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선생님을 만나러 갔는데,
아차! 뭐가 잘못됐는지 김용택 선생님은 지리산 칠상사에 가셨다네요.
(어린 편집자의 실수....)
그냥 허허, 웃고는 섬진강 쪽으로 달려갔어요.
섬진강을 쭉 돌아 보는 길,
다리를 건너 다시 돌아가는 길....
물새 한 마리 없는 조용한 섬진강 줄기....
겨울강은 침착합니다.
그래서 사람까지도 침착하고 고요하게 만들지요.
며칠 전 엄청난 눈이 내렸대요.
다행히도 지금은 길이 뚫렸네요.
덕치초등학교...
이름모를 나무들이 20여 그루 쭉 늘어서 있어요.
(김용택 선생님에게 무슨 나무인지 물어봐야겠어요.)
학교는 지금 한창 공사 중입니다.
쿵쾅 쿵쾅 벽을 부수고, 창문을 뜯어내고...
고요한 산골에 망치 소리만 들립니다.
몇 살이나 먹었을까, 저 소나무는....
쇠막대에 의지하고 간신히 서 있는 소나무는 이 산골 마을의 모든 역사를 알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소리, 새소리, 사람 소리 모두 들이마시고 자랐을 테니까요.
요즘엔 어딜 가든지 나무 이름이 궁금하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묻곤 합니다.
진뫼 마을 입구에 서 있는 기념석....
김용택 선생님 어머니를 만나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니....
왁자지껄 신발들이 반갑게 맞아주네요.
"나 시방 머리에 염색하고 있었어."
반갑게 스스럼없이 맞아주시네요.
왼쪽이 김용택 선생님이 태어나고 자란 집입니다.
담벼락에 붙은 덩굴이 정겹네요.
강을 마주보고 훤히 트인 곳에 놓여 있는 집...
하지만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대요.
이 집 앞에 곡식 창고가 있었는데, 이 곡식창고가 턱 가로막고 있어 운이 안 트인다 하여 허물었다고 하네요.
마당 잔디밭은 꺼뭇꺼뭇 불 놓은 자리가 보였어요.
내가 여기서 시집와서 평생 살았어.
저를 마치 딸처럼 대해주시는 어머님....
어쩜 이렇게 사근사근 다정하신지요.
김용택 선생님의 방을 보았어요.
삼면 벽 모두 책으로 꽉 들어차 있고, 쌓인 책 가운데 사모님의 활짝 웃는 사진을 올려놓았네요.
오래된 비둘기집...
여기서 비둘기가 알을 낳고, 또 알이 깨서 비둘기가 되고,
또 그 비둘기가 알을 낳고, 또 그 알이 깨서 비둘이가 되고....
나무도 집도, 모든 게 예쁩니다.
저 은행나무를 보세요.
어떻게 저렇게 키울 수 있을까요?
오늘, 김용택 선생님을 뵙지는 못했어도, 저는 김용택 선생이 어떤 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에 정성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면....
어머니, 다음에 또 놀러올게요.
그려, 그려.
우리는 그렇게 아쉬워하며 헤어졌어요.
우리 아들이 마당에 회초리만한 것을 심었는데 저게 저렇게 큰 거야.
그래서 저기다 심었지.
참 아름다운 느티나무입니다.
자랑할만한 느티나무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또 하나의 느티나무....
봄, 여름, 가을 마을 사람들의 쉼터입니다.
냇가에서 끌어올린 반들반들 돌의자들이 기나긴 세월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안녕, 진뫼마을....
다음에 또 보자...
산으로 폭 둘러싸여 바깥세상 소식 모르고 지내며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을까?
발 아래 아름다운 강물이 반짝이고,
등 뒤 묵직한 산들이 속삭이는 이곳 진뫼마을....장산마을....
돌아서며 생각합니다.
파릇파릇 새싹 돋아 온 마을 푸르를 때 꼭 다시 오리라.
그때는 김용택 선생님이 안내해 주겠지?
첫댓글 부피에와 함께 걸어 걸어 갔던 그 곳이네요. 마지막 느티나무 사진 아래서 아픈 다리 어루 만지며 쉬었던 기억이 새로운 사진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섬진강 길도 걸어봤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가서 김용택 선생님은 못 만나고, 그 어머님하고 실컷 얘기만 하다 왔답니다. 출판사팀의 착각으로 약속날짜가 서로 어긋나고 말았어요. 하지만, 참 좋았어요.
그 어머님께 꿀 한 병사온 게 생각나네. 역시 아름다운 마을이야.
끌을 사가셨어요? 선생님이 사가셨다는 얘기지요? 저는 어머님이 차려주시는 밥을 먹고 싶었는데....왠지 소박하고 정감있는 밥상일 것 같아서요.
환경이 시인을 만들어 주었나봅니다. 산의 정기를 받고 흘러 내린 서정의 물줄기가 김용택 시인을 섬진강 시인으로 키웠겠지요.
산과 강이 있는 곳에서 자란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일 거예요.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어뚱(어리석고 뚱딴지같은)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농경에서 산업,정보화로의 급성장 과정에 '돈만능'주위에 온 국민이 빠져 헤어나질 못하고 있어요. '자연의 정서'를 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세대들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출판사에서 사과전화 왔어요. 김용택 선생이 약속 잘 지키기로 유명한 분인데 어찌된 일인지 본인도 당황하더라고....깜빡 잊을 수 있겠지요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