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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15
S#1. 거리. 밤.
-선재의 오토바이 달린다. 혜원, 독주도 두 잔 마셨겠다, 선재 허리 힘껏 끌어안고 있다. 악쓰듯 묻고 답하는 둘.
혜원 : 어디 가냐니까?!...
선재 : 들키러요!!!
혜원 : 좋다!!!
선재 : (진짜 좋을까?!)
-혜원은 입은 채로 나왔다가 무작정 타버렸다. 타이트 스커트 때문에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현관에 늘 놔두는 뒤축 없는 고급 로퍼를 신었다. 선재 윗도리 입고서.
S#2. 서회장 집 서재. 밤.
-인겸, 전화기 귀에 대고 서성이며 이동 경로 보고 받는다.
남자 소리 : 두 팀이 추적 중입니다. 여기서는 이태원 아니면 신촌 쪽이죠.
S#3. 서회장 침실.
-성숙, 서회장 어깨를 주물러주며 떠보는 중.
서회장 : 영우는 왜 안보이나.
성숙 : 별로 할 일이 없잖아. 당신하구 거의 동격 아냐? 지 남편은 나까지 다 쥐락펴락 하구.
서회장 : 여하간에 둘이 싸우는 꼴 안봐서 살 만하다.
성숙 : 나만 찬밥이지 뭐. 당신한테 의심이나 받구.
서회장 : 거 참.
성숙 : 콕 찝어서 말해 줘, 응? 나한테 뭐가 걸리는지.
서회장 : 그런 거 없어. 나는 눈에 뵈는 것만 믿는 사람이야.
성숙 : 홍이사한테 그랬대며. 한성숙은 사향 주머니다. 10리 밖에서두 향내가 난다.
서회장 : 좋은 뜻이야.
성숙 : (영감탱이 안넘어오네)
서회장 : 김서방한테 가 봐.
성숙 : 알았어요.
S#4. 서회장 서재.
-성숙이 온다.
인겸 : 알았어. 혹시 모르니까 대기 해. (전화 끊는다) 현장은 포기 해야할지두 모르겠어요.
성숙 : 응?!
인겸 : (히죽) 백전노장께서 예측하신대루 안가는 것 같습니다.
성숙 : 허허허, 그것들 참.
S#5. 홍대 앞. (차 없는 공원길 같은 곳) 밤.
-인파 속, 혜원과 선재, 권태기의 연인들처럼 무신경하게 걷는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깍지 껴 잡은 손. 남자는 한 손 바지 주머니에, 여자는 잠바 주머니에 넣고. 말도 없고 웃지도 않고 눈을 맞추지도 않고...
그러다 불쑥 혜원이 먼저 입을 연다.
혜원 : 들키러 간다며.
선재 : 그러구 있잖아요.
혜원 : 겨우 이까짓걸로?...모텔에 들어가 뒹굴기만 바라구 있을텐데?
선재 : 이게 더 찐해요...둘이 몰래 한 십 년 쯤 같이 산 거처럼 보이구.
혜원 : (그럴지도)
선재 : 그쯤 되면 전혀 설레질 않는다면서요.
혜원 : 사람 나름이지...조인서네 봐...
선재 : 알아요...어디서 들은 소리, 한번 해봤어요...
혜원 : 근데 우리 정체가 뭐야?...남들이 보면 어떨까?
선재 : ...여자는 이 동네 옷가게 주인이구 이혼녀, 남자는 백반집 배달원.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눈이 맞은 거예요.
혜원 : 그럴 듯해...나처럼 복잡하진 않겠지만.
선재 : 다 사연이 있겠죠.
혜원 : (힐끗) 겁나지 않니?
선재 : 뭐가요.
혜원 : 별별 일이 다 닥칠건데.
선재 : 쫌 더 걸어요. 술두 깨실 겸.
혜원 : 어.
-사이.
선재 : 좋은데요...어슬렁거리구 돌아다니는 거...
혜원 : 어...
선재 : 이거 꼭 해보구 싶었어요.
혜원 : 그러게.
-둘, 괜히 목이 메어 딴 데 보며 걷는다.
-딱 붙어 지나가는 남녀, 길 가에 앉아 병아리들처럼 끝없이 입 맞추는 남녀. 왜 남녀만 보여?
-혜원, 또 불쑥.
혜원 : 얘,
선재 : 네.
혜원 : 너는 나를 정말 좋아 하나봐.
선재 : 네.
혜원 : 지독하게 사랑하나 봐.
선재 : 네.
혜원 : 그래서 쫄지두 않나봐.
선재 : (손을 당겨 안는다) 다 됐고, 그냥 내 기집애 해요.
혜원 : (나직히 탄성) 죽인다! 기집애래!
선재 : (부여잡고 입맞춘다)
-떨어질 줄 모르는 둘.
-너무 길어서, 오가는 사람들 눈길 주고, 휘파람 불고, (야유, 선망)
-둘, 허리를 끌어안고 키득거리며 돌아다닌다.
S#6. 서회장 집 서재. 밤.
-성숙, 인겸, 서회장.
인겸 : 법적 압박, 병행 하겠습니다. 두 분이 사이좋게 의논하셔서 저한테 다 공개하시면 일이 한결 쉬울텐데 말이죠.
성숙 : 글쎄... 난 딱히 공개할 게 없어서.
서회장 : (힐끗 보고는 인겸에게) 영우 사생활 문제 삼지 않게 단속 해 줘.
인겸 : 그래야죠.
S#7. 영우 오피스텔 거실. 밤.
-난동 흔적. 마구 어질러진 집. 방금 우성의 여친이라는 여자가 와서 뒤집어놓고 갔다.
경찰, 물론 안불렀다. 우성이 달래 보낸 상황.
-까운 차림 영우가 우성을 밀고 때리며,
영우 : 정리 했대매! 걔 먹구 살게 해 줘야 한다며 이렇게 저렇게 뜯어 간게 얼만데 또 이 따위 짓을 하냐고! 니들 짰지?
젊은 년 시켜서 난동 피우믄, 또 몇장 집어줄 줄 알구, 응?
우성 : 비속어는 좀 자제하지? 걔 당신 땜에 헤어졌거든? 엄연히 엑스 여친이야... 내가 당신 남자들 그렇게 부르면 좋아?
