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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박(진부령)
🐢 제27구간(50소구간) : 인제, 고성☔
• [°미시령-상봉(1,244m)-화암재-신선봉
(1,204m)-헬기장봉우리-대간령(새이령)°
-병풍바위(1,075.5m)-마산봉(1,052m)
-알프스리조트-흘리령길-흘리마을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진부령]
🐌 16.6km [백두대간 16.6km]
백두대간 피날레!
종주를 끝내는 마지막 대간길이다.
미시령~새이령(대간령)까지 비탐구간이라니
미시령의 단속을 피해 진부령에서 차박한 후
다음 날 새벽 픽업택시로 미시령으로 이동후 산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진부령미술관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바로 옆은 <향로봉대대>라는 군부대다.
"군인들의 경계 보호를 받으며 잠을 자네."
상황이 재밌다는 아들이다.
"진부령~향로봉 구간은 군에서 불허해 못 탄다니 이곳으로 군대가서 마저 타라"
"그럴까? ㅋ 군에서 특별 허가해 주는 기간 없나?"
"휴전선이 가까운 지역이라... 모르지 머. 이곳으로 군대와서 타."
대간 마지막 구간을 앞두고 진부령에서 잠을 청하는데 피로가 누적된 탓일까!
피곤한데도 쉬이 잠들지 못한다.
지난 주(한계령~미시령) 진을 뺀 산행에 이어
오랫만에 캠핑을 하고 싶다는 아들을 위해 고흥 외나로도를 다녀 온 후 쉼 없이 종주 피날레 길까지 일주일 꼬박 강행군이다.
철인까지는 아니나 아직까진 잘 버텨주는 몸이니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출발 전에 미리 전화를 하라기에 픽업을 부탁하니
비 소식이 있다며 다음으로 미루어도 좋을듯 하다는 의견이다.
기상예보로는 오후 3시경부터 비소식이 있다는데
장거리도 아니니 가능하다는 생각에 나선건데 다행히 밤하늘 별이 총총하다.
그래도 장담할 수 없는 변덕스런 설악이니
여러 가능성 중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폭우와 너덜길이 포함된 16km 안팎의 코스,
안전을 담보할 도보 속도(1.3km/h)를 상정해보니
06:00 출발하면 해지기 전 하산은 충분하니 종주를 끝내기로!
05:30 예약시간에 맞춰 택시가 도착한다.
기사분(010-3438-5233 마락규 기사님)이 다르다.
이 지역은 자기가 맡아 픽업하는 구간으로,
양양의 기사분(010-6382-8280 박승만 기사님) 연락을 받았단다.
미시령에 도착하여 기사분의 안내로 우회로에 들어서니 6:00
우회로가 다 그렇듯 철조망이 끝나는 지점으로 특별히 길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탓인지 요즘은 대간타는 분이 별로 없어 그나마 있던 길 흔적도 없을겁니다.
저 방향으로 치고 올라가면 될겁니다."
멀리 돌아가는 능선을 가르키는데 막막하다.
하이파이브로 파이팅을 외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사람 다닌 흔적은 없고 몸으로 때울 밖에 별 도리 없는 상황이다.
아들도 예상한듯 담담하다. ㅎ
현위치에서 기사분이 말한 방향으로 가상의 등로를 그려본 후 막되먹은 숲속으로 진입한다.
지난 주 하산길과 오르는 것 빼고는 상황이 똑같은 형세다.
덤풀과 키 작은 잡목으로 빽빽한 경사진 숲을 몸으로 밀어붙히며 오르니 이런 중노동도 없다. ㅠ
도저히 몸으로 밀고 나갈 수 없는 곳을 만나면 위로 혹은 아래로 돌아가며 고투를 벌이니 초반부터 힘을 다 빼는 고난길이다.
땀으로 범벅이 된 부자지만 서로가 있어 의지가 된다.
시작점이 잘못된 건 아닐까 괜한 핑계도 찾게 된다. 가지말라는 비탐구간을 타겠다 해서 겪는 것이니 감수해야지... 그렇게 소화하는 부자다.
이런걸 보면 아들이 많이 성장했다.
힘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번쯤 투덜도 되고 짜증도 나올 법 한데 그런 내색 없이 묵묵히 헤쳐가는 아들이다.
자신이 택한 산행이니 무엇도 탓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니 정말 달라진 아들이다.
