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쉬어가는 의미로 화제를 약간 돌리면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나는 원래 목장을 하고 싶어서 농대를 갔다. 그런데 내가 시론교수가 되고, 시인이 된 것은 전적으로 문덕수 선생과의 만남 때문이다. 문덕수 선생 추천으로 《시문학》을 통해 시인이 되었고, 문덕수 선생을 지도교수로 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교수가 되었다.
문덕수 선생은 시론 없는 시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서, 나는 시만 쓰는 시인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나름의 시론을 탐색하고, 결국 디카시론도 펼치게 된 것 아닌가 한다.
문덕수 선생은 시론가로서 새로운 시론에 관심이 많다. 제자가 자기 나름의 새로운 시론을 주창하니까, 꽤나 유심히 지켜보면서 어떻게 나가는지를 주시한 것 같다. 그러면서 한 마디씩 조언을 하기도, 때로는 본격적인 시론으로 디카시의 의미를 짚어주기도 했다.
“이상옥(李相玉) 시인의 <디카시전>이 8월 16일(화)~8월 21일(일)까지 경남문학관(경남 진해시)에서 개최되었다. 현재 마산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인 이시인은 이른바 디카시집 『고성가도(固城街道)』(2004.9)를 상재하면서부터 "디카시"라는 새로운 장르를 주창하기 시작했다.
'디카시'란 극순간의 감동장면을 디카로 촬영하여 다시 문자화한 시를 의미하는 것 같다.
사진과 언어의 합작품이지만,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이 시작(詩作)에서 중요시하게 된 이면에는, 비단 카메라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무시해 왔던 펜과 원고지는 물론이요, 워드프로세서, 컴퓨터, 기타 시쓰기에 참여하는 모든 환경, 이를테면 자연, 사회, 문화 등의 환경적 시스템 전체에 대한 재인식이 존재한다.
따라서 '디카시' 하나만 하더라도 이 장르명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시쓰기는 시인 개인의 내부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인 개인을 넘어서는 사회, 문화, 자연 전체의 시스템으로 확산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는 시인(poet) 개인 창작이라기보다는 자연,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치는 일종의 '에어전트'(agent)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시인(poet) = 에이젠트(agent)다.”
이 글은 월간《시문학》 2005년 9월호 '문단포스트'이다. 시론가인 문덕수 선생의 탁견이다. 디카시에서 시인은 에이전트라는 말의 의미가 내가 쓰는 에이전트와 꼭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전적으로 시인 개인의 능력만으로 쓰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 쓰는 도구의 문제도 제기한다. 예전에 시를 원고지에 펜으로 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워드프로세스로, 컴퓨터로 쓰다가, 급기야 디지털카메로도 시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되었음을 보인다. 디카로 시를 쓴다고 하는 것을 보수적 입장에서는 전혀 납득하지 못 할 법한데, 문덕수 선생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인다.
시와 디지털카메라의 관계에 대해, 문덕수 선생은 월간 《시문학》2012년 10월호에 발표한 <디카시와 하이퍼시와의 관련성>에서 좀더 본격적으로 말한다.
“디카는 “디지털 카메라‘의 준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생산되고 있고, 이제는 스마트폰에도 장착되어 있으므로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과학기기인 이 디카가 시쓰기의 주체인가, 아니며 단지 보조기구인가 하는 것입니다. 정답은 주체라고도 할 수 있고 보조기구(원고지나 펜 같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TV나 컴퓨터가 안방에 들어와 있는 판에 과학기기가 시쓰기에서 제외되어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버스, 지하철, 비행기, 승용차 등 인간은 과학기기의 사용이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으므로 디지털 카메라가 시와 결부될 수 있음도 불가피한 시대의 요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에 등 돌려서 현대시를 쓸 수 있겠습니까?”
참으로 진보적인 생각이 아닌가. 아직도 원고지에 펜으로 써야만 문학이 된다고, 생각하는 원로작가 없지 않는데, 문덕수 선생은 원고지 세대이면서도 이런 진보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그가 <꽃과 언어> 같은 전위적인 모더니즘 시를 쓴 모더니스트니까, 가능한 것일 테다.
이 <디카시와 하이퍼시와의 관련성>이라는 시론에서 문덕수 선생은 디카시의 영상과 문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할 말한 견해를 밝힌다.
첫댓글 한국시간 7월 13일 새벽 1시 45분에 올립니다. 이 글을 새벽시간에 써서 올립니다. 7월 14일은 한국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오늘 시간 내서 한 꼭지 더 써서 올리고, 한국에 가서 계속 연재를 할까 합니다. 즉석에서 써서 올리는 초고이니, 문장이 썩 매끄럽지 못한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연재에 박차를 가하여, 가능하면 여름 방학 중 탈고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가을쯤 단행본을 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초고지만 내용들이 알차고 문장들도 좋습니다.
그리 많이 만지지 않으셔도 탈고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디카시 창작집이 만들어지면 디카시의 이론이 더 확실히 정립이 될테니 디카시가 한걸음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땀흘리신 만큼 디카시가 단단해지니 의미가 큽니다.
단행본 발간이 기대가 됩니다.
@임창연 앞으로 많이 다듬어겠지요. 감사합니다
부지런하신 이교수님 덕분에
연재란이 이렇게 풍성합니다.^^
문덕수선생님은
과연 제자가 새롭게 주창한
디카시에 대해
탁견과 고견을 가지고 계셨군요.
그 스승의 그 제자이시고
그 제자의 그 스승이십니다.
디카시의 영상과 문자에 관해서
문덕수 선생님의 글을 통해
다시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짜투리 시간에 많은 글을 쓰셨군요.
이렇게 모든이들이 연재를 통해 이론을 익혀가는 것은 더없이 견문이 넓으지리라 믿습니다,
디카시마니아님들의 느나들이로 인해 여기서 자리를 하는 것이 유익할 듯 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늘 잘읽고 있습니다
제하고 이름이 한글자 달라서 더 친근감이 가는 ㅋㅋ 건강하세요~~
좋은 디카시 많이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뜨거운 격려에 힘입어 열심을 더 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