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루 베리를 심었지만 아직 가지를 자르는 방법이나 비료를 주는 방법, 그리고 새로 심는 방법 등등 배울 것이 많아서 불루 베리를 분양받았던 농장에 찾아갔습니다.
철원에 있는 그 농장에 가는 길은 꽤 멀어서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길입니다.
농장 안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주인에게 이런 저런 걸 물어보느라 2시간 쯤 걸렸는데 철원이라는 지역 자체가 얼마나 추운지 몸이 떨리는 상태로 차에 올랐습니다.
오는 길에 일동에 있는 온천에 들러 뜨거운 물에 몸이라도 녹이고 가려고 네비를 켰는데 이상하게도 좁은 시골길로 안내하더니 마침내 막다른 논길까지 안내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꼬불꼬불 따라온 논길을 후진해서 갈 생각을 하니 난감해서 조금 후진하다가 벼를 다 베어낸 마른 논이 있길래 거기로 후진해서 차머리를 돌리려고 들어갔는데 발로 밟았을 때는 괜찮던 논바닥이 철벅거리며 차바퀴를 가두어버렸습니다.
엑셀을 아무리 밟아도 헛바퀴만 돌며 연기까지 나는 상황이라 도저히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차 뒤에 있던 삽을 꺼내들고 바퀴 앞의 진흙을 파서 차를 빼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삽질을 하고 엑셀을 밟아도 십 센티쯤 가면 또 바퀴가 빠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화가 잔뜩 나서 씩씩거리며 그 일을 반복했습니다.
저는 대책 없이 고생만 하는 남편에게 오백 미터 쯤 걸어가면 큰 길이 보이니 거기에 가서 애니카를 부르면 될 것을 왜 괜한 고생을 하느냐고 했더니 누구는 고생이 하고 싶어서 하느냐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이었습니다.
해는 벌써 저물어 캄캄한 논 한가운데서 얼어 븉는 추위에 온 몸이 떨려오지만 삽질하는 남편 때문에 차마 혼자 차에 앉아있지는 못해 그 곁에 지키고 서있는 시간이 점점 흘러갔습니다.
스스로를 구원하려고 보람 없는 삽질을 하면서 계속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면서 애니카에 구원 요청을 하지 않는 남편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아 저도 짜증이 났습니다.
참다못해서 저 혼자라도 큰길에 나가서 애니카를 불러보겠다고 하니 지 마음대로 하려한다며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바람에 또 저는 추운 논 한가운데서 부들부들 떨며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삽질이 끝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한 시간이 가까이 흘러가자 저는 더 이상 있다가는 정말 동태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제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지만 애니카에 연락을 했습니다.
담당자는 논 가운데 있다고 하니 큰길을 찾아보라고 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더니 남편은 그제서야 삽질을 멈추고 큰길을 찾아나갔습니다.
조금 있으니 남편은 애니카 차를 타고 논길로 돌아왔고 견인차는 논에 빠진 저희 차를 금방 빼내어 큰길까지 인도해주었습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저희는 가까운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맛있는 밥이 들어가자 남편은 그제야 얼굴이 풀렸고 우리 집 밥은 왜 이것보다 맛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한 그릇 더 시켜먹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있는 두부과자를 눈 여겨 보고는 [나 저거 사줘.]하더니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냠냠 맛있게 먹는 것이었습니다.
흙으로 만든 남자들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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