산행이 가져 온 성장이다.
1시간여의 사투 끝에 대간길 능선에 올라서니 6:55
땀투성이에 맥빠진 부자지만 서로 수고했다고 하이파이브를 날린다.
멀리 뱀처럼 휘어진 계곡 너머 입산했던 지점이 보인다.
간단히 행동식으로 아침을 대신하며 한템포 호흡 조절을 하고 산행을 잇는다.
가다보니 이곳 역시 폐쇄시킨 길들이 나온다.
나무와 잡초를 심고 빗물에 흘러 내릴 토사를 막기 위한 시설 등으로 산길을 없애 간다.
순조롭게 끝나는 종주는 싱겁지 않아?
약간의 우여곡절이 가미 되어야 비로소 작품다운 작품이 되는거라며 비를 뿌리는 하늘이다.
시간을 보니 이제 7:17인데 오후3시에나 온다는 비가 서둘러 내리는 걸 보니 부자의 고난과 고단함이 필요한 종주인가 보다!
그렇다면 기꺼이 감수할 밖에!
아직은 이슬비 수준, 부자가 감당해야 하는 고단함의 정도는 하늘에 맡긴다.
곳곳에 6.25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한 흔적도 보이고
지난 주의 사투를 떠올리는 너덜지대도 연이어 등장한다.
폭이 넓은 너덜지대는 아니고
훤한 시각에 이슬비 오락가락하는 수준이니 문제 되진 않는다.
계속되는 오름길 끝에 오늘의 최고봉인 상봉에 오르니 8:18
비탐구간이라 지자체의 관심 밖인듯 그럴듯한 표지석도 없지만
진정 산을 좋아하는 산객들이 하나 둘 쌓아올린 돌탑과 명필은 아니나 누군가 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써놓은 상봉이란 작은 석판이 표지석을 대신한다.
그 어떤 거석(巨石)에 명필로 쓴 표지석에 비할 데 없는, 많은 산객들이 만든 마음의 표지석이다.
시작부터 없는 길을 만들어 온 탓일까, 일주일 연속 강행군으로 누적된 피로탓일까
앉으니 일어서기 싫다.
이슬비도 그치고 아들과 운무에 가려 살짝 윤곽만 보여주는 풍경을 감상하며 간식과 담소를 나누며 일어설 생각이 없다.
아무도 없는 낯선 하늘 아래, 산 위에
운무처럼 서로에게 서로를 걸어 놓고
함께 호흡하며 눈 맞추는 이런 순간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자발적으로 산을 타겠다고 나선 아들이 아빠에게 준 이 선물보다 더 값진 순간이 어딨을까!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함께하는 순간을 즐기는데
산 아래 멀리에서 정상을 향해 거친 호흡으로 달려드는 소리가 들린다.
"아빠 바람 무지하게 불어오나 봐"
유심히 들어보니 바람이 숲을 깨우는 소리가 아니다.
바람에 휩쓸려 내는 나뭇잎의 아우성도 아니다.
"겨우나 빗소리다. 보통 비가 아니다. 곧 쏟아질거야."
아빠 말에 반신반의 - 빗방울 하나 없는데 폭우가 쏟아질거라 하니 실감되지 않는 표정이다.
"이게 바람소리라면 어림해 봐?. 이 정도 소리면 초속 4~5m/s 정도는 되는데, 바람 소리가 들릴 거리라면 10초도 안돼 우리가 바람을 맞아야 돼. 근데 소리만 들리고 전혀 바람이 안 지나가잖아."
설명을 듣더니 그런가 하는 눈치다.
"배낭 커버라도 빨리 씌우자"
오후 하산 시점에나 비가 올거란 예보에 우의도 챙겨오지 않았는데 폭우를 만나게 됐으니 ㅠ
어차피 폭우라면 다 젖을텐데 - 위안 삼는다.
빗소리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폭우가 산자락을 타고 정상까지 숨차게 올라 온 탓인지 가쁜 숨 몰아쉬듯 엄청나게 쏟아낸다.
상봉에서 하산하는 직벽구간에 이르니 작은 폭포처럼 물이 쏟아지는데 순식각에 물 빠진 생쥐꼴인 부자다.