영우 : 이게 증말, 좋다 좋다 하니까 뵈는 게 없어. 야!!! 나두 인제 너 슬슬 질리거든?
우성 : 그럼 끝내던가.
영우 : 당장 이거 싹 다 치우구 꺼져!
우성 : 오오 그건 안되지.
영우 : 꺼지라고!!!
-현관 벨소리.
-둘 멈칫.
우성 : 뭐냐?.. 오실장, 그 여자 말구 또 누구 여기 알어?
영우 : (급히 간다)
-비디오폰 보는 영우, 하얗게 질려 우성에게 손짓. 들어가라고.
-화면 속, 인겸.
-우성, 옷 집어들고 침실로.
-영우, 정신없이 바닥에 나뒹구는 쿠션, 넘어진 전기스탠드 등 정리한다.
-현관. 영우가 문을 열고, 인겸이 들어온다.
영우 : (애써 웃음) 머리가 아파서 좀 쉬구 있었어.
인겸 : (그래? 거실 향한다) 한 시간 전에 소란이 좀 있었다지?
영우 : (따라가며) 무슨 소리야...
-덜 치워진 거실. 인겸, 둘러본다. 삐뚜름 놓인 탁자. 어색하게 놓인 물건들.
영우 : 뭐, 마실 거 좀 줘?
인겸 : (본다) 난 아무 상관 없는데, 지금 오혜원과 전쟁 중이야. 너 이러는 거, 그 여자한테는 다 무기가 돼.
영우 : 내가 뭘...
인겸 : 니가 상대하는 놈이, 그 여자 협조자가 될 수도 있다, 그 뜻이야.
영우 : (얼결) 걘 그런 애 아냐.
인겸 : (한심하다. 이런 등신) 자중해.
-인겸, 침실 쪽 한번 보고 나간다.
영우 : (글썽) 왜 상관이 없어?!
인겸 : (선다)
영우 : 욕이라두 한마디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더러 계속 이러구 살라는 거야?!!...
당신 정말, 첨부터 내가 요만큼두 이쁜 데가 없었어?!!!....
인겸 : 유감이야. (다시 간다)
영우 : (울먹...)
S#8. 홍대 앞 거리. 밤.
-혜원, 서서 문자 본다. 선재도 함께 본다.
성숙 소리 : 압수수색 들어갈 거야. 당연히 넌 복사본 갖구 있겠지. 공개 안되게 신경 좀 써주렴.
-혜원, 답전. ‘고려해 보겠습니다’
S#9. 서회장 거실. 밤.
-성숙, 혜원의 답전을 보며, 허,
S#10. 홍대 앞 주차장.
-선재와 혜원 택시 옆에 서서,
-저만치 선재의 오토바이 서 있다.
선재 : 쫄지 마세요.
혜원 : 어...내 값은 내가, 니 값은 니가...
선재 : 내 값은 내가, 니 값은 니가... 그러면 마음이 편해지구 용기두 나구, 그렇지 않나요?
혜원 : 정답이야. (웃음. 어깨 툭) 니 기집애, 기운 난다. 갈게.
선재 : (팔 잡아당겨 잠깐 안고 놓아준다)
혜원 : (웃도리 벗는다)
선재 : 입구 가요.
혜원 : 추워.
-혜원, 선재에게 옷을 안기고 택시 탄다. 택시, 떠난다.
-선재, 옷을 든 채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본다...작고도 작은 나.
S#11. 선재 집. 밤.
-선재 연주. 모차르트 론도 A minor. 혜원의 짐은 무겁고, 나는 고작 어루만질 뿐이니.
S#12. 혜원 서재. 며칠 후 새벽.
-아웃도어로 갈아 입은 혜원, 책상 맨 아랫서랍에서 구형 노트북과 태블릿 꺼내 책상 위에 얹어 놓고, 가방(백팩)을 들고 나간다.
S#13. 거실. 새벽.
-낮은 불빛.
-현관. 신발 신는 혜원.
-안쪽에서 잠이 덜깬 미순이 의아하게 본다. 왠지 소리 내면 안될 것 같다는.
S#14. 한강 공원. 새벽.
-혜원, 거니는 척 하다가 앉는다.
-운동하다가 잠시 앉아 쉬는 것처럼 보인다.
-혜원이 슬몃 가방을 거꾸로 들면, 노트북과 태블릿이 경사진 둑에 미끄럼 타고 내려간다.
-소리없이 물에 빠지는 노트북, 태블릿.
S#15. 혜원 침실. 이른 아침.
-파우더 룸. 아웃도어 차림의 혜원, 바닥에 흩어진 화장품들 집어 바구니에 담는다.
뚜껑이 깨졌나 확인한 뒤 휴지통에 넣기도 하면서.
-침실의 준형, 아직 깊이 잠들어 있다.
-시간 경과.
-파우더 룸. 샤워 소리 난다. 단아한 옷으로 갈아 입은 혜원, 머리를 가볍게 매만지고
파우치에 분첩과 눈썹 연필 작은 병 따위 챙겨 넣는다.
-침실. 혜원, 문 열고 나간다.
S#16. 거실/주방. 아침.
-거실. 계단 내려 오는 준형. 출근 차림.
-주방. 혜원, 식탁 앞에 서서 (영자)신문을 보고,
미순이 커피 두 잔 들고 와 하나는 혜원 앞에, 하나는 식탁 위 준형의 아침 식사 옆에 놓는다.
-준형, 혜원에게 눈길 주지 않고 식탁 앞에 앉는다.
-혜원, 커피 잔 들고 신문 넘긴다.
-사이.
준형 : 아직두 결정이 안 되나?
혜원 : (기사 가까이 들여다 보는) 뭘 내 발로 가? 수고스럽게.
준형 : (눈썹 꿈틀) 뭐?!
-하는데,
-현관 벨소리.
-준형, 휙 돌아보고, 과일통 닫던 미순이 멈칫, 혜원을 본다.
혜원 : 나가 보세요. 손님들 도착하셨나봐.
-미순이 황황히 나가고,
준형 : (더럭 불안) 뭐야, 손님 누구,
혜원 : (커피잔 입으로)
미순 소리 : 누구세요?
수사관 소리 : 검찰입니다.
준형 : (선다) 누구라구?!
