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은 만사의 근본
『《서경》에 이르기를 “뜻(志)은 만사의 근본이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공(功)이 높음은 뜻 때문이다.”라고 하였는데, 진덕수(眞德秀)가 말하기를 “뜻은 덕(德)에 나아가는 기초이다. 여기에서 시작하여 멀어도 도달하지 않는 것이 없고 단단해도 파고들지 못하는 것이 없다.”라고 하였다.[ 傳(書經)曰志者。萬事之根柢。又曰功崇惟志。先儒(眞德秀)曰志者。進德之基也。發軔乎此。無遠不達。無堅不入。]』<병산 이관명 선생, ‘옥당응지차(玉堂應旨箚)’에서>.
이런 맥락에서 백강 이경여 선생이 1623년 인조 1년 3월 25일 임금에게 말씀하기를 “학문의 도(道)는 오직 자신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임금이 향학열(向學熱)은 있으나 입지(立志)가 굳지 못하면 중단을 면치 못하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합니다. 경연(經筵)에 임할 때 뿐 아니라 한가히 홀로 계실 때라도 조금도 중단이 없게 하면 자연 성취할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사람의 천성(天性)이 본래는 모두가 착한 면이 많이 있지만 간혹 세상의 탐욕 등에 가려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비록 정력(精力)을 다해 잘 다스리려 하지만 점차 못해져서 끝내는 전후의 소행(所行)이 두 사람이 한 일처럼 판이한 경우가 많으니 견고한 입지의 소중함을 알 수가 있다. 하여 백강 이경여 선생은 인조임금 다시 말하기를 “반드시 성지(聖志)를 굳게 정하시어 밖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야 만사의 근본이 세워질 것입니다. ··· 아무리 평범한 일이라도 만약 뜻이 세워지지 않으면 끝내 이룰 수가 없습니다. 뜻을 세우는 요체는 학문을 부지런히 하는 데 있습니다. 전하께서 경연을 열고 강학(講學)하신 지 오래되었는데, 격물치지(格物致知)와 성의정심(誠意正心)의 근본을 실제로 깨닫지 못하신 듯합니다.”라고 하였다.(1638년 인조 16년 5월 16일).
사람은 단지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理想)과 정열(情熱)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비로소 늙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을 드높여 비전과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한 우리는 비록 나이가 구십 세일지라도 청춘의 소유자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영원한 생명이란 소망(素望)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한 여전히 젊다는 생각으로 이 세상을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떠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길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평생을 두고 지향하는 바, 이상과 목적을 반듯하게 세워두어야 하는 것이니, 릭 워렌(Rick Warren) 목사는 그의 저서 「목적이 이끄는 삶(Purpose driven Life)」에서 말하기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영생(永生)을 향한 심원(深遠)하고도 확실한 목적 즉 살아가려는 뜻을 먼저 세우고 그를 향해 정진(精進)해나갈 때 가장 활기차고 가치가 있는 복된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또한 우리 선조님들이 ‘뜻을 세우는 것(立志)’을 크게 강조한 이유와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한편 율곡 이이 선생은 그의 “격몽요결(擊蒙要訣) 제1장 입지(立志)”에서 말하기를 “처음 배우는 이는 먼저 뜻을 세우되 반드시 성인(聖人)이 될 것을 스스로 기약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자기 자신을 별 볼 일 없게 여겨 물러나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일반 사람도 그 본성은 성인과 똑같으며 사람의 본성은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구별이 없다. 그런데 어찌하여 성인은 유독 성인이 되고, 나는 유독 평범한 사람이 되는가. 이는 진실로 뜻이 서지 못하고 앎이 분명치 못하고, 행함이 독실(篤實)하지 못해서이다. 뜻을 세우는 것과 밝게 아는 것과 독실하게 행하는 것 모두가 나 자신에게 달려 있으니 어찌 다른 데서 구하겠는가.”라고 하였으니, 우리는 용기백배(勇氣百倍)할 수 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의 삶의 목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닮고 이 세상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과업(課業)을 잘 수행하고 내세(來世)에 천국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국 기독교인의 입지(立志)도 율곡 이이 선생이 말한 입지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우리가 반드시 유념(留念)할 바는 학봉 김성일 선생이 남긴 “배우는 자가 걱정할 바는 오직 뜻을 세우는 것이 성실치 못한 데 있는 것으로, 재주가 혹 부족한 것은 걱정할 바가 아니다. 재주가 없더라도 군자(君子)가 되기에는 방해되지 않으며, 재주가 있더라도 소인(小人)으로 귀결됨을 면치 못하니, 이는 단지 학문을 함에 있어서 뜻을 세우는 것이 어떠하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학봉집(鶴峯集)>.”라는 말로 반드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2025. 3.15. 素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