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순례여행(28) - 1월 17일: 해남땅끝마을에서 완도군의 보길도로
아침에 사모님께서 전복죽을 끓여주었습니다. 나는 소화계통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죽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은 기도응답이었습니다. 목회자 가정의 주일 아침은 늘 분주합니다. 이 사모님도 네 명의 자녀들을 돌보고 교회의 점심식사까지 감당해야 하니까 힘이 들 것 같았습니다. 사모님은 교회의 예배반주까지 맡고 계셨습니다. 일인 다역을 해야 합니다. 필자가 목회할 동안에도 아내도 일인 다역을 오랫동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으로 아내에게 미안하고 감사했습니다. 사모들에게 감사하는 것은 모든 목회자들의 마음이라고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목양사역을 하면서 남편 목회자들은 늘 아내에게 여러 가지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교인들이 많지는 않았고 대부분이 나이든 성도님들이었습니다. 평소에 꼭 나오든 분들도 병환과 출타로 나오지 못했습니다. 나의 목회경험에 의하면 손님들이 올 때에는 나오든 사람들도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던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한전도사님이 말씀을 전해달라고 부탁을 해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교인들 한 분 한 분을 바라보면서 이들은 우리들의 역사와 이 동네의 역사와 교회의 역사를 지닌 거룩한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교회를 섬기다보면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점심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음식은 사모님께서 여러 가지로 준비해서 맛있게 식사를 했습니다. 된장국이 특별히 맛이 있었습니다. 식사 후에 한전도사님이 해남 땅끝 마을까지 차로 배웅해주었어요. 여기가 그 유명한 땅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배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땅끝의 명소를 이곳저곳을 볼 수는 없었지만 땅끝에서 점을 찍고 기념사진촬영도 했습니다. 육지로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남단입니다.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
이곳에서 백두산까지 한라산까지 영원한 나라로 발전하라.
통일의 날이 이 땅에 와서
분단의 아픔이 극복되고
저 함경도의 회령까지 저 압록강의 신의주까지 길이 뚫여라!"
이 구호를 마음속으로 외쳐보았습니다.
배를 타고 노화도까지 가는 손님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선실에서 내 혼자 있다가 어떤 한 분이 잠시 올라왔습니다. 노화도 선착장에서 내려서 보길도행 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이곳에서는 연결버스가 없다고 했습니다.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미터 요금을 받는다고 했는데 9천원이 나와서 천원을 더 보너스로 주었습니다. 지역 택시를 잘 이용하는 것도 내수 진작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길중앙교회에 도착하니까 마침 오후 1시 30분에 시작되는 오후예배가 끝난 시간이었습니다. 교인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 교회가 활력이 넘치는 교회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장신대 84기인 목사님은 79인 필자에게는 5년 정도 후배가 되었습니다. 유자차를 대접해주었습니다. 이 유자차는 천연이니까 유자차에 있는 껍질도 모조리 먹어야 한다고 해서 먹었는데 좋은 음식을 먹는 기분이었습니다. 교인들이 약수를 받으러 간다고 했고 목사님은 사모님과 이 길손과 따님과 따님의 친구와 함께 도치미계곡을 가자고 했습니다. 도치미 계곡은 등산을 하면 양쪽으로 보길도 근처의 여러 섬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도치미계곡을 가는 길에 보길도의 여러 곳을 거쳐 지나갔습니다. 작은 해수욕장을 두 곳을 지났습니다. 겨울바다이기에 해변 가에 사람들은 없지만 깨끗한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도치미계곡의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이 아니어서 길옆이 풀숲으로 우거졌지만 걷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류목사님은 이곳 보길도에 얽힌 이야기를 했습니다. 참으로 가난한 동네였다고 합니다. 겨우 있는 것은 밭이 약간이어서 봄철이 되어 보릿고개가 시작이 되면 덜 영근 보리를 말려서 죽을 쑤어 먹었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삶도 어려웠지만 딸을 더 힘든 동네로 시집보내면서 부모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김에 이어, 미역, 다시마, 돗 그리고 전복 등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관광객들이 와서 민박업도 활성화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전복등 양식업을 너무나 과도하게 해서 바닷물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해서 바닷물이 부패해서 전복이 떼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특히 태풍이 불면 이러한 양식업은 거의 전멸당한다고 합니다. 