S#17. 선재 집. 아침.
-선재(등교 차림), 가방에 악보 넣고, 혜원의 비밀폰을 맨 아랫서랍에 깊숙이에 넣고 닫는다.
-계단 내려가는 선재.
S#18. 혜원 집 거실/ 혜원 서재/ 준형 서재/ 음악실/ 침실.
-방방이 열린 문. 수사관들이 혜원 서재와 준형 서재에서 책과 파일들 빼서 얼추 살피고 상자에 넣는다.
-혜원의 헌 노트북과 태블릿도 담긴다.
-커다란 화병의 마른꽃 뽑아 바닥에 팽개치는 손. 거꾸로 들리는 화병.
-침실. 시트 젖히고 매트리스와 헤드 사이에 손을 넣는 수사관.
-음악실. 피아노 내부를 들여다본다. 스피커 젖혀 바닥을 살피고는 다시 바로 놓고, 소파 아래를 살피는 수사관.
혜원, 문간에 서서 보다가 돌아선다.
-준형, 이 방, 저 방, 황황히 오가며 들여다보고, 혜원은 소파에 덤덤히 앉아 있다.
탁자 위에 압수 수색 영장. 소파 한켠에는 준형의 가방.
-미순이 주방 어귀에 불안하게 서 있고,
-준형 서재. 준형이 수사관 말리듯이 끼어들어,
준형 : 여긴 놔두세요. 보실 게 없어요. 저는, 저 여자의 비리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수사관, 개의치 않는다. 준형, 나간다.
-거실. 준형이 서재에서 뛰어나와 소파의 가방을 집어들고 뛰어 나간다.
혜원 : (미순에게) 전화기 좀,
-미순, 얼른 앞치마 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낸다.
S#19. 혜원 사무실. 아침.
-방금 출근한 세진, 혜원 문자 보며 긴장.
혜원 소리 : 잠깐 변동이 있을 거야. 위에서 하란대로 해. 그리구, 이사장, 서대표가 직접 결재한 서류들,
또 서대표 법인 카드 사용 내역, 전부 따로 챙겨놓구.
-세진, ‘알겠습니다’ 찍어 보내고 급히 컴퓨터 켠다.
S#20. 학장실.
민학장 : 무리 없이 갔으믄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
준형 : 제가 걸면 어떻게 되죠?
민학장 : 결과를 봐야지. 김전무 쪽에서 원하는 게 나와 주면, 뭔가 더 확실한 반대급부가 있을 거고.
준형 : 인제 그쪽으로 넘어간 거예요?
민학장 : 넘어갔다기보다, 이사장이 그쪽하구 좀 더 긴밀하게 협조 하겠다는 거지.
준형 : (???)
민학장 : 뭘 또 고민하구 그래...달라진 거 없어.
준형 : (결심. 선다) 알겠습니다.
민학장 : 어, 참, 그건 이혼이 전제야. 먼저 신청해야 고발이 성립돼.
준형 : 그래요?!
민학장 : 뭐 헷갈리는 거 있으믄 전화해. 김전무 쪽에 협조 요청 할 수 있으니까.
준형 : 알겠습니다. (돌아선다)
민학장 : (힐끗)
S#21. 헤원 집 거실.
-미순이 흩어진 물건들 정리하고,
S#22. 음악실.
-혜원, 스피커 뒤쪽으로 공명통에 손을 넣어 유에스비 꺼낸다. (스카치 테이프로 붙여두었다)
S#23. 학교 연습실.
-선재, 시은들 연습.
-문이 확 열리고, 인주가 주먹으로 문을 쾅쾅쾅.
-잦아드는 소리. 다들 본다. 선재도 돌아본다.
-인주, 싹 훑어 본다. 시은들, 죄인처럼 시선 떨군다.
-인주, 선재를 본다.
인주 : 너 왜 여깄어?
선재 : (보면 몰라? 조금 웃음) 같이, (이거 하고 있잖아요)
인주 : 그러구 있을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선재 : 네?
인주 : 아직 모르는구나? (묘한 미소. 나간다)
선재 : ??... (시은들에게) 저 분이 너네 학과장,
시은 : (불안) 어...
선재 : (뭔가 덜컥 걸리는 느낌)
시은 : 뭘 아직 모른다는 거야, 니가?
선재 : (선다. 급히 핸드폰 꺼내 나가며) 너네끼리 하구 있어.
S#24. 복도.
-선재, 전화기 귀에 대고 급히 간다. 불길한 징후다. 음성 안내 전화기가 꺼져 있어,
-선재, 전화기 귀에서 떼내며 뛴다.
S#25. 엘리베이터 앞.
-선재, 양쪽 다 단추 눌러 놓고 맴돌며 기다린다.
-도착 벨 울리자,
-덥석 타려다 멈칫.
-혜원이 나온다. 선재, 놀랍고 반가워 안을 뻔 하다가 물러선다. 혜원 뒤따라 나오는 종수.
-선재, 놀란 와중에 무안하다. 두 사람 번갈아 본다.
혜원 : 어딜 가?
종수 : 연습실루 모셔라. (혜원에게) 그럼,
혜원 : 그래요.
-종수, 선재 어깨 한번 치고 간다.
선재 : 어떻게 된 거예요? 전화는 왜 안돼요?
혜원 : 종수씨한테 볼 일 있었구, 전화는 지금 없어.
선재 : 어쨌든 좋아요. (팔 잡아 끈다) 이쪽으루,
혜원 : (작게) 여기 학교야.
선재 : 괜찮아요. (가면서) 조인서 교수님은 오늘 안나오시는데,
혜원 : 알아.
선재 : 강교수님은,
혜원 : 아까 나갔다더라.
선재 : 다행이다.
혜원 : (웃음)
S#26. 연습실.
-선재, 쑥스럽고도 자랑스레 혜원에게 시은들 소개한다.
선재 : 친구들(이예요).
혜원 : 안녕.
시은들 :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셔?)
선재 : 오혜원 선생님이시구,
혜원 : 너네 선배야.
시은 : 우와, (입을 가리는)
태진 : (푸름에게 작게) 그,
혜원 : (웃음) 응, 그 오혜원.
-선재, 의자 집어 가까이 놓고, 구석의 책상 앞에서 종이컵에 음료수 따른다. 이런 날이 오다니.