작은 폭포를 이룬 직벽구간을 밧줄 잡고 내려가는데 아뿔싸 발이 미끌하더니 쥐고 있던 비젖은 밧줄이 손에서 빠지며 그대로 등 뒷편 아래 바위에 뒷머리가 정통으로 찍는다.
잠시 멍하니 주저 앉는데 위에서 바라보던 아들의
"괜찮아?"
근심이 가득 담긴 외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뒷머리가 살짝 터져 부은 정도고
오른쪽 팔꿈치도 부딪쳤는지 아프고 힘도 모아지지 않고 곧게 펴지지도 않는다.
동요하거나 걱정들지 않도록 본능적으로
별 사고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몸짓을 짓게 된다. 자식 앞의 부모는 다 그렇다!
"아빠가 이렇게 사고날 수도 있다고 시연한거니 발 디딤 획실히 딛고, 밧줄도 젖어 미끄러우니 단단히 잡고 내려와라."
실컷 비 맞으며 몇개의 너덜길을 지나 신선봉에 도착하니 10:20
걸으며 아들 눈치채지 않게 자가진단을 해보니 오른팔이 불편해 스틱쥐는 게 힘들긴 하나 골절상은 아닌 게 확실하고
머리 역시 약간의 핏기가 보일 뿐 뇌진탕 증세도 전혀 없다.
부닥치는 순간 배낭이 완충 역할을 제대로 해준듯~
폭우는 지나 갔는데 여전히 비는 내린다.
등산화는 물구덩이고 옷에선 물이 줄줄 흐른다.
꽤나 쌀쌀하다.
"이렇게 추워지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했지?"
"체온 유지를 위해 계속 몸을 움직여야 된다."
"그래. 무조건 걸어야 한다. 어차피 이런 길에서 속도는 안 난다. 느리더라도 계속 걸어 체온 유지해."
오늘도 설악산은 기상 예보와 관계 없이 제 성깔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그럼에도 어릴 때부터 비를 워낙 좋아해서 개인적인 불만은 없다.
불편이 불만의 근거는 될 수 없다!
아들도 불편해 하긴 하나 비가 쏟아진다해서 불만도 짜증도 없다.
어린 아이니 그 나이 수준으론 아직 의식을 못하겠지만
통제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내리는 비)을 주관적인 감정에 이입하여 처리하지 않는 모습이니
산을 통해 잘 성장하고 있는 게 보인다.
헬기장봉우리 도착(11:20) 즈음부터 비가 상당히 가늘어졌다.
이대로 그칠지 더 내릴지~
한쪽은 먹구름이 그외 넓게 옅은 구름이 차지한 하늘인데 풀벌레 울음소리가 전혀 없으니 비가 그치지 않을거라고 경험으로 알고 있는 부자다.
'비가 가늘어졌을 때 조금이라도 더 진도를 빼자' 며 내림길을 부지런히 걷긴 하는데
참 이거... 물 찬 등산화도 버겁고 돌길이면 돌, 흙길이면 흙 죄다 미끄러우니 속도가 안 난다.
그렇게 11:45에 대간령(새이령) 도착
기분 문제에 불과하겠지만
비탐구간이 끝나니 심적으로 홀가분하다.
마산봉까지 빗줄기는 좀 굵어지다가 잠시 소강상태도 보이다가 이내 이슬비를 뿌리기도 하고 하늘은 기분내키는 대로다.
병풍바위를 지나 마산봉에 도착하니 14:10
산을 벗어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잠시 행선지를 착각해 하산길을 두고 멍 때리는 부자다.
이정표의 알프스리조트라는 방향 표시를 빤히 보고서도 흩어져 하산길을 찾으러 다녔으니... ㅋ
이리저리 길 찾다가 다시 이정표 앞에 선다.
[알프스리조트 1.9km]
라는 방향판을 다시 보면서 허탈하고 허망하게 웃는 부자다.
보고도 읽고도 하산길을 착각하고 다른 길을 찾고 다녔으니 이런걸 두고 귀신에 홀렸다고 하나! ㅋ
참 별걸 다 겪어보는 종주길이다. ^^
꺼낼 때마다 귀찮아 배낭 커버를 벗겨버린 까닭에
배낭안이 온통 축축하고 먹거리도 눅눅하다.
포장된 먹거리 중에서 단백질바 등으로 요기를 하고
마산봉을 출발하자마자 다시 퍼붓는 폭우.
천둥 번개를 동반한 지독하게 심한 폭우다.