류목사님은 적게 생산하면 값도 좋고 조류의 흐름도 방해하지 않아서 전복의 패사율도 적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도치미의 맨 끝자락에 오니까 깎아지른 절벽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에서 전망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다도해의 국립공원의 경관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소안도가 보였고요, 청산도가 보였습니다. 이 섬들은 영화촬영으로 유명한 섬들이라고 합니다. 사모님이 준비해온 라면을 같이 부셔서 먹었습니다. 혼자 라면을 부숴먹을 때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는데 함께 먹으니까 얼마나 맛이 있는지 그래서 힘든 일도 함께 하면 추억이 되고 낭만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간이 버스 정류장에서 빵을 씹고 있을 때 서글픈 생각이 들지요, 친구들 몇이 재잘거리며 빵을 먹으면 그렇게 행복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곳에서 일기가 좋으면 제주도가 보인다고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제주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는 길에 나무 한 토막을 가지고 가자고 해서 나도 큰 나무토막 하나를 가지고 차에 실었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눈다고 했습니다. 좋은 참치를 냉동해 둔 것이 있어서 참치파티를 한다고 했습니다. 길손도 그 파티에 참석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교회에 도착해서 해변길을 걷다가 윤선도기념관 가는 길을 혼자서 걸었습니다. 정말 호젓한 산보 길이었어요. 해질 저녁 무렵 외롭지만 남도의 끝자락에서 보길도 해변 길을 걷는 행운을 누려보았습니다. 생각나는 찬송가를 읊조리며 주님께서 이 땅을 축복하도록 기도했습니다.
참치식사는 김에다가 먼저 밥을 올려놓고 그 위에 특별한 간장 소스에 참치를 올려놓고 먹는 것입니다. 정말 맛이 있었습니다. 위장이 불편하지 않았다면 정말 맛이 있었을 것 같았어요. 보길중앙교회를 섬기는 류영구목사님은 원래의 연고지는 충남이고 사모님은 경기도 안산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16년 전에 와서 교회에 뿌리를 잘 내린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교인들도 별로 없었고 전도도 쉽지 않아서 주로 사택을 짓고 공부방도 만들고 지역아동센터도 운영하고 안식관도 세우는 등 건축 사업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야 전도가 되어서 교인들이 많아졌고 올 해에는 외부보조도 끊고 자립을 선언했고 적지만 선교하는 교회로 세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함께 식사하는 교우들은 대부분이 이곳 섬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오랜 풍상을 겪으면서 바다와 바람과 가난과 싸우면서 보길도를 지켜온 용사들입니다. 이제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십자가의 군병이 되었으니 그들에게 하나님의 위로와 인도하심이 함께 할 것을 확신했습니다. 교인들의 식탁교제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이 식탁교제를 통해서 성도들의 섬김과 헌신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식탁교제는 주님의 거룩한 성만찬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식사를 함께 나눔이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을 나누는 것입니다. 주부가 가족들을 위해서 식탁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주심으로 사랑과 희생을 주셨던 것처럼 주부들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가족들에게 사랑과 희생을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보길도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로 유명합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이 시를 열심히 공부했던 생각이 납니다. 바다로 어부들이 고기를 잡으러 떠나고 다시 고기를 잡아 돌아오는 것을 노래했던 어부사시사는 이제는 가사가 정확히 기억도 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부들의 이야기, 갈매기 이야기와 바다의 아름다운 이야기 등이 대문호 윤선도에 의해서 아름답게 시로 만들어졌지요.
저녁을 먹고 교회 안식관으로 안내되었습니다. 류목사님은 길손이 오는 것을 미리 예비해서 여러 번 불을 이미 지펴놓았습니다. 길손을 위한 따뜻한 방을 예비한 류목사님의 귀한 섬김이 감사했습니다. 황토방 안식관에서 몇 가지의 빨래를 해놓고 찬송을 불렀습니다. 피곤이 엄습하고 위가 약한 상태에 있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자 잠을 청했습니다. 주님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보길중앙교회에 은총을 베풀어주옵소서!
이곳 안식관을 드나드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쉼과 평안을 주옵소서!
류영구목사님과 사모님, 두 자녀들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