혜원 : (앉아서) 너네두 앉어.
시은들 : 네...
시은 : (수줍) 영광이예요.
혜원 : 나두.
-선재가 혜원에게 음료수 건넨다.
선재 : 여기,
혜원 : 고마워.
선재 : (앉지 않고 곁에 서 있다. 뿌듯)
혜원 : (한 모금 마시고는) 드보르작이라며?
시은 : 네.
혜원 : 들어보자. 나 2악장 특히 좋더라.
선재 : (얼른 피아노 앞에 앉는다) 저희 그거 특히 잘해요.
혜원 : (웃음) 그래두 첨부터 해 봐.
-시은들, 연주 자세로 선재를 본다. 선재, 시은들과 시선 교환하고, 시작.
-1악장. 피아노가 시작되고, 첼로가 들어오고...바이얼린, 비올라...
-혜원, 담담히 듣는다. 선배로서, 선재의 지지자로서,
S#27. 준형 방.
종수 : (통화) 한참 얘기 했어. 기악과 애들 악기 얘기 자세히 물어보길래.
강준형은 아까 나가기 전에 무슨, 변호사랑 통화 하는 거 같더라?
S#28. 아트센터 혜원 사무실.
왕비서 : (들어서며) 뭐하니?
세진 : 아,네, (전화) 미안. 이따가. (얼른 끊는다)
왕비서 : 저거 다 빼야지?
세진 : 네... (그렇긴 한데)
S#29. 아트센터 복도.
-인사발령 공고. 두 장 붙어 있다.
-‘직위해제. 아트센터 부대표 오혜원’
-‘임명. 기획실장 직무 대행 왕정희. (날짜까지는 안나오게)
S#30. 혜원 사무실.
-세진이 애써 침착하게 혜원 책상 위의 명패를 상자에 넣는다(혜원의 전화 받았으므로 놀라지 않았지만 새가슴이라 불안.
손에는 고운 면장갑). 이미 혜원의 물건들 담겨 있다. 채워진 상자 두어 개 더 바닥에 놓여 있고.
-왕비서가 팔짱 끼고 지켜본다.
왕비서 : 명패, 지금 주문하면 얼마나 걸리지?
세진 : (서랍 속 물건들 꺼내며) 하루면 나와요.
S#31. 음대 연습실.
-4악장 피날레.
-선재와 시은들 표정.
-흐뭇한 혜원.
-유라가 들여다 본다.
S#32. 복도.
-유라, 놀란 듯 급히 가며 전화.
유라 : 엄마엄마엄마....학교에 그 여자 떴어...
S#33. 주차장.
-혜원과 선재.
선재 : (어떻게든 애정 표현을 하고 싶지만 불안감도 있어서) 이렇게 막 오셔두 돼요?
혜원 : 어. 돼.
선재 :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예요?
혜원 : 무슨 일의 연속이지. 내 전화기 갖구 있어?
선재 : 집에 있어요. (급히 바지 뒷주머니에서 열쇠 꺼내 건넨다) 책상 맨 아랫서랍에,
혜원 : (열쇠 들어보이는) 알아서 꺼내갈게.
선재 : 저 들어갈 때까지 계세요.
혜원 : 누구 좋으라구.
선재 : (둘러본다) 보고 있냐?!
혜원 : 오바하지 말구.
선재 : (차 문 연다) 그럼 얼른 가세요.
혜원 : 어. (타려다가) 걔들 다 학교 관둔대?
선재 : 네, 바이얼린 한 명은 러시아 간대구, 한 명은 군대. 비올라는 휴학. 첼로는 전공 바꾼대요.
혜원 : (그렇구나)
선재 : 왜요?
혜원 : 그냥...간다? (선재 뺨 토닥)
선재 : (혜원 손 떼내며) 아, 진짜,
혜원 : (웃음) 혼 좀 내줘봐?
선재 : 가세요, 빨리.
-혜원, 웃으며 차에 타고, 선재가 문 닫는다.
-혜원 차 떠난다.
-선재, 좋아서좋아서 한참 서 있다. 혜원이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흔들기까지.
S#34. 선재 집. 오후.
-혜원, 들어온다. 오랜만이다. 오고 싶었다.
-책상 서랍에서 전화기 꺼내는 혜원.
-‘집’이 보내 놓은 문자. ‘오혜원 바보’. 혜원, 킥 웃음.
-선재의 뮤직룸으로. 드보르작 퀸텟. 리흐테르와 보로딘.
-혜원, 리플 단다. ‘오늘 꺼 피아노 좋더라’
-혜원, 밥상에 물만 한컵 달랑 놓고 뻘겋게 비빈 밥을 먹는다.
-화장실. 파우치에서 칫솔 꺼내 선재의 치약을 묻히고 이를 닦는다.
S#35. 이사장실.
-백선생과 성숙.
백선생 : 간이 참 크긴 크네요. 그렇게 좋을까.
성숙 : 선생인 척 하는 거야.
백선생 : 웬만한 사람 같으믄 아무리 보고 싶어도 참지 않을까요? 학생들한테도 말 다 돌았을텐데.
저희 애가 기껏해야 일주일에 학교 하루 갈까 말까 하는데, 그애가 말 물어 나를 정도믄 뭐,
성숙 : 그까짓 거 백 개 있어봐야 소용 없어... 압수수색, 그것두 다 김전무가 지 인맥 동원해서 겁을 준 거 뿐이구...
쓸만 한 건 다 어디 감췄겠지.
백선생 : (손가락으로 육갑 짚으며) 역리상으로는, 크게 구설이 한번 있는데...
-성숙의 전화 진동. ‘김전무’
성숙 : 어,... (선다) 정말?...
백선생 : (선다) 아이고, 뭐가 왔나보네.
성숙 : 강교수가 잘 해야 할텐데... 누가 좀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S#36. 선재 집.
-선재의 침대 위에 입은 채로 누워 곤히 잠든 혜원, 뒤채다가 눈을 뜬다.
-선재가 코 앞에 있다. 앉아서 들여다보고 있었다.
-혜원, 내가 여기서 잠이 들었나? 그래서 이게 꿈인가?
선재 : 문두 안 잠그구 막 자버려요?
