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살다가 남편의 직장 사정 때문에 서울로 이사왔다. 전학 와서 달라진 학교생활에 적응해야 했던 딸처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익숙지 않은 이웃과 주변 환경은 스트레스였다. 베란다에서 내려다 본 바쁘고 복잡한 서울, 누군가를 새롭게 만나야하는 일은 쉽지 않아보였다. 서울생활은 점차 삭막한 이미지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성당 가족의 소개로 행복한나눔 가게를 알게 되었다. 개인이나 기업체로부터 기증받은 물건을 필요한 사람에게 싼 가격으로 파는 가게. 그 곳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세 시간동안 청소하고 물건을 정리하고 파는 일을 했다. 처음엔 ‘저 가격에 물건을 팔아 임대료나 건질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했다. 물건은 사지도 않으면서 구경하며 일거리를 만드는 사람, 싼값임에도 불구하고 깎아 달라고 떼쓰는 사람, 물건을 슬쩍 가져가는 사람 등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봉사하려는 마음에 먼저 짜증부터 일어나기도 했다.
2년 가까이 봉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눔을 실천하는 이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 같으면 그냥 버렸을 물건을 번거로운 수고를 해가며 기증하는 고마운 분들, 또 물건을 구입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보내는 분들, 봉사하러 오시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되면서부터 내 생활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어갔다. 특히 무심코 버리게 되는 물건들이 다른 이에게는 꼭 필요한, 아주 소중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행복한나눔 가게에서 봉사하는 동안 나의 서울생활은 어느덧 온정이 넘치는 따뜻한 마음으로 바뀐 것이다...‘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이 기분 좋은 하루가 되도록 밝은 모습으로 봉사해야지.’세 시간여의 짧은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렇게 되 뇌이곤 한다. 우리 동네사랑방 역할을 하는 행복한나눔 가게가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