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제 1화 고부간의 갈등 편 ..... 버리려는 자와 찾으려는 자
저녁에 75세 되신 어머니가 주방에서 무언가를 분주히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아내를 찾습니다.
“애미야~~~나무 주걱 못 봤냐?”
“아뇨 못 봤는데요~~~”
어머니가 아내를 새초롬히 쳐다봅니다.
“혹시 버린 거 아니지?” 아내가 펄쩍 뜁니다.
“어머니는 제가 뭘 버려요~~잘 찾아보세요.~~뭐만 없어지면 다 내가 버렸데....”
펄쩍 뛰는 아내의 모습에 어머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용도 실로 나가십니다.
아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아내의 오른쪽 눈이 찡긋하더니 검지손가락이 입술에 놓여 집니다.
양들의 침묵 포스터 속에 조디포스터가 생각납니다.
이틀 전 오래된 주방용품 몇 개를 아내가 출근하는 제 가방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먼 곳에서
조용히 처리하라는 임무를 주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니가 뭔가를 또 찾습니다.
“애미야~~빨간 소쿠리 못 봤냐?”
아내가 베란다 창고에서 빨간색 소쿠리를 찾아옵니다. 그리고 한마디 합니다.
“어머니는 항상 어디 놓고서 못 찾으시더라.....나무주걱도 어디 놔두시고 못 찾는 거 아니에요?”
아내는 두 개를 버리고 하나를 숨겨 놓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를 찾아주며 버린 두 개의 행방을
오리무중으로 만듭니다. 저희 집은 오늘도 버리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숨 막히는 두뇌게임이
계속 됩니다.
다음 편 예고~~며느리에 집착하는 시아버지 편 : 애미야~~헉 아버님...너 외박....아뇨....
시아버지 못 믿어?....절 제발...내버려......
제 2화 며느리에 집착하는 시아버지.....감시하는 자와 벗어나려는 자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으로 나오는데 아침 준비를 하시던 어머니가 저를 조용히 부릅니다.
“애미 자고 있지?”
“네”
어머니가 아버지를 부르며
“이 영감이 잘 자고 있는 며느리 외박했다고 아침부터 난리야~~”
올해 83세 되신 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여십니다.
“그럼 며느리 신발이 왜 안보이냐? 신발장 아무리 찾아도 없어? 그래서 안 들어 온지 알았지”
저희 아버지는 아침마다 식구들 신발을 정리하십니다. 닦을 거 닦고 어디 떨어진데 없나 꼼꼼히
살피고 간단한 수선도 해줍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식구들 신발에 집착하십니다.
간밤에 외박했다는 누명을 쓴 아내가 부스스 방을 나옵니다.
“아버님 신발 수선 맡겼어요. 뒤축이 달아서” 아내의 말에 아버지가 그제야 고개를 끄덕입니다.
“안 그래도 이번 주에 내가 갈아 주려고 했는데..... 시애비 못 믿냐?”
“아버님은 무슨 제가 아버님을 왜 못 믿어요....그냥 전 아버님 실력을.....” 아내가 총총히
방으로 사라집니다.
아버지는 뭔가 아쉬운 듯 신발장을 서성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된 손자 녀석의 신발을
꺼내서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이때 어디선가 불쑥 뛰어나온 아들 녀석이 굵직한 음성으로
할아버지 귀에 속삭입니다.
“할아버지...제발...뽄드는....아직 a/s 기간이에요” 아버지는 그래도 뭔가 아쉬운 듯 쉽게
신발을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저희 집은 본드를 바르려는 자와 피하려는 자들의 눈치
싸움이 이어집니다.
다음 편 예고 ~~43살 마마보이 편 : 우리 아들.....밥 먹어라....계란말이...엄마 엄마 케찹....
엄마 사랑해
제3화 43살 마마보이 아들
3대가 사는 저희 집은 아침 식사 시간이 제각각 달라 아버지와 제 아침밥은 어머니가 차려
주십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나이 탓인지 식탁 앞에서 어머니의 잔소리가 많아지셨습니다.
그날도 계란말이가 아침 식탁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심코 옆에 있던 케찹을 접시에
짜 놓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던 어머니가 한 말씀 하셨습니다.
“케찹을 뭐 그리 많이 짜냐?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그냥 넘어가면 되는 말이었는데 그날따라
제가 말대꾸를 했습니다.
“거 케찹 짜는 거 가지고 뭐라 그러세요? 요즘 들어 엄마 잔소리 많아지시는 거 알아요?”
아침부터 케찹 때문에 43살, 75살 모자 지간에 신경전이 붙었습니다.
이후로 몇 마디의 말이 오가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때쯤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에 어머니하고 한바탕했다며?”
“한바탕은 무슨 그냥 아침부터 잔소리 하시기에 나도 한 마디 했지...요즘 엄마 잔소리
많아지신 건 사실이잖아”
“그래도 그렇지 어머니 많이 속상하시데... 잘 먹지도 않는 케찹 짜 놓는 거 말 한마디 했다고
잔소리라 그랬다고... 어머니 입장에서는 서운하지...나도 얼마 전까지는 몰랐는데 형우
고등학생 되고 커지다 보니까 뭐라고 한마디 하면 대들고 말대꾸 하고 어쩔 때는 얼마나
서운한지 알아? 어머니는 오죽하시겠어?”
퇴근길에 아내에게 전화해서 부모님 모시고 집 앞 해물탕 집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너희들
끼리 먹으라는 부모님을 아내가 억지로 모시고 나왔습니다.
어머니 좋아하시는 해물찜 대짜 하나가 놓였습니다. 그리고 각자 소주 한잔씩을 앞에 놓았습니다.
어머니가 아직도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반찬을 내려놓은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저 죄송한데 혹시 케찹 있으면 조금만 주실래요.”
아주머니가 반찬으로 나온 샐러드에 케찹이 모자랐다고 생각했는지 샐러드 그릇 한쪽에
케찹을 짜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우 한 마리를 정성스럽게 까서 소주 한잔과 함께
케찹을 듬뿍 찍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빤히 보고 있는 어머니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내가 케찹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뻔했습니다.
“썅~~~x의 시끼”
어머니 사랑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