혜원 : ...왜 벌써 왔어?
선재 : 저녁을 집에서 먹구 오겠다 그랬어요.
혜원 : 내가 밥 다 먹어치웠는데.
선재 : 내려가서 먹구 올게요.
혜원 : 어. (다시 눈감는다)
-선재, 잠깐 보다가,
-신발 신는 선재. 다시 잠든 혜원.
-선재, 문을 열자, 준형, 임실장, 경관 두어 명이 밀 듯이 들어온다. 선재, 움찔.
준형 : (혜원의 구두를 보며) 이거 봐, 이거 봐, (버럭) 오혜원!
-혜원이 벌떡 일어나 앉는다.
선재 : (준형들 막은 채 혜원 향해) 제가 얘기할게요. 저 경찰서 몇 번 가봐서 좀 알아요.
혜원 : 치사하다, 강준형!
준형 : 뭐?!
선재 : (막는다) 잘못한 거 아는데요, 저랑 잠깐만 얘기 하세요.
준형 : 오오, 자백하네. (경관에게) 이거 자백 맞죠. 이러믄 증거구 뭐구 필요 없잖아!
S#37. 학교 연습실.
-유라가 들어온다.
-시은들, 걱정스레 구석의 책상 언저리에 서 있다가 본다.
유라 : 너네 그거 알어? 이선재 고발 당했어.
시은들 : 뭐?
유라 : 강준형이 둘 다 걸었대. 응응죄.
다들 : (뭐지?)
시은 : 무,무슨 소리야.
유라 : (피아노 앞으로 가면서) 순진한 척은... 내가 피아노 대신 해주께.
-유라, 멋대로 친다. 불안하게 마주 보는 시은들.
S#38. 경찰서.
-형사계. 준형 떠드는 소리 단연 압도.
-준형, 혜원, 선재 순으로 나란히 앉아,
준형 : 아니 자백했는데 증거가 무슨 소용이예요.
형사 : (키보드) 개인적으로 하신 건 효력이 없습니다. 제 앞에서 하셔야지.
준형 : (선재에게) 야, 너 아까 분명히 잘못했다 그랬지!
선재 : (시선 눈 앞. 대답 안해)
준형 : 오혜원, 너두 들었잖아!
혜원 : (나도 안해)
준형 : 이것들이 증말, (둘러보며) 임실장,
-구석, 인겸 비서가 통화 하면서 잠깐 기다리라 손짓.
-선재와 혜원은 그저 조용히.
준형 : (선재에게) 그럼 다시 한번 물으께. 내가 아까 너한테,
형사 : 자, 조용히 하시고, 우선, 강준형씨.
준형 : 네.
형사 : 금일 17시 04분, 이선재씨 집에 들어가셨을 때, 목격하신 광경을 상세히 진술해 보세요.
준형 : 신발 신구 있, 아니, 내가 직접 봤냐 안봤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요. 장본인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데,
형사 : (거의 장난끼) 그건 민법상 이혼 사유 중 배우자 부정행위 범주에 해당하는 것이고요, 여기서는 형법 241조에 의거,
간통의 증거가 명백하다, 다시 말해서, 남녀가 하의 탈의 상태로, 하체 혹은 성기가 밀착된,
혜원 : (내가 미쳐. 형사에게) 저, 잠깐만요,
형사 : 네.
선재 : (작게) 그냥 계세요. (참으세요)
준형 : (벌컥) 뭘 그냥 있어! (혜원에게) 뭐야. 할 말 있음 해 봐!
혜원 : (전화기 꺼내며) 변호사를 불러도 될까요?
형사 : (허허허) 아니 무슨 이런 일로,
준형 : 오, 이거 다 구질구질하지? 야,
선재 : (준형을 본다. 거의 달래는 심정)
준형 : 뭐, 마!!!
혜원 : (형사에게) 통화 좀 하겠습니다.
형사 : 그러시죠.
혜원 : (일어서며) 감사합니다.
준형 : 여기서 해! 당신, 도주의 우려가 있어!
혜원 : (앉으며 전화 번호 누른다)
선재 : (이거, 만만치 않구나)
S#39. 거리. 인겸 차 안.
-기사가 운전. 뒷자리의 인겸, 발신자 확인한다. 오혜원. 잠시 보다가 받는다. 손을 내밀었다.
인겸 : 어이구, 오혜원씨... 어쩐 일이세요... 인제 저하구는 할 얘기 없으신 줄 알았는데...
S#40. 경찰서.
선재 : (듣고 있다)
혜원 : 제가 좀 더 비싸지길 기다리는 중인데 그만 문제가 생겼네요...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S#41. 인겸 차 안.
인겸 : 당연히 가야죠. 법률 대리인 자격으로, 성심 성의껏 돕겠습니다... 네...잠 깐만요,
(기사에게) OO경찰서까지 몇 분이나 걸릴까?
기사 : 30분쯤,
인겸 : 30분 뒤에 도착하죠...네...네에. (끊고 단축 번호...) 어, 조청장한테 통화 바란다구 메모 좀 남겨 줘.
S#42. 경찰서.
-준형이 한켠에서 임실장과 종이 커피 들고 뭔가 열심히 얘기.
-책상 앞의 선재와 혜원. 나직히 주고 받는다.
선재 : (조심스레) 누구신데요?
혜원 : 변호사. 친구 남편.
선재 : (얼핏 불안) 쪼끔만 더 참으면 될 거 같은데.
혜원 : 난 좀 싫어.
선재 : (선다)
혜원 : ?
선재 : 이쪽으로 앉으세요.
혜원 : (알았어. 옮겨 안고)
선재 : (혜원 자리에 앉는다. 준형이 혜원 옆에 앉는 게 싫어서)
-준형이 다가온다.
준형 : 그래서, 온대냐?
혜원 : 어.
준형 : (앉으려다 선재를 본다) 뭐야, 너, 자리는 왜 바꿔!
선재 : 죄송합니다(싫어서요)
준형 : 허허허, 쌔끼 이거,
혜원, 선재 : (가만히)
준형 : 아오, 이거,
형사 : 말씀 너무 많이 하시면 불리해요.
준형 : 뭐요?!
S#43. 아웃도어 매장. 저녁 무렵.
-영우가 심드렁하니 앉아 있고, 매니저가 보고한다.
