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소위 '묻지마 범죄'가 자주 오르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별 이유도 없는데 무작정 아무에게나 살인강간 등의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걸 두고 하는 말일 게다. 그야말로 무고한 사람들이 '마른 하늘에 벼락 맞는' 꼴인지라 '정말 우리 사회가 이래도 되는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범죄를 두고 사회심리학적으로 '불공정, 불평등한 사회 구조가 심화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사회현상이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의 빈곤을, 지금의 비참한 상황'을 못 면할 것이라 생각든다면 자포자기 심정에 빠져서 '죽는 게 차라리 낫다' '하지만 혼자 죽기엔 억울하다' '너 죽고 나 죽자'는 비정상이고 극단적인 돌출행동으로 분노가 표출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살기 힘든데, 내가 언제 흉악범의 피해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면 정말 살맛 안 나는 세상이다.
'평등 복지사회의 구현'이란 거창한 구호를 늘 달고 다니는 작금의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움직임을 보이기는 하는데, 그저 대선 당선용 제스처로서 그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 할 것 같은 행동이 나중엔 용두사미식으로 흐지부지되는 경우를 너무나 많이 봐왔었다.
사실 대책이 따로 있겠는가.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어찌 못한다'라 하지 않는가? 그걸 증명하듯, 보통사람들 태반이 겪고 있는 빈곤과 실업문제. 나라의 지도자가 바뀐다고 달라지는 일은 이제껏 없었다. 그러니 뾰족한 수가 있으리라 별 기대되지도 않는다면 나 자신 너무 자조적이라고 비난받을까?
'묻지마 범죄' '자포자기형 범죄'는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한국과 달리 미국은 총기를 난사하는 좀 더 격렬한 방법으로 범죄자의 화풀이가 행해지는 거라고나 할까.
어쨌거나 그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최소한의 도덕성을 강요하고 이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은 바로 '법' 아니겠는가. 법은 평등사회를 구현하는데 기본이란 것이 만민의 생각. 그리고 과연 그 법이 원래의 취지대로 엄히 적용되는지에 누구나가 관심을 갖는다.
요근래 유행처럼 일어나는 성폭행범죄를 보면 참으로 해괴하단 생각을 갖게 된다. 모두가 분노하는 사건이 터져 다시는 재발 못하도록 엄히 죄를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이를 비웃듯이 유사한 범죄들이 연이어 터지는 건 대체 뭔 일인가? 법을 무르게 적용하는 법관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말이다. 술김에... 초범이라서... 등등 이런 게 감형 요인이라니 기가 찬다. 성폭행죄를 경범죄 수준으로 여기고 있는 건 우리나라의 법관들 뿐인 것 같다. 아무리 잘 만든 법도 그 운용면에서 무르게 되면 의미가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런 생각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 19세기 초는 물론 옛 중국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송나라 때(북송)의 명판관인 포청천(包靑天)을 소재로 한 얘기와 경극이 시대의 경계를 초월, 민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걸 보면...
그 얘기의 주인공 포청천은 북송 안휘성 합비 출신의 관인으로 이름이 증(拯)이라고 하며, 요즘의 서울시장격인 개봉부윤(開封府尹)을 지낼 시 사심 없는 판결로 유명했다. 당파에 구애됨이 없고, 고관대작에게 아부나 타협을 하지 않아 청백리의 대명사가 됐으며, 신분고하를 막론 엄하고도 공정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사후(死後) 백성들은 그를 그리워했다.
사후 100년이 지나기도 전인 남송(南宋)과 금(金)나라 때부터 그를 주인공으로 한 희극과 시, 문학 작품이 등장했다. 명나라 때는 수백권으로 된 소설화본 《포공안(包公案)》 《포룡도판백가공안(包龍圖判百家公案)》 등이 있었고, 청나라 때는 《용도공안(龍圖公案)》 《삼협오의(三俠五義)》 《칠협오의(七俠五義)》 등의 장편소설 등이 나타났다.
중국 무속에서 신으로도 숭배되며, 지옥 중 5번째 지옥을 주관하는 심판관이 되었다는 전설도 있다.
그 인기는 현대에 와서도 식을 줄 몰라 중국과 대만에서는 물론 한국에서도 텔레비전 드라마로 소개됐다.
1994년에 MBC에서 추석특집 영화 시리즈인 《포청천》을 방영한 뒤 시청자들의 호응에 따라 1996년 10월까지 금요일 밤 시간대에 방영을 계속했고, KBS 2TV에서는 대만에서 1993년에 만든 《판관 포청천》을 방영했다.
종영 후에는 비디오로 출시된데 이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에는 iTV에서도 《판관 포청천》을 방영했으며, 2010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경인TV(OBS)가 2008년작 드라마인 《돌아온 판관 포청천》을 방영했다.
드라마 속에서 포증은 검은 얼굴에 이마에는 초승달 무늬가 박혀 있는 특징있는 외모로 등장한다. 포룡도(包龍圖) 포흑자(包黑子) 포흑암(包黑炭)이라는 별칭도 있는 그는, 지긋한 나이에 미남이나 호남형이라고 볼 수 없는 외모임에도 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는 왜 그리 인기를 끌었을까?
이는 책사 공손책과 호위무사 전조 등의 도움을 받아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는 포청천 판관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달리 말하면 시청자들이 그만큼 '불공평한 사회'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참고 자료 : 위키백과
자, 여기까지 긴 썰(?)을 읽었으니 드라마 OST 중 하나를 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