍ소변보는 일상적인 생활인 생물학적인 삶의 성스러운 의미를 깨닫고 그것을 실천하는 생활을 재건하기 위한 사상이요 운동이다. 특히, 지금까지 과학지식과 산업, 정치, 운동, 문화, 교육, 의식, 제도 등은 생명을 파괴, 훼손하여 왔다는 점에서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이 자유롭게 신장, 확산, 완성되게 하는 과학지식과 산업 등을 수립해야 한다.11)
2. 생명문화란?
그러면, 생명문화란 무엇인가? 김지하 시인은 생명문화는 생명사상의 실천인 생명운동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본다.12) 따라서, 생명운동으로서의 문화는 가치관의 이동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인간 내면의 깊은 심층 영성까지 감동시켜 울려내어 활동시키는 예술이어야 한다. 또한, 생명문화는 작은 생명공동체 안에 들어 있는 세계성과 지역성과 민족국가성을 동시적으로 형상해 내는 작업이다. 이는 지역문화 중심의 구심성을 가지면서 중층적 구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즉, 개인의 생활문화를 기초로 해서 민족 전체의 문화를 구성하고, 나아가서 동북아시아의 문화와 세계문화를 이루어 가는 점에서 생명문화의 과제를 찾는다. 그의 생명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문화의 중층적 구조 속에서 찾고 있다는 점에서 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3. 문화경제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생명문화
이상에서 이 글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생명과 생명문화에 대한 정의를 김지하 시인의 시각을 중심으로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그러면, 문화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생명문화를 접근할 때 우리는 어떤 특성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에 대한 문화경제학적인 정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문화경제학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호주의 쓰로스비 교수는 문화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13)
‘문화’의 첫 번째 의미는 인류학과 사회학 범주에서 사용되는 것으로서, 어떤 집단이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관습, 습관, 가치관, 풍습 등을 나타낸다. 집단은 정치, 지리, 종교, 인종 등에 따라 구분되고, 예를 들어 멕시코 문화, 바스크 문화, 유대 문화, 아시아 문화, 페미니스트 문화, 기업 문화, 청년 문화 등으로 나누어진다. 집단을 구분 짓는 특징은 몸짓이나 상징, 문서, 언어, 공예품, 구전전승, 기록전승 등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방식으로 집단의 문화를 구분하는 것이 갖는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적어도 집단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이는 어떤 집단의 구성원과 다른 집단의 구성원을 구분하는 수단을 제공한다.
‘문화’의 두 번째 정의는 보다 기능적인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서, 인간생활의 지적․도덕적․예술적 측면과 관련된 인간의 활동과 그 결과물을 나타낸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는 단순히 기술적 혹은 직업적 숙련이라기보다 오히려 계몽과 정신 소양에 의거한 활동과 관련된다. 이러한 용법에서 말하는 문화는 명사이기보다 「문화적인 재화」, 「문화 시설」, 「문화 산업」,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문화 부문」등과 같은 형용사다. 이 두 번째 정의에 보다 정확성을 부여하기 위해, 「문화」라는 말에 포함되어 있는 함의를 관련된 활동의 성격으로부터 파악할 수 있다고 하면 ‘창의성’, ‘상징적 의미’, ‘지적 재산’ 등과 같은 세 가지 특성이 시사된다.14)
쓰로스비의 문화에 대한 정의에 입각할 때 전자가 구성적 의미의 문화라고 한다면 후자는 기능적 의미의 문화를 말한다. 그러면, 문화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정의에 입각하여 지역문화로서 생명문화를 정의하면 어떻게 될까?