매니저 : 신이사님 잠깐 들르셨는데요, 신상 몇 벌 갖구 가시면서,
영우 : 인제 신이사 아냐.
매니저 : 네?
영우 : (점원에게 찻잔 들어 보이며) 나 이거 한잔 더 줄래?
점원 : 네,
영우 : (매니저에게) 그 친구가 집어 간 건 내 앞으루 돌려서 경비 처리 해요.
매니저 : 알겠습니다. (서고)
영우 : (후우...서글프다.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조금 후, 점원이 새 찻잔 놓아주고, 영우, 전화 받는다.
영우 : 어, 왕정희...매장에 들렀어...왜...응?!... (돌연 활기) 뭐?!!!...그래서, 아니, 잠깐만, (점원에게) 차 좀 대라구 해 줘.
점원 : 네,
영우 : (전화) 누구누구 있어?...(가방 챙겨들며 일어선다) 대박이다... (나가며) 지금 가께. 그 꼴을 내가 안보면 누가 보겠니.
진짜 사랑은 그렇게 깨지는 거지.
매니저 : (설레설레)
S#44. 경찰서 일각.
혜원 : 제가, 한남동 내외분 파일을 김전무님과 공유하면 어떻게 되죠?
인겸 : (픽 웃음) 이사장까지 공개적으로 수사 선상에 올리자, 그 말씀인데.
혜원 : 당연히.
인겸 : 순식간에 한 편이 되네요.
혜원 : 그 정도는 아니고, 이번 사안에 대해서만.
인겸 : 오늘 일은 죄송하게 됐습니다. 강교수가 너무 순진해서 벌어진 일이예요. 곧 수습하죠. (손 내민다)
혜원 : (마주 잡는다)
-모퉁이. 선재가 움찔 몸을 뺀다. 저거 뭐지? 의혹.
S#45. 형사계.
-형사계. 혜원과 선재, 준형이 앉아 있고, 인겸과 형사가 이야기.
인겸 : 조건 자체가 충족이 안되는 걸로 정리해 주시죠.
형사 : 알겠습니다(만, 이상한 사람들이네. 준형을 힐끗 보며 자판 친다)
준형 : (인겸에게) 아니, 저기, 이게 지금, 저는 이혼소송 신청하구 왔는데,
인겸 : 그거야 뭐 계속 진행 하셔도 되고.
준형 : (혜원을 본다)
혜원 : (눈 앞만)
선재 : (뭔가 싫고 불안한 느낌)
-소파의 영우, 지수, 세진이 그들 보며 이야기. 의아하다는.
영우 : 뭐니? 뭐가 저렇게 간단해? 쟤들, 구속 안돼?
세진 : 그렇담 다행이죠.
영우 : 너무 시시하잖아.
지수 : (내심 불안) 니 신랑이 쎈 거니, 혜원이가 쎈 거니.
S#46. 로비.
-인겸과 준형이 나오고, 그 뒤, 그 뒤, 영우, 지수, 세진. 그 뒤 좀 떨어져서 선재와 혜원.
준형 : (눈치) 저라구 이런 거 하구 싶었겠어요? 민학장 말씀이,
인겸 : 그 양반이 모르는 게 또 있으니까요.
준형 : (쩝)
영우 : (준형 등을 손가락으로 찌른다) 모양 빠져서 어쩌나.
지수 : (눈짓. 가만 있어. 뒤에 혜원이 있잖아)
세진 : (그러게요)
-선재와 혜원, 어색하고 불편한 공기 속에서 나직.
선재 : 잠깐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
혜원 : 많은 일.
선재 : 왜 악수했어요?
혜원 : 힘이 필요해서.
선재 : 그럼 다시 돌아가는 거잖아요. 힘, 뭐 그런 세계로.
혜원 : 그건 아냐.
선재 : 공짜 없지 않나요?
-인겸이 선다. 다들 따라 선다.
인겸 : 자, 이만 돌아들 가시죠. 잠깐의 해프닝이었다 생각 하시고.
영우 : 그러게. 세기의 사랑이 구속으로 완성되나 기대했는데.
준형 : 거 참,
세진, 지수 : (민망)
혜원 : (미소) 미안하다. 대신 파티 할게. 강준형, 오혜원 이혼 기념.
영우 : 어머 진짜?
준형 : (외면)
영우 : (인겸에게) 그렇게 되는 거야?
인겸 : (혜원을 보며 픽 웃음)
지수, 세진 : (불안한데)
혜원 : (선재 어깨 가볍게 치며) 먼저 가.
다들 : (본다. 선재의 반응이 궁금하다는)
-선재, 혜원을 안고, 다들 당황. 준형, 홱 돌아서서 간다.
혜원 : (나직) 나 이상한 거 알아. 근데 그냥 보여 줘. 쟤들한테.
선재 : (슬프지만, 알았어요)
-다들, 벙하니 보고,
-두 남녀의 이상한 포옹.
영우 : (글썽이며 중얼) 쟤네 진짜 좋아하나봐.
인겸 : (영우 팔을 잡아 끌고 간다)
영우 : 아, 왜,
-선재, 혜원을 안고 서 있지만 혜원이 저 세계로 다시 들어가는 것 같다.
S#47. 혜원 집 주방. 밤.
-혜원, 냉장고 앞에 서서 캔맥주 마신다. 벌컥벌컥. 방금 들어왔다.
S#48. 혜원 집 침실.
-준형, 넥타이 끌러 소파에 던지며 통화 중.
준형 : 아, 나야 다 용서 하겠다구 했죠... 기회를 몇 번을 줬는데... 성경 말씀대로 했다니까?
...어떡해요, 그럼...협의 이혼으루 가야죠...응?....그런 게 있어요?....그게 그렇게두 적용이 되나?...
-문 열리는 소리. 혜원이 들어온다.
준형 : (당황) 어, 다시 전화 할게요...네. (끊고 혜원을 본다)
-혜원, 준형 앞을 지나쳐 파우더 룸으로.
준형 : 잠깐 얘기 좀 하지?
혜원 : (본다)
준형 : 방금 누나랑 통화 했는데, 엄마가 많이 놀라셨나봐.
혜원 : (뭐, 좀) 그러시겠지.
