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차.140617.화.채석강-곰소항
새들이 떠드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아침 준비를
하는 중 잘 끓던 김치찌개가 엎어져 새로 준비한다. 화장실
전기코드는 쓸 수 없게 몽땅 막아놓았다. 물때를 정확히 맞춰 비경의 채석강을 감상한다. 인간만큼이나 자연
의
오묘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격포항에서 시작된 마실길 4코스
초반은 사투봉을 사투를 벌이며 올라가
는 것은 아니지만 봉을 에둘러 가며 희열의 땀을 흘리게 하는 준등산길로 진정한 나의 길이 아닌 듯하다. 맛
을 잊을 뻔 했던 산딸기의 유혹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비가
올듯한 날씨가 마음을 편안케 한다. 사람들
은 한 점 한 경치만 보고도 좋아하고 흡족해 한다. 나는 이 점들이 무수히 모여 이루어진 선을 만나고 다니니
표현하기가 매우 어렵다. 2% 부족한 듯 하면서 아담하고 앙증스러운 해변이 수없이 많이도 숨어 있다.
12:30
부터 많은 비가 쏟아진다. 마침 변산산림수련관 앞 대덕민박집 앞마당에 사방이 유리로
된 별채가 있어 주인
의 양해를 구하고 비를 피한다. 혹시나 하고 청소를 했더니 곧 비가 그친다. 이어지는 마실길은 구비구비 산
길이다. 그곳에 바다를 떠나 조용히
사는 게들이 있다. 재미 삼아 안주거리로 잠깐 사이에 스무 마리 정도를
잡는다. 화가 났는지 정말로 게거품을 문다. 걱정마라 좋은 세상으로 보내줄께. 방조제길가에 야생 양귀비인
지 꽃양귀비인지 완전 밭을 이루고 있다. 곰소항에
도착하여 젖갈가게에서 슈퍼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주
인이 차를 몰고 멀리 있는 슈퍼로 데리고 간다. 어떻게
감사의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천희 말대로 기름
에 튀긴 게 맛이 막걸리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답고
행복한 밤이다. 나머지 게로 게라면을 끓인다. 내가 잡은
게로 만든 음식이 세상 최고의 음식이다. 나만이 즐기기엔 너무나도 아깝고 안타깝다.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
지 않을 이 맛을 전할 방법이 없다. 아! 게! 중간 중간 하모니카 소리로 게들의 넋을 달랜다. 텐트 안에서 모기
들과의 전쟁을 벌인 후 잠든다.
해안따라 두발로 김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