지역문화로서 생명문화는 한편에서 생명 사상에 뿌리를 둔 원주 지역 전체가 공유하는 태도나 신념, 관습, 습관, 가치관, 풍습 등을 나타낸다고 한다면 다른 한편에서 지역주민의 일상 생활에서 다양하게 표출되는 문화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시장에서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는 기능적인 의미의 생명문화, 즉 생명 문화적인 재화와 서비스는 다양한 문화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 거래를 통해 경제적인 가치를 초래한다. 이처럼 경제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가치를 함께 갖는 유형ㆍ무형의 생명문화는 지역의 성장ㆍ발전 과정에 필수적인 자본, 즉, 문화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III. 생명문화산업의 3층 구조
1. 문화산업의 다층구조
문화산업은 다층구조를 갖는다.15) 여기서는 일본의 이께가지 준 교수의 견해를 중심으로 문화산업의 이론화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16)
이케가미 교수는 창조, 전달, 학습, 참가라는 ‘문화의 순환’ 과정 속에서 예술ㆍ문화의 산업화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그에 따르면, 예술산업은 창조형, 정보통신ㆍ복제형, 관광ㆍ방문형 등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고, 이들의 상호작용이 예술ㆍ문화산업의 3층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예술ㆍ문화산업의 3층 구조는 지역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관점과 예술ㆍ문화를 통한 지역발전의 도모라는 시각에서 볼 때 매우 시사적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의 모색’이 보편화되면서 문화산업은 지역발전의 중핵에 위치하게 되었다.17) 일본에서의 이러한 변화 과정에 주목한 이케가미 교수는 ‘문화산업재’라는 독특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문화산업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산업’을 문화산업으로 정의한 다음, 문화산업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영역을 갖는다고 한다.
문화산업재의 첫 번째 유형은 문화산업재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영역을 형성하는 ‘창조형’ 문화산업재다. 창조형 문화산업재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창조형’ 문화산업에는 전통적으로 분류되는 장식예술과 공연예술 등과 같은 예술 서비스는 물론이고 지역 고유의 축제를 포함한 지역의 극장, 홀, 문화재, 운동장, 농장, 공방, 의료시설, 복지시설, 학교 등에서 공급되는 재화와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결국, 창조형 문화산업은 名人 藝術과 창조성에 대한 평가가 기초가 되는 산업이다.
문화산업재의 제2의 영역은 문화산업재의 창조형을 기초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저작권을 매개로 형성되는 ‘편집ㆍ복제형’ 문화산업재다. 편집ㆍ복제형 문화산업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급속한 기술혁신과 첨단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형 문화산업재와는 일정한 차별성을 갖는다. 그렇지만, 편집ㆍ복제형 문화산업은 창조형 문화산업의 질적 수준이 높지 않으면 그 시장의 확대가 어렵다는 점에서 창조활동의 질적 수준에 의한 제약이 아주 크다.
문화산업재의 제3의 영역은 ‘방문형’ 문화산업재다. 최근 멀티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창조형 문화산업재의 성과가 전 세계로 배급되게 됨에 따라 정보통신 네트워크와 복제품을 통해 창조형 문화산업재의 성과를 학습한 많은 사람들이 본래의 창조활동을 방문하고 참가하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에서는 재 방문객의 확보를 통해 ‘방문형’ 문화산업이 발전하게 된다.
2. 생명문화산업의 3층 구조
문화의 창조, 전달, 학습, 참가라고 하는 문화의 순환 과정에서 문화의 산업화 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이케가미 교수의 다층적 문화산업구조에 입각하여 생명문화의 산업화에 접근할 경우 우리는 창조형 생명문화산업, 복제형 생명문화산업, 방문형 생명문화산업 등으로 생명문화산업의 전체적인 틀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원주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자원에 의거하여 생명문화산업의 전체적인 모습을 개괄하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①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 -> 창조형 생명문화산업
: 옻, 한지, 목각, 황토방, 참 숯, 풍물, 굿, 축제 등
② 복제형 생명문화산업재 -> 복제형 생명문화산업
: 의료기(한방, 양방) 등
③ 방문형 생명문화산업재 -> 방문형 생명문화산업
: 축제(생명축제, 평화축제), 생명테마파크, 토지문화관, 박경리 문학공원 등
IV. 생명문화 산업화의 3단계와 향후 과제
원주지역의 생명문화를 산업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들이 우리들 앞에 놓여져 있는가?
우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생명문화의 산업화가 단순히 생명문화의 상업화ㆍ시장화를 촉진시켜 지역경제의 성장ㆍ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그 초점을 맞추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생명문화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문화적인 재화와 서비스이기 이전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바탕을 둔 생태 지향적인 태도인 동시에 평화 지향적인 가치관이다.18) 따라서 생명문화의 산업화는 지역주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죽임의 문화가 아닌 살림의 문화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발전과 주민의 자기실현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접근되어야만 할 것이다.
