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표석화
초록 숲속에 하얀 무리
손잡고 일어섰다.
긴 허리
작은 노란 봉오리
하얀 레이스로 치장하고 소리친다
나도 꽃이야!
쏟아지는 땡볕에도
모두들 활짝 웃는다.
수수한 웃음.
개망초 웃음 속에
깊어가는 한여름.
새벽 산책
까만 어두움에
늙은 느티나무도 고이 잠들어
누구도 반겨 주는 이 없는
새벽 산책길.
눈을 들어 하늘을 본다.
사박사박
보름달,
엄마처럼 앞장 선다.
달맞이꽃
표석화
붉은 저녁 노을
서산에 잠자러 가면
감았던 눈
살짝 떠 본다.
은은한 달빛이 좋아
친구 반기듯 활짝.
달맞이꽃도
달빛이 좋아 활짝
오늘 밤엔
하얀 달빛 아래서
달마중하고 싶다.
달맞이꽃과 옆에 서서.
어부바
표석화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손주를 업은
할미의 굽은 등.
할미 등은
넓고 따뜻하다.
편안하다.
초록 숲의 노래
표석화
사랑을 부르는 노래
멋쟁이 도시 매미
방충망에 붙어
아침을 연다.
시골 정겨운 매미
엉덩이 들썩이며
사랑 노래 부른다.
나는 숲속에 혼자 앉아 매미 소리에
멱 감는다
콩 타작
표 석화
오학년 실과 시간에 심은 콩
꼬맹이들 사랑 먹고 자란다.
뭉게구름 찾아 온 날
치근대는 잡초 뽑아주고
순 집어 준 콩
콩깍지 맺었다.
콩깍지 속
형제들이 알콩달콩
어떤 꿈을 펼칠지
궁금해 진다.
뙤약볕 내리쬐는
운동장 모퉁이에 모여
회초리 들고
싱글 벙글 웃으며
콩단을 신나게 때린다.
무서워 이리 튀고
아파서 저리 튀고
모여 있는 콩보다
도망 간 콩이 더 많다.
신나는 콩타작.
물봉선화
표석화
자두나무 그늘 아래
물봉선화 한 무리 곱게 피어나고
고라니, 청솔모, 쫒던 손발에
벌건 물이 들었다.
하하하, 호호호
누구에게 자랑할까?
마당가에 앉은 할미에게
후다닥 뛰어 간다.
발자국
표석화
큰 장화 빨강 장화
쿵쿵거리면
감자 싹이 돋아나
상추, 고추 자라고
장화 신은 아기
뜀박질에
제비꽃 살그머니 피어나
보랏빛 길 만들고....
콩콩, 쿵쿵
찍은 발자국마다
웃음이 담뿍담뿍.
그리운 엄마
표석화
멀리 있어
보이지 않아
그리워서 어두운 거야.
예쁜 꽃무늬
좋아하시던 울 엄마.
빛바랜 환자 복 벗고
송화 향기 그윽한 안식처에서
하얀 나비로
나풀나풀
나와 함께 춤추자 하네.
장독대
표석화
종이 버선 오려 거꾸로 붙여
귀신 쫓는 우리 할미.
새끼줄 꼬아
솔가지, 고추, 숯덩이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장 항아리 닦는 엄마.
장독 옆에
까망 분꽃 씨앗 심고
시집가는 날 잡은 후
기도하는 우리 언니.
항아리마다 출렁출렁
하늘이 담기고,
아침 저녁 꽃잎 매만지던 언니
나날이 얼굴 붉어지던
장독대.
카페 게시글
돌꽃 표석화
개망초 외9편 동시
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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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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