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이른 봄, 아직 한기가 채 가시지 않아 새싹들이 잔뜩 터질 준비를 하는 때에 강릉을 갔었습니다.
강릉 갔던 일은 따로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한 번 가 보리라 마음먹었던 초당성당을 찾았습니다.
본디 여행 목적은 완수하고 틈을 이용해 이렇게 찾아봄은 하나의 '보너스'인 셈이어서 흡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오로지 이 답사만을 위해 찾았더라면 오히려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도 있으련만, 넉넉한 여유를 가진 '보너스'답사라 더 그런 건 아닌지요~
우리나라 어딜 가나 도시든 시골이든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
이곳 초당동에도 특색없는 예의 그런 아파트 그것도 고층 아파트단지가 있는데 어떤 아파트인지 그 이름은 기억도 안나고 사실은 주의를 기울여 보지도 않았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려면 그걸 적어놨어야 했다고 후회를 했으나 이내, 사실 그곳을 찾은 것은 네비게이션이었으니 나중에도 그렇게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런 어느 아파트 단지의 주변머리 비탈길에 면한 자투리 못생긴 땅에 눈을 끄는 것은 원통형의 하얀집이었습니다.
으례 성당이면 하나쯤 세워놓고 보는 종탑, 십자가탑 하나 없이 언뜻보면 성당다워(?) 보이지 않는 성당이 초당성당입니다.
원형의 평면에 창문이라고는 세모창 하나밖에 안보이는 단순한 집.
그 하나뿐인 창문은 스테인드 그라스로 장식되어 성당 로비를 은은하게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벽에 창이 없는 집 치고는 내부가 상당히 밝았는데, 그것도 쾌적한 자연채광임을 느껴 위를 바라보니 건물 가장자리로 천창(Skylight)이 뚫려 있군요~
원통형의 단순한 성당 외벽면은 흰 타일을 깨뜨려 불규칙적으로 붙여 단순함 안에서의 단조로움을 피해가고,
내부 벽면역시 순수한 노출콘크리트면을 정(釘)으로 쪼아, 차가운 삭막함을 피해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노출콘크리트의 경우 재료의 극한적 테크닉을 과시하려는 나머지 그 정교함이 비인간적인 냉정함을 주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이 집의 설계는 건축가 김영섭이 맡았습니다. 좋은 성당 설계를 많이 한 건축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가 설계한 성당으로는 안양중앙성당, 부천 심곡부활성당, 청양성당 등이 있습니다.
이 성당의 성미술은 여러 작가들이 참여했군요.
성당 입구의 성모자상(화강석)은 최봉자레지나 수녀(영원한도움의 성모 수녀회)의 작품이고,
성당 로비에 유일한 유리화는 최영심의 작품인 것으로 보입니다.
성당 내부 제단의 제대, 십자가상, 감실 등은 故장동호의 작품입니다.
故장동호 조각가는 재주있고 신선한 작품을 많이 선뵈었는데, 한창 활동할 젊은 나이에 요절해 많은 사람이 참 아까워하고 있습니다.
성당 복도에는 '십자가의 길'을 새긴 청동 부조판이 붙어 있는데, 등장 인물들이 모두 우리나라 현대의 젊은이들의 모습과 옷차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치 '민주화 운동'의 한 장면같이도 보이는군요. 예수 그리스도가 현대 우리나라에 재림했다면 이런 모습일 것으로 작가는 그린 것 같습니다. 조각가 임송자의 작품입니다.
첫댓글 주위 환경에 걸맞지 않게 깔끔한 건물이군요. 외경도 이 건물만큼 아름다웠으면 더 좋았을텐데... 어려운 여건에 이만한 작품이 나왔다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건물,,곳곳의 사진...흥미롭게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