1.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
우선적으로 생명문화의 산업화는 생명문화에 부합하는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를 지역에서 발굴하고, 이를 계승ㆍ발전하는 작업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시도한 바 있는 다층적 문화산업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은 창조형 문화산업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게임 등과 같은 편집ㆍ복제형 문화산업과 지역 내외의 주민들이 학습을 통해 본래의 창조활동을 방문하고 참가하고자 하는 욕구에 의존하는 관광ㆍ방문형 문화산업은 창조형 문화산업의 다양성과 그 질적 수준에 달려 있다. 창조형 문화산업재는 예술문화로 한정되지 않고 지역의 교육ㆍ의료ㆍ복지의 영역에도 해당되고, 지역의 장인들에 의해 생산되는 지역 고유의 특산물(농산물, 공예품, 칠기, 전통섬유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원주 지역의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 것으로는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원주 옻, 원주 한지, 각종 공예품, 황토방, 참 숯, 풍물, 지역 축제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형 생명문화의 산업화는 이들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로 귀결된다.
2. 복제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
이어서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질적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복제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가 두 번째에 해당하다. 복제형 생명문화산업재는 앞에서 거론한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를 소재로 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등의 제작을 고려할 수 있지만 필자는 최근 원주시가 정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를 대표적인 복제형 생명문화산업재의 범주 속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원주에서 추진된 의료기기의 산업화는 지역의 생명사상을 중시하는 문화적인 전통과의 연계 속에서 추진되어 왔다기보다 의료기 생산의 고부가가치 산업적인 성격(이는 투자에 따른 위험부담이 큰 벤처 성격을 동시에 가지지만), 즉 경제적인 가치에 치중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원주의 의료기 산업을 생명문화 산업적인 틀에서 보게 되면 원주의 의료기 산업은 양방과 한방의 두 측면에서 볼 여지가 생기는 동시에 지역에 산재해 있는 다양한 자원들(예를 들어 원주 옻 등)이 인간의 생명 발달에 어떤 기여를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멀티미디어 산업이 성공한 지역에는 공통적으로 창의적인 계급, 특히 창의적인 예술가들이 대거 거주하면서 지역 전반에 창의적인 분위기를 제공(외부성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19)은 우리 지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주의 테크로 벨리(의료기 산업)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력의 확보와 함께 자유롭고도 창의적인 환경, 즉 문화의 형성이 필수적이다. 이는 창의적이면서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가 멀티미디어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3. 방문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
마지막으로 방문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산업화다. 기본적으로 방문형 생명문화산업재는 지역에 다양하게 산재해 있는 고유한 생명문화 자원을 체험해 보고 싶은 지역 주민과 외지인들의 욕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공 여부는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질적 우수성과 이에 대한 관람객의 공감 여하에 달려 있다. 따라서 방문형 생명문화산업재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 자원과 문화시설과 문화활동 등(볼거리ㆍ먹거리ㆍ즐길 거리 등; 테마파크, 토지문화관, 생명축제ㆍ세계평화팡파르축제 등)을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로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산업화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원주시 차원에서 지역자원을 관광자원화 하고자 하는 시도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이 경우에도 관광산업이 전체 문화산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인식 없이 지역 자원의 단순한 관광 자원화를 통한 지역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발전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재고가 요청된다.
4. 앞으로의 과제
이상의 논의는 우리에게 생명문화의 산업화를 위한 진흥 정책은 생명문화산업의 다층 구조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생명문화의 산업화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에 대한 실태 파악에서 시작해야만 한다는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의 생산ㆍ유통ㆍ소비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지역간 비교 연구가 이루어져야만 한다. 특히,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를 생산하고 있는 지역 장인들의 손노동에 대한 재평가와 그 실태 파악이 시급하다. 아울러, 창조형 생명문화산업재 사이에 정책적인 우선 순위를 정하기 위해서는 생명문화산업재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이다. 이 경우,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한 경제적인 가치에만 함몰되어서는 안되고 생명문화산업재가 갖는 고유한 문화적인 가치에 대한 평가가 함께 고려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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