준형 : 병원에 계시다구 하거든? 원래 심장이 안좋으시잖아.
혜원 : (본론이 뭐야?)
준형 : 오해는 말구 들어. 우리 협의 과정에서, 그 부분두 고려해야 할 거 같은데.
혜원 : 어떤 부분?
준형 : 위자료 말이야. 어차피 소송은 안할 거니까, 피차 잘 얘기해서 결론 냈으면 좋겠거든? 귀책 사유가 당신한테 있다는 건
뭐 다 아는 사실이고, 하니까, 내 가족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서도 당연히 배려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혜원 : (담담) 해야지.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파우더 룸으로)
준형 : (따라간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한도 내에서라니.
혜원 : (본다) 그럼,
준형 : 말 겨우 그렇게 밖에 못해? 니가 가진 걸 다 줘두 모자라지!! 그런 식으루 나오면 나, 소송 해야 돼!
혜원 : 강준형씨,
준형 : (멈칫)
혜원 : 작년 한햇동안 당신 옷이랑 구두 값만 3천만원 썼어. 결혼 해서 지금까지 쭉 그렇게 살아왔는데, 무슨 돈이 있겠어.
준형 : (찔리긴 찔린다) 아,앞으루 생길 거 아냐...김전무랑 그렇게, 손 잡으면,
혜원 : (파르르) 손 잡았단 말 좀 하지 마. (나간다)
준형 : 그럼 아냐?
S#49. 혜원 서재.
-혜원, 들어와 거칠게 문 닫는다. 미간을 한껏 좁히고 이를 악문 채 기대 선다.
-선재가 경찰서에서 했던 말. 아프다.
선재 소리 : 잠깐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저 사람은 누구예요?...왜 악수해요?...
-혜원, ‘잠깐 무시하자’, 고개를 털고 책상 앞으로. 가방에서 핸드폰 꺼낸다.
혜원 : 어, 세진씨, 나 내일 태블릿 새 거 하나 사다 줄래?...어...전에 쓰던 걸루...어...
(끊고 가만히 생각. 할 일이 많다. 새삼 전의가 솟는다)
S#50. 선재 집. 밤.
-불안한 선재, 서성이다가, 피아노 앞에 앉는다. 이거 좀 치다가 저거도 좀 치다가,
-악보 몇 권 뽑아 또 이거 펴놓고 치다가 저거 펴놓고 치는 등. 글리산도 쳐 긁다가 아야, 손을 턴다. 손톱 끝이 부서졌다.
-소독연고 바르며 후우,
S#51. 서회장 서재. 다음 날 아침.
-서회장과 성숙, 영우, 인겸의 말 들으며 석연찮은 눈빛.
인겸 : 이 사태는 제가 이미 경고 드렸습니다. 두 분 다 오혜원한테 잡히신 거죠.
영우 : (성숙에게) 두 분 다라는데요?
성숙 : 난 도무지 모르겠다. 무슨 소린지.
서회장 : 나두 마찬가지야.
인겸 : 새로운 비자금이 드러날 경우, 아버님은 집행 유예 어렵고, 이사장께서도 구속 될 수 있습니다.
받아들이시고, 그 여자 섣불리 건드리지 마십시오.
영우 : 혜원이가 이사장 해먹겠네.
인겸 : 당분간 직위는 그대로 유지하겠답니다.
성숙 : 핫바지 노릇은 싫지. 안 나갈래.
영우 : 그게 낫겠네요.
성숙 : 너 인제 혜원이 말 잘 들어야겠다. (간다)
영우 : 남이야.
서회장 : 궁금한 게 많지만, 당분간 담아 두겠네. (선다)
인겸 : (선다. 웃음) 그러시죠.
-서회장 가고,
영우 :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인겸 : 무슨 뜻이지?
영우 : 나두 머리 있거든?
인겸 : 난 당신 아버지 재산과 지위를 지켜주는 사람이야. 쓸데 없는 소리 하구 다니지 마. (간다)
영우 : (본다...그러니?)
S#52. 아트 센터 복도. 아침.
-혜원과 세진이 나란히 온다.
혜원 : 저녁 때 직원들 회식 잡아 줘.
세진 : 네.
혜원 : 해프닝이 한바탕 지나갔는데, 설명을 해 줘야지.
S#53. 혜원 사무실.
-혜원과 세진이 들어온다.
-왕비서가 명패 가리고 선다.
왕 : 비품이랑 다 아직 그대로 있어.
세진 : (난처한 웃음)
혜원 : (가방과 윗도리 건다) 원위치로 가세요.
왕 : 네.
-왕비서, 명패 들고 나가는데,
혜원 : 이사장은?
왕 : 아직,
혜원 : 나가봐요.
왕 : 네. (나간다)
S#54. 이사장실 앞.
-왕비서, 명패를 아랫서랍 안쪽에 넣고 한숨.
S#55. 혜원 사무실.
-세진이 명패 다시 올려놓고 상자의 물건들 제 자리에 놓는다.
-혜원, 소파에 앉아 통화 중.
혜원 : 여러 가지 신경 많이 쓰셨죠...염려 없으시도록 잘 하겠습니다...충분히 쉬세요...
S#56. 서회장 집 식당.
-성숙과 영우, 맛없이 밥먹으며,
성숙 : 그래...고맙구나...이만 끊어. (끊으면)
영우 : (힐끗) 속죄양 역할을 백선생한테로 넘겼나?
성숙 : (멈칫)
영우 : 통화 안해봤어요?
성숙 : (나간다)
영우 : 이성을 찾으세요... (도우미에게) 한마담 저러는 거 첨보지 않어?
도우미 : 네, 좀,
영우 : 엄청 구린 거지.
S#57. 일각.
-성숙, 전화기 귀에 대고 서성.
S#58. 공항.
-이륙하는 비행기.
S#59. 비행기 안.
-백선생, 파우치에서 미스트를 꺼내 뿌리고, 유라, 슬리퍼 갈아 신으며 짜증.
유라 : 이게 뭐야... 인제 쪼끔 학교가 재밌기 시작했는데.
백선생 : 두어 달만 있다 오면 돼.
유라 : (승무원에게) 여기요,
승무원 : 네,
유라 : 이거(구두) 좀 따로 보관해 줘요.
