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위인의 깊이 또한 그 때라서야 바로 드러난다.
그러함이니, 실로 난세란,
너와 나를 비추는 색경(色鏡)이라 하겠다.
日走月步,趨不同舍。夫妻反目,君主失國。
(焦氏易林)
초씨역림의 괘사 가운데 하나다.
일월이 모두 제 자리에 자리 잡고 만물을 비추어야 하는데,
서로 찢어져 달려 나가고 있은즉,
부부 사이가 반목하고,
군주가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
지금 같은 난세는 日走月步는 물론,
개개인도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꾀하기 바쁘다.
실로 이러할 때,
사람의 참 인격이 드러나고,
국가의 문화 깊이가 드러나고 만다.
난세란 결국 사람, 문화를 재는 바르고도 엄정한 척도라 하겠다.
하기에,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BCE 770년 ~ BCE 221년)에,
제자백가(諸子百家)가 출현하였다.
결국 그 참혹하였던 난세에,
바른 인간을 가늠하는 척도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나는 한 동안, 도무지 이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어두운 고대에,
그 한 줌도 아니 되는 사람들이,
어찌하여 저토록 찬란한 문화, 사상, 철학을 창출하였는가를.
헌데, 차차 깨우치게 되었다.
실로 난세가 되어야,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나며,
이 때라서야, 총명한 이가, 바른 도리를 찾아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리 깨지고, 저리 자빠지며 비로소.
그러함이니,
난세를 맞아,
이를 깊은 공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마냥 끌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절호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일생 이런 공부 자리가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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