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6. 즉심(卽心)
남전(南泉)이 시중(市衆)하여 말하였다.
“강서(江西)의 마 대사는 마음이 곧 부처라 하거니와 나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라 하리라. 이렇게 말하는 것이 허물이 있는가?‘
이때 조주(趙州)가 나와서 절을 하고 돌아가니,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물었다.
“상좌께서 절을 하고 돌아가는 뜻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조주가 말하였다
“그대는 화상께 여쭈어 보라”
그 스님이 선사에게 물었다
“아까 심(諗 : 趙州) 상좌가 절을 한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그가 도리어 나의 속마음을 알았구나”
대각련(大覺璉)이 송했다.
아두운 밤 빈 방에 도적이 들었는데
곁에는 다행히 선타식(仙拖識)이 있었네.
기회를 보고도 잡지 않아 머리를 싸매고 달아났도다.
딴 사람 오니 또다시 이웃집을 찾아서
이웃집에 몰래 들어가 가시밭에 숨었네. 돌(咄)!
훔친 물건 모두가 내 물건 아닐세. 돌(咄)!
취암종(翠嵓宗)이 송했다.
마음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라니
나타(那吒)가 밤중에 창룡(蒼龍)의 굴에 들었네
철 채찍으로 명월주(明月珠)를 때려 부수니
온 누리 모두가 먹물을 분 듯하여라.
불안원(佛眼遠)이 송했다.
불조의 광장에서 창을 들지 않았거늘
후인들의 공연히 헛소문을 퍼뜨리네
도덕이 태평하니 천자의 영 전하지 않고
시국이 깨끗하니 태평가를 부르지 않네.
경산고(徑山杲)가 송했다.
배를 기울이고 창자를 쏟아 모두 말했는데
어찌하여 아직도 중얼대고 있는가
지금 갑자기 꽉 붙들어
세상에 일 없는 이에게 주는 것이 좋겠네.
죽암규(竹庵珪)가 송했네
벌떡 일어나서 떠날지라도 3만 리요
당장에 그만둔다 하여도 8천 년이라
그대 위해 분명히 다시 말해 주노니
제방에서 차례차례 전갈케 하라.
묘지곽(妙智廓)이 송했다.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아니라니
모두가 원앙새를 억지로 수놓은 것일세
같은 기개 마주 봐도 주저하나니
금강의 골통 뒤에 무쇠쪽을 붙인다.
개암붕(介庵朋)이 송했다.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아니라니
1ㆍ2ㆍ3ㆍ4ㆍ5ㆍ6ㆍ7이라.
고단하면 천축 곡우(穀雨)이전의 차를 생각하고
목마르면 동정호 상강(霜降) 뒤의 귤을 생각한다.
황룡심(黃龍心)이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라 하리라”고 한 말을 들어 말하였다.
“옛사람의 이런 말이 비유하면 마치 대통으로 표범을 엿보는 것 같아서 겨우 반점 하나만을 보았다 하리라. 설사 숲에 들어가도 풀을 흔들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파도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여도 역시 말을 타고 빙판[氷凌] 위를 가는 것 같다. 만일 새매를 쏘는 솜씨라면 어찌하여 뱀 대가리에다 가려운 곳 긁지 않는고? 관문을 통과한 이는 한번 가려보라”
운문고(雲門杲)가 상당하여 이 이야기를 들어 말하였다.
“이 두 노장이 신발 속에서 손가락 튀기는 짓에 능숙하였으나, 곁에서 보는 이가 추하게 생각하는 줄은 전혀 모르는구나.”
또 보설(普設)하여 말하였다.
“방 안에서 형제들에게 묻기를,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니 무엇인고?’라고 하면, 묻기 전에는 다행히 집안에 앉아 있었으나 그가 ‘무엇인고?’하고 묻자마자 얼른 제자리를 떠나서 문 밖으로 뛰쳐나가는지라 마치 사람들에게 묻기를, ‘그대 지금 어디에 있는고?’하면, ‘집안에 있소’하고 대답하다가, 대뜸 집안 일을 물으면 당장에 집안 일을 잊고 밖으로 달려나가서 대꾸할 말을 찾는 격이니, 이른바 ‘털끝만치 어긋나면 천리를 잃는다’고 한 것과 같으니라.”
※ 중국 속담에, 예전에 어떤 사람이 임금과 대담하다가 말끝을 잊어 궁색해지자 머리를 숙이고 신발 속을 긁적였는데 신발에서 나는 냄새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임기응변에 능한 것을 비유하게 되었다.
說話
“강서의 마 대사는[江西馬祖]……”이라 함은 마 대사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요, 물건도 아니라고 말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렇게 수시(垂示)한 뜻은 다만 허물이 있느냐[還有過麽也]하는 한마디를 묻기 위해서이니, 만일 허물이 있다면 어떤 허물이 있으며, 허물이 없다면 어찌 허물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함이다.
“조주가 절을 했다[趙州禮拜]”함은 숲에 등어가되 풀을 움직이지 않고 물에 들어가되 물결을 일으키지 않는 도리이다.
“상좌께서 절을 하고[上坐禮]……”라 함은 “그대는 화상께 여쭈어 보라[汝却問取和上]”한 구절이요, “그가 도리어[他却]……”라고 한 것은 서로 미루고 말하지 않는 뜻인가? 만일 말하기를 미룬대서야 어찌 되겠는가?
대각(大覺)의 송에서 첫 구절은 남전을 이른 말이요, 둘째 구절은 조주를 이른 말이다. “기회를 보고도 잡지 않았다[見機不捉]”함은 남전을 이른 말이요, “머리를 싸매고 달아났도다[抽頭出]”라고 함은 조주를 이르는 말이며, “딴 사람 오니[人來]……”라 한 것은 그 스님을 이르는 말이요, “이웃집에[隣家]……”라고 한 것은 역시 조주를 이르는 말이며, “훔친 물건 모두가[幷贓]……”라고 함은 어디서 더듬어 찾으리요 하는 뜻이다.
취암(翠巖)의 송은 남전이 “물건도 아니라 하리라.[不是物]”고 말한 구절을 송한 것이다.
불안(佛眼)의 송은 “마음도 아니요, 부처도 아니며, 물건도 아니라 하리라”고 한 것이 공연히 헛소문을 일으켰다는 뜻이다.
황룡(黃龍)의 거화(擧話)에서 “마음도 아니요[不是心]……얼음 위를 가는 것 같다[氷凌上行]”함은 칼날 위에서 광대를 안다는 뜻이요, “만일 새매를 쏘는[若是射鵰]……”이라 함은 모름지기 칼날 속에 몸을 숨길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운문(운문)의 상당은 황룡의 뜻과 비슷하나 좀 다른 곳이 있으니, 황룡은 허공으로부터 뛰어내려야 한다고 했고, 이 대목에서는 걸음마다 높이 올라야 한다고 했으니, 허공으로부터 뛰어내리는 것이 어디서 얻어진 소식인가 함이다.
보설(普說)한 뜻은, 만일 몸을 움직이고 걸음을 옮기면 옳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니, 앞의 상당과 뜻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