승무원 : 아,네, (유라의 구두 집어들고)
유라 : (기댄다. 뭔가 서운하고 아쉽다)
백선생 : 샴페인 한잔만.
승무원 : 네,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간다)
백선생 : 너두 뭐 좀 마시지?
유라 : (문자 찍으며) 됐어.
-문자 내용, ‘이선재, 나 정유라야,
S#60. 선재 집.
-선재, 학교 가려는 참. 물끄러미 문자 본다.
유라 소리 : 열라 뜬금없지? 나 지금 우리 엄마랑 도망 가. 오혜원이 피하라 그랬대. 진짜 무서운 여자야.
S#61. 혜원 사무실.
-혜원, 문자 보낸다.
S#62. 서회장 집 서재.
-인겸, 혜원 문자 본다.
혜원 소리 : 백선생 출국. 제가 도피를 유도했어요. 그 자체가 혐의 인정이니까.
S#63. 언론 보도.
-‘서한 그룹 비자금 관련, 총책은 역술인 백모씨’
S#64. 학교. 인서 방.
-선재, 책상 옆 의자에 앉아 있고, 인서, 책상에 기대 서서 물끄러미 본다.
-선재, 시선 떨군 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인서 : 됐어... 얘기 다 들었는데 뭐...
선재 : ...네...
인서 : 다 말구, 딱 한 가지만 말해 봐.
선재 : (힘들게 삼킨다. 울면 진짜 한참 갈 것 같아서)
인서 : (끈기있게 본다)
선재 : ...그건, 제가, 오랫동안 바라던 일이었어요... 어제, 그런 식으로는 아니지만, 그래두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근데, 기쁘지가 않아요...
-인서, 서성.
선재 : 전에, 교수님께서, 오혜원 무조건 다 이해한다고 하셨던 거 생각하면서, 저도 그렇게 해보려고 하는데...저는 잘, 안,(삼킨다)...
다 알 수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 마음이, (울음 삐져 나온다) 갈라지고 있다는 거. 뭐에 홀리구 있다는 거,
인서 : (본다)
-조용히 들먹이는 선재 어깨.
S#65. 회상.경찰서.
-혜원의 표정들.
-선재가 눈으로, 그거 아니예요, 당신 다시 마귀 손에 붙잡히는 거예요. 진심을 다해 말하는데도 아랑곳 없이, 득의 만면한 혜원.
그 순간 순간의 표정들.
S#66. 인서 방.
-고개 숙인 채 눈물 닦는 선재. 숨을 고른다.
인서 : (선재 어깨 한 번 가볍게 치고는) 애들 기다리던데. 같이 가자. 나도 애들한테 전해줄 게 있어.
선재 : (훌쩍이며 일어선다)
S#67. 학교 연습실.
-시은들, 각자 연습 중.
-인서와 선재가 들어온다.
-멈추며 엉거주춤 일어서는 시은들.
인서 : (웃음) 나 불청객이야?
시은 : 아,아니요...(선재를 본다)
선재 : 어제는 미안,
규현 : (자른다) 그건,
태진 : 암말 하지 마.
푸름 : 안해두 돼.
선재 : (시은을 본다)
시은 : (작게 끄덕)
-선재, 피아노 앞으로...가방 내려놓고 앉는다. 시은들도 앉으면.
인서 : (핸드폰 꺼내 메일 검색 하면서) 너네, 김은수 교수 알지.
시은들 : 네...
인서 : 그 친구가, 나랑 동기거든?...예고 기악과 수석이었는데 악기가 전교에서 젤 싸구려였어...
-선재와 시은들, 가만히 듣는다.
인서 : 근데 그걸로 대회 나가고, 유학 오디션두 하구, 다 했거든?...(핸드폰 들어보이는) 너네한테 꼭 하구 싶은 얘기 있다구,
멜 보냈더라.
시은들 : (뭘까? 마주보고)
인서 : 자, 읽어주께?...
-시간 경과.
선재와 시은들 연주하고, 인서가 한켠에서 지켜보는 중에,
김은수 소리 : 젊은 친구들에게...악기라는 건, 내가 소리를 내주기 전에는 아무 것도 아니야. 사람끼리도 그렇잖아?
나도 한때는 좋은 악기를 갈망해서 병까지 났었어. 그런데 마음이 실리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그냥 물건이야.
마찬가지로, 아무리 싸구려라도, 나를 표현하고 담아낼 여지는 있어. 지금 당장 너한테 있는 걸 진심을 다해서
아끼고 사랑해 주기 바래.
S#68. 모처(식당 밀실). 밤.
-혜원과 인겸, 마주 앉아. 둘 다 여유 있다.
인겸 : 요점은 두 갭니다. 첫째, 인제 자료 공유 하고, 둘째, 지분율 정확히 해 두자는 것.
백선생이란 여자 도피 시킨 건 신의 한 수였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어요.
혜원 : 아직 좀 이른 것 같네요. 두 가지 다... 악성 루머 유포, 어처구니 없는 계략, 그런 걸로 저를 궁지에 몰아넣구
적시에 구세주 역할을 하신 것 뿐인데.
인겸 : 어쨌거나 도움과 연대를 먼저 요청하지 않았나요?
혜원 : 원하는 걸 먼저 말씀해보세요.
인겸 : 예술 재단은 어차피 그쪽 소관으로 인정하고, 대신에 학교 재단은 저희 쪽에서 행사하겠습니다.
혜원 : 학교랑 예술 재단은 재정적으로나, 시스템 상으로나 뗄 수가 없는데요.
인겸 : 이번 기회에 분리하죠. 어차피 제 동생이 재직 중이기도 하고.
혜원 : 이런, 김인주 교수를 깜빡 했어요...총장 재목으로 키우구 싶으신가봐요.
인겸 : 어떡하시겠습니까.
혜원 : (웃음) 악수한지 하루만에 선전포고를 하시네요.
인겸 : 그런 거죠.
혜원 : (미소 띤 채 잔을 감싸 쥔다. 이럴 줄 몰랐니?...시선 들어 인겸을 본다) 학교는, 안되겠네요.
인겸 : (그러신가...)
혜원 : (그럼요)
S#69. 학교 연습실. (#67 연결)
-오중주 연습 계속.
-슬픈 중에 연주에 몰두한 선재 모습. 1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