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부의 엽기범죄…'토막살해 사건'
여러 명과 바람 피다 귀찮다고 내연男 토막살해
자신의 내연남을 토막살해 하는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 4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 10월 31일 내연남 김아무개(57)를 살해한 뒤 사체를 토막내 버린 박아무개(45·여)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 달성경찰서 강력3팀 관계자는 "박아무개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김 아무개를 유인해 망치로 내리쳐 살해한 후, 사체를 토막냈다"고 사건을 설명했다.
경찰조사결과 박아무개가 내연관계였던 김아무개를 살해 한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귀찮아서 죽였다"였다. 경찰은 "남자 관계가 복잡했던 박아무개가 치밀하게 꾸민 잔혹한 살인사건"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구 달성경찰서는 지난 10월 25일 대구의 한 농가에서 남자 사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사체의 끔찍한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한 경찰은 "산전수전 다 겪은 강력계 형사지만 그렇게 끔찍한 사체는 난생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이 두 다리가 예리한 흉기로 잘려나간 채 토막 나 있었던 것. 특히 얼굴은 둔기로 수십 차례 가격을 당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잔인한 살해 방법과 사체를 토막낸 점등으로 미루어 경찰은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추정, 수사 계획을 세웠다.
경찰은 "다행히 사체의 지문이 훼손되지 않아 피해자의 신분을 확인하고 주변인을 상대로 탐문에 들어갔다"며 "죽은 피해자는 여자관계가 상당히 복잡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변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던 중 피해자의 내연녀인 박아무개의 수상한 행적에 주목, 결국 박아무개를 검거하기에 이르렀다.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번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복잡한 내연관계
대구시 달서구의 한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박아무개(45·여). 남편과는 별거 아닌 별거 생활을 하며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었다. 넉넉지 못한 생활과 자녀들의 학비를 남편의 농사일로만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기에 남편과의 합의하에 지난 2003년 대구 시내로 혼자 이사를 온 뒤 식당에 취직하게 되었다.
경찰은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지만 곱상하게 생긴 외모에 따르는 남자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혼자 객지 생활을 한 탓에 이혼녀 행세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혼녀 행세를 하며 여러 남성들과 부적절한 만남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남편과 가족들에게는 정숙한 아내이자 든든한 엄마 역할에 충실했다.
경찰은 "박 아무개가 식당에 단골로 찾아오던 몇몇 남성들의 추파를 즐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중 한 명이 이번에 죽은 김아무개였다.
건축자재를 운반하는 운수업에 종사하던 김아무개 역시 동네에서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이들은 서로의 매력에 푹 빠지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만남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이미 한 남자에게 만족하지 못할 정도로 외도에 빠져 버린 박아무개가 김아무개보다 젊고 어린 새로운 애인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이후 박아무개는 김아무개의 데이트 신청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절하기 시작했다. 이에 김아무개는 자신 몰래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박아무개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결국 다른 남자와 함께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김아무개는 "남편에게 외도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박아무개에게 새로운 애인과 헤어질 것을 종용했다.
경찰은 "김아무개가 박아무개에게 상당히 집착을 했던 모양이다"며 "(박아무개가) 자신에게 이상할 정도로 집착을 하고, 협박을 하는 김아무개의 존재가 '귀찮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귀찮다. 그냥 죽이자'
김아무개의 집착이 계속 되자 박아무개는 끔찍한 계획을 준비하기에 이르렀다. 김아무개를 살해하기로 결심한 것. 김아무개가 죽으면 자신이 편해 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아무개가 '잘못했다'며 김아무개에게 외도(?)사실에 대해 먼저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풀게 하기 위한 일종의 사전 계획이었던 셈이다.
김아무개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박아무개는 자신이 계획한 살인 스케줄을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경찰은 "남자 문제로 소원해진 관계를 회복한 후 며칠간 그와 만나며 경계심을 풀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주변 상가를 돌며 살인에 필요한 도구 등을 하나씩 구입해 나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아무개는 처음부터 김아무개를 살해 한 후 사체를 토막 낼 생각이었다. 박아무개가 구입한 물품 중에는 정육점에서 쓰이는 대형 절단기까지 있었기 때문.
이렇게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며 준비작업을 마친 박아무개는 10월 25일 오전 11시 30분경 살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평소 김아무개에게 집 수도가 고장 났다며 고쳐 달라고 얘기를 꺼내 놓았던 박아무개. 물론 이 역시 김아무개를 속이기 위한 계획 중 일부였다.
박아무개의 부탁을 받은 김아무개는 박아무개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김아무개는 즉시 박아무개가 일부러 고장을 낸 수도꼭지를 고치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얼마 후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경찰은 "수도를 고치고 있던 김아무개를 박아무개가 뒤에서 망치로 내리쳤다"며 "진술에 의하면 50여대 이상을 내리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망치로 김 아무개를 살해한 것과 동시에 박 아무개는 자신의 집으로 배달시킨 대형 절단기를 이용해 김아무개의 사체를 토막냈다. 경찰은 "미리 준비한 대형 여행용 가방에 토막낸 사체를 넣어 상체 부분은 달성군의 농로에 버리고, 다리 부분은 경북 청도의 한 야산에 버렸다"고 말했다.
이날 박아무개가 김아무개를 살해하고 사체를 토막내 유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시간. 많은 강력 사건을 접해 본 경찰들도 박아무개의 치밀한 계획에는 혀를 내둘렀다.
지난 10월 25일 경찰에 의해 죽은 김아무개의 신원이 확인되면서 범행 전모는 드러났다. 경찰은 복잡했던 김아무개의 여자관계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유독 박아무개의 행적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것을 확인하고 소환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경찰의 출두요구를 묵살한 채 박아무개는 잠적을 해 버렸다. 자신이 범인임을 스스로 자인해 버리고 만 것이다.
경찰은 박아무개의 연고지에 수사대를 급파해 수사를 벌이던 중 지난 10월 31일 대구시내의 한 여관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박아무개는 농약을 소지한 채 자살을 계획하고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대구 달성 경찰서 강력3팀 관계자는 "단순한 감정에 의해 사람을 이토록 무참히 살해 할 수 있었던 박아무개의 대담성이 놀라울 정도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