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문 산악회 기린회에서 7월부터 기획한 내설악 12선녀탕 산행이 계속되는 폭우로 연기를 거듭하다가, 오늘에야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 일행 9명을 포함하여 40명 만석으로 출발하는 산정산악회 버스는 경춘고속도로를 거처 인제, 원통을 경유하여 장수대에 우리 일행을 하차시키고 나머지 인원은 한계령 넘어 흘림골로 이동한다.
아직 70에 불과하지만 산악회가 지정한 시간 이내 주파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불과 2년 전에 한계령에서 귀때기청봉, 대승령을 돌아서 장수대로 하산한적이 있고, 다시 장수대에서 안산까지 올랐다가 12선녀탕으로 하산한 경험이 있으나, 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을 터이니,.... 오늘 산행은 숨이 턱턱막히고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은 무디기만 하다.
신희영 대장은 뒤에서 힘을 내라고 격려하고, 때로는 체력안배를 위하여 보폭을 조절하게 하며 일행을 조율한다. 30여분 오르니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시원하다. 카메라 앞에 서지않는 일행이지만 모처럼 기분내서 한방 찰깍...
힘겨운 오르막 길 2시간 만에 대승령 안부에 도착하여 한숨을 돌리고 점심과 과일로 주린 배를 채우고 30여분 휴식 후 다시 출발. 안산 갈림길 깔딱고개를 겨우 휘돌아 장장 9키로에 달하는 계곡 하산길에 접어든다.
두시간 쯤 내려오니 그제야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계곡을 타고 떨어저 바위에 부서지는 물보라는 늙어가는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을 달래주는 신선한 자극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복숭아 탕은 과연 명성대로 으뜸이다. 아마도 몇 겁의 세월 동안 떨어지는 폭포물이 만들어 놓은 작품답다.
이제 계곡의 날머리 남교리가 100여메타 앞이다, 자 계곡으로 내려가자. 하루종일 흘린 땀을 찬물로 훌훌 씻어내자, 옷을 갈아입었으니 아마 10년은 젊어 졌으리라. 그렇게 또 행복한 하루가, 한 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