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며 쥬스, 빵, 달걀, 참치, 과일, 휴지, 야채 등 아주 간단히 장을 봐도 어느새 몇 봉지나 되네요. 무거운 책가방에 양손 가득 봉지를 들고 오다보면 늘 한국에서 장보던 일이 생각나요.
일요일 오후, 마트 가는 것이 우리 세식구 중요 일과였거든요. 게으른 저 때문에 늘 일요일 저녁은 마트에서 간단히 때우는 것으로 지나갔죠.
마트에 가서 장을 본다는 것은 참 사소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 행위는 가족만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일상’의 모습이니까요.
제가 처음 “아, 결혼했구나”라고 실감했던 것도 결혼 1주일 뒤 남편과 처음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던 순간이었죠.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경치 좋은 곳을 같이 여행하는 것보다 같이 물건을 고르고 야채 고기 등을 사는 그 자체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아는 사람이나 친구, 연인들끼리는 같이 장보러 가지 않잖아요. ‘일상을 같이 하는 관계’ 그래서 더 특별한 관계가 바로 가족인가 봅니다.
며칠전에 한국 슈퍼에 가서 조그만 김치도 한통 사고 안성탕면과 햇반도 몇봉지 샀습니다. 이 정도면 한 일주일은 넉넉히 지나가겠죠?
제가 워낙 요리에 젬병인데다 왠지 유학생이 너무 거한 한국식 밥상을 챙겨먹는다는 것이 좀 사치인듯 싶어 ‘최대한 간편하게!’를 제 식생활의 모토로 삼았거든요.
그리 정교한 맛이 아니어도 상관하지 않는 저의 ‘둔한’ 혀도 미국생활하기에는 참 편한 것이네요.
그래도 가끔은 요리를 해서 먹습니다.
오늘은 제가 개발한(개발이라고 하기엔 좀 머쓱하긴 하네요.그 이유는 아래에...)간편 별미 레시피를 소개하겠습니다!
<치킨 데리야키 덮밥>
이 치킨 데리야키 요리는 이미 클래스 파티에서 한번 선보여 그 맛을 공인받은 명작입니다. 치킨과 데리야키 소스는 모두 제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라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조합이죠. 간편하고 맛있으니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우선 슈퍼에서 로스트 치킨(전기구이)을 한마디 삽니다. 가격도 4천원 정도로 저렴합니다. 피망이나 콩껍질 양파, 브로콜리 등 야채를 함께 준비합니다.이곳엔 각종 모듬 야채를 봉지에 넣어 냉동한 것도 많더군요. 물론 제가 선호하는 바로 후자입니다. 데리야키 소스를 사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죠?
따끈 따끈한 닭을 꺼내 살과 뼈를 발라내죠. 주섬주섬 주워 먹으며 발라내도 중간 파빅스 통에 가득 찹니다. 저는 이렇게 한마리 사면 서너번은 먹을 수 있더라구요.
우선 냉동야채를 팬에 부어 후추와 소금을 치고 달달 볶은 뒤 발라놓은 치킨살을 함께 볶습니다. 데리야키 소스를 부어 잠시 더 볶은뒤 불을 끄죠.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려 갓 지은 밥으로 둔갑시킵니다.
큰 접시에 밥을 올리고 치킨 데리야키를 모양좋게 올려놓는 거죠. 올리브나 오이피클, 혹은 김치 등을 접시 한쪽에 담은 뒤 쥬스 한잔과 들고 방으로 들어와 TV를 보며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아, 이렇게 먹는 얘기를 하다보니 먹고 싶은 것들이 막 머리를 뱅뱅 돌아다니네요.
고등어 조림에 상추쌈, 비릿하면서도 오묘한 맛을 가진 꽃멸치젓, 해물탕 먹은뒤 볶아먹는 밥, 엄마가 끓여주시는 빡빡한 소고기 된장찌개, 서린낙지볶음, 명동 빨개라면, 청사포에서 먹는 싱싱한 회, 납작하게 썬 싸구려 삼겹살(보통 대학가에서 많이 파는..절대 두꺼운 목살아님!),충무김밥, 각종 나물반찬, 부산오뎅, 심지어 야근할때 죽도록 먹었던 중국음식까지 먹고 싶은 것이 참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