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16字 노래 속 저주
오늘 이야기는 「만엽집」 권10 1864번의 원문에서 우리 옛말을 찾아 풀이한 내용이다.
원문의 내용은 이러하다
足日木之 山間照 櫻花 早春雨爾 散去鴨
(족일목지 산간조 앵화 조춘우이 산거압)
먼저 첫구절 <足日木之(족일목지)>는 <큰 베개가> 라는 뜻과 <여왕 베기가>의 이중적 의미라고 한다.
(이 내용을 지난번에 설명했다는데, 그 날짜 신문을 스크랩하지 않았는지 없다.^^)
그다음 마디의 ‘山(산)’의 옛말은 ‘뫼’인데. 이것은 ‘여자’, ‘여음’, ‘무덤’ 등 다의어(多義語)로, 겉 노래로는 ‘여음’으로, 속 노래 쪽에서는 ‘여인’으로 쓰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다음 마디 속 <櫻花(앵화)>는 벚꽃이다.
활짝 피어서 곧장 지는 벚꽃의 일본말은 <사쿠라(さくら)>이며 한자로는 ‘櫻’(=桜; 앵두나무 ‘앵’)이라고 쓴다.
작가는 이 <사쿠라>의 원어는 <사그라지는 것>이라는 뜻의 우리 옛말 <사그라>와 이어지는 낱말임을 「만엽집」의 노래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앵마내(櫻麻乃;「만엽집」 권10 2687번)>, <앵마지(櫻麻之;권12 3049번)>의 일본어 해석은 그들 스스로가 확실하지 않다는 주석을 달 정도로 어색하지만, <앵마내>는 ‘사그라 마네’ 즉 ‘사그라지지 말아야하네’, <앵마지>는 ‘사그라 마지’ 즉 ‘사그라지지 말지’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다음 마디의 <春(춘)>은 일본말로 ‘はる(하루)’라고 읽는다.
이것은 ‘벌이다(예;벌판)’라는 뜻의 우리 옛말 ‘바루’ ‘버루’에서 옮겨진 말인데, 봄은 벌판 가득 경작을 벌이는 계절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렀는지 모른다.
‘はる(하루)’의 고대음은 ‘ばる(바루)’였음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雨(우)>의 일본말은 ‘あめ(아메)’, 우리 말은 ‘비’이다.
이것도 백제의 옛말이라고 설명한다.
‘아’는 끝을 뜻하는 백제말로, ‘가장 높은 끝’, ‘가장 아래쪽의 끝’ 등 모든 ‘끝’이 포괄되어 있다.
‘매’는 백제말로 물이다. 그러니까 ‘가장 높은 끝’인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인 ‘비’를 백제말로 ‘아매’라 했고 이 언어가 일본에서 ‘あめ(아메)’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散(산)>의 일본어 새김은 ‘ちる(치루)’로, ‘지다’, ‘흩어지다’의 뜻이다.
이것은 꽃잎이나 나뭇잎이 진다는 뜻의 우리말 ‘질’에서 연유한 일본 말이다.
여기에서는 ‘치루’라는 말로 ‘찌른다’의 옛말 ‘지르’를 표현하고 있다.
겉 노래에서는 ‘찔러넣는’ 행위로, 속 노래에서는 ‘칼로 찌르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엽집」의 시가에는 정치적인 반역 모의나 신랄한 체제 비판을, 감시자의 눈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애가로 위장하였는데, 작가는 겉으로 드러난 성애의 내용이 너무나 노골적인 것조차 마치 음담으로 욕하는 행위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위 16자로 읊어진 노래에는 무려 9자나 되는 <칼>을 암시하는 글자가 박혀, 살의(殺意)를 숨기고 있다고 다음과 같이 밝힌다.
1-2. 日木(비기): ‘칼로 베는 일’의 옛말
3. 之(갈) : ‘칼’의 옛말
4. 間(간) : ‘간'은 '칼’의 뜻
5. 花(고지) : ‘칼로 꽂음’의 옛말
6. 雨(비) : ‘칼붙이’의 옛말
7. 散(지르) : ‘칼로 찌름’의 옛말
8. 去(갈) : ‘칼’의 옛말
9. 鴨(가모) : ‘칼을 갈겠다’ 뜻의 옛말
작가는 노랫말을 낱낱이 들어 구차하게 설명한 것은, 오늘날 우리가 일본어로만 알고 있는 말들이 실은 우리 옛말에 뿌리두고 있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인다.
이 글은 1993년 5월 30일부터 조선일보 일요판에 연재된 기획물 ‘노래하는 역사’를 간추린 내용이다.
더불어 스크랩한 신문의 뒷면에 실린 30년 전의 사회 실상을 추억하는 내용을 덧대었다.
* 작가 李寧熙(1931-2021) 선생은 이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화작가, 한국일보 기자, 논설위원을 역임하였다.
* 만엽집(萬葉集·まんようしゅう /만요슈)
8세기 나라 시대에 편찬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 모음집( 20권 4,516수).
5세기부터 8세기까지의 시가이지만 대부분 7세기 초반에서 8세기 중반에 지어짐.
당시 일본에는 문자가 없어 우리의 향찰(이두 문자)와 비슷하게 일본어 발음을 한자로 표기.
그러나 문자에 대한 해석이 완전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번역되고, 현재도 정확한 의미가 불분명한 것들이 있다. 만요슈의 많은 노래는 중국, 한반도(특히 백제)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30년 전쯤에
광고 : 한국가구 “역시 이태리 가구는 달라”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1966년에 설립된 클래식 가구 전문 업체이다.
매출액이 1천억 규모인 것을 보니 아직도 이태리 가구는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광고 : 장편소설 “밤의 대통령”
범죄 세계의 최고 권력자를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
워낙 나라마다 대통령에 대한 이슈가 많은 시대이다 보니(그중 우리나라가 으뜸^^), 사전적 의미를 찾아본다.
대통령(大統領): 명사. 공화국의 원수. 모든 행정을 통할하고 국가를 대표함.
큰 ‘大’ / 큰 줄기 ‘統’ / 옷깃 ‘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