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이 강릉에서 지난 12월 10일 새벽1시까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같은 주점에 있던 일반시민을 성희롱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직 당사자가 언론에 그 상황을 설명한 것이 아니니 성희롱이 있었는지 어떤지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왜 이 술자리에 기자 6명이 함께 했는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 기자들은 술값을 직접 냈을까?
나는 20여년 전 지역신문 사회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내 출입처는 경찰서였는데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건이 있는지 거의 매일 형사계, 수사계, 조사계, 교통계, 정보계를 돌았다. 그곳에서 항상 인사처럼 건낸 인사는 "언제 술한잔 합시다"라는 말이다. 나는 '네네"하면서 나왔고 한번도 경찰들과 사적인 자리에서 술을 마신적이 없다. 그 도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정보계 형사와 술을 마셨다면 나는 아마 좀 더 편하게 기자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과 친분을 쌓고 형동생하면서 지냈다면 경찰의 잘못과 실수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적인 만남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딱 한 번 나는 정치인의 아내와 술자리를 했고 심지어 작은 선물도 받았다. 지역 신문 여자기자 2명과 나, 그리고 시장 부인과 저녁식사 겸 술을 마셨는데 그 자리에 가기 전 어떤 자리인지 짐작했지만 같은 회사 선배가 가는 자리가 일단 참석했다. 나름 괜찮은 식사와 술을 함께 했는데 평소 내 신념과 맞지 않는 자리라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나는 속으로 딸뻘인 나에게 '기자님 기자님'하면서 자세를 낮추는 그 시장부분이 안쓰럽기도 하고 씁쓸했다. 나를 포함해 어떤 기자도 술값을 내지 않았고 식당을 나올 때 그 당시 10만원 가량의 향수를 선물로 받았다. 나는 선물까지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장부인이 좋아하는 법정스님의 신간을 사서 그 향수와 함께 돌려보냈다. 그리고 그 시장이 하는 잘못된 시정에 대해 가감없이 비판 기사를 썼다.
나는 권성동 의원이 성추행을 했는지 어떤지 사실 궁금하지 않다. 그 자리에 중앙지 기자 6명이 있었고 열린공감 TV에 따르면 그 기자들은 술값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저렴한 술값이라고 해도 접대는 접대인데 그런 접대를 받고서 그 기자들은 공정한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내가 기자생활을 한 20년 전에 있었던 시대착오적인 폐습이 아직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