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영화 27 에델바이스
도깨비 명운
아침을 깔끔하고 정갈한
산채 불고기비빔밥을 먹었다
산골이고 물이 좋아서인지 도시에서
수돗물로 밥을 지은 밥과는 다르고
아침밥이 꿀맛이다
물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긴긴 여름밤이 부족할 만큼
아침에 일어나기가 싫었는데
그냥 그대로 소연일 끌어안고 자고 싶었지만
잠만 잔다면 여행의 목적이 아니리는 생각에
억지로 소연을 깨우고 아침을 먹은 것이다
맛있게 아침을 먹고 직지사로 올라갔다
쭉쭉 뻗은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오랜 세월을 간직한 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군데군데 길옆으로 서 있고
천 년 묵은 싸리나무와 칡뿌리로 기둥을
만들었다는 일주문
황악산 직지사 현판이 우릴 마주한다
어느 절이든 마찬가지지만 절에 가면
몇 개의 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심신을 수양하고 극락으로 가는 문이 아니겠는가
첫 번째로 일주문 두번 째가 금강문
세 번째 대양문 그다음이 천왕문을 통과해야
대웅전으로 갈 수 있다
절은 주변 풍경이 빼어나게 경이로워서 그런지
마음이 편안하고 숭배롭다
조용하다는 것을 고즈넉하다고 하던가
절을 찾는 사람은 수다스러운 산새와 달리
모두 조용하고
듬성듬성 가꾸어놓은 배롱나무꽃처럼 사람마다
맑아 보인다
산속 절은 온갖 소음으로 얼룩진 도시와 달리
조용하고 평화롭다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공장도 없고
분주하게 달리는 자동차도 없다
가끔 경내에 퍼지는 목탁소리
불경읽는 스님의 편안한 소리.
그저 세월 속에 녹아있는 만물의 사물일 뿐이다
고승이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절에 들어와 살다 보면
그 옛날 나옹선사가 진 글처럼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하늘은 나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살아가는데 시달리지 않고 수양만 한다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절을 한 바퀴 돌면서 대웅전에 기원하려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스님들과 신도들이 대웅전에서 조상에 대해
법회를 하고 있어 신도들이 양보해주는
자리를 피해 양초 한 개 시 줏대에 올려놓고
겨우 빠져나왔다
직지사는 왠지 요즘 새로워진 절처럼 현대식이다
고찰이라는 느낌보다는
대륙의 절처럼 웅장하다는 느낌이다
생사윤회 중생계 열반
우리가 겨우 어찌어찌 해볼 만한 단어들이다
새싹이 돋는 시기 우리 처음 태어남이 아닐까 싶다
직지사 경내 개울 옆 찻집에 들렀다
전통차 마시고 싶었는데
소연이가 메뉴를 보더니 팥빙수 먹잔다
찻집에 몇몇 나이가 드신 분들이
차를 마시며 담화 중이다
생활한복을 정갈하고 곱게 차려입은 찻집 주인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조금 전 대웅전 뜰에 핀 붉은 부용화 같다
그 어떤 복잡함이 없이
찻집에 들르는 신도들에
맑은 산소와 깨끗한 물로 만든 차를
대접한다는 일념 하나만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직지사는 1600년 전 새워진 고찰이다
잠시 들러 경내를 구경하면서
어찌 천 년의 흔적을 알겠는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우리 삶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