산을 쓸어내겠다 작정한듯 쏟아버리니 순식간에 등로는 개천으로 변한다.
지난 주 만난 비는 양반 중의 양반이다.
이렇게 비를 맞아 보기도 쉽지 않으니
"원 없이 내리니 원 없이 맞아주마"
예전 추월산에서 만난 비 이후로 이렇게 실컷 맞아보기는 오랫만이라며 추억을 소환하는 아들이다.
"대간종주를 축하해 주려 축포 대신 천둥, 폭죽 대신 번개, 오색테이프 대신 폭우... 하늘이 총 출동했다"
"축하치곤 요란하네 ㅋㅋ"
백두대간을 마치는 부자를 위해 거창한 환송식을 준비한 하늘이라며 빗속 여정도 즐거운 부자다.
이런 상황을 웃고 즐기는 부자이니 많이 단련된 모습이다.
시그널이 엄청 매달려 있는 알프스리조트 철조망에서 기념샷을 남기는데 얼마나 쏟아지는지 사진찍는 것도 쉽지 않다.
폐쇄된 스키장을 지나 도로에 들어서고 다시 낮은 임야지대와 임도도 몇번 건너고 나니 흘리마을이다.
폐허가 된 마을 상가의 한 스키대여샾엔 방치된 스키들로 가득하다.
"올 해는 스키를 못탔네."
듣고 보니 코로나로 못한 게 많다.
양편으로 중앙선 부근만 남긴 채 빗물이 넘쳐 흐르는 도로를 따라 걷는데
인근 농부인듯 트럭을 몰고 시골길로 빠지는 운전자가 우리를 위해 길을 비켜 기다려주며 환한 웃음을 보낸다.
'얼마나 산에 미친 사람이면 이런 날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싶다.
전혀 산에 미치지 않은 부자랍니다. ^^
백두대간종주기념공원 빗속 풍경을 담아내려는데 빗줄기가 거세니 사진찍기가 수월치 않다.
진부령에 가까워지니 환송식도 끝나는지 점차 빗줄기가 가늘어진다.
진부령 도착을 기념하는 몇장의 사진을 남기고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니 16:10
갈아 입으려 옷을 벗으니 물이 줄줄 흐른다.
미술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귀가길.
비가 너무 내려 부실하게 먹었더니 배고픈 부자다.
아들에게 먹고싶은 걸 선택하라 하니 닭갈비를 찾는다.
속초의 맛집거리인 교동으로 이동하여 백두대간 여정의 마지막 식사로 닭갈비. 참 잘 먹는다.
🔹[ 백두대간 종주 에필로그]🔹
백두대간 종주!
작년 여름에 시작했으니 가을, 겨울, 봄을 보내고
다시 여름이니 1년 넘게 걸렸다.
대간을 끝냈음에도 아들이나 나나 특별한 감흥은 없다.
무슨 훈장을 기대한 것도 아니고
누가 권해 나선 것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담담한 부자일까!
64km의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면서도 그 길이 백두대간의 북진 첫머리인줄도 몰랐다.
백두대간은 정말 산을 좋아하고 잘타는 사람들이나 찾는 곳으로 여겼고, 우리가 대간을 탈거라고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지리산의 모든 탐방로를 다 탄 후 이곳 저곳 산을 찾아 다니는 것도 번거롭던 어느날 지리산 부근의 산이나 타보자고 한 것이 계기였다.
그렇게 노치마을에 닿고 아이들이 외가에 갈 때마다 거치게 되는 여원재와 사치재를 지나면서 뒤늦게 우리가 타고 있는 길이 백두대간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탈만한 산을 고르는 것도 한두번이지 매주 산 찾아보는 것도 고민이기에 별 뜻 없이
'어차피 타는 산이니 백두대간이나 타볼까?' 물었던건데
맨 처음 산을 타겠다고 해서 삼부자를 산행으로 이끈 큰 아들(풍광 좋은 산을 좋아한다)은 별다른 의견이 없는데,
작은 아들이 적극적으로 좋다고 나서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종주에 나선 것이다.
이 산행일기를 쓰며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 물었다.
"왜 종주하자고 한거야?"
"백두대간 이름이 멋있잖아. 호랑이의 등줄기를 타는 것이니 뭔가 있어 보이잖아."
ㅋ 참으로 아이다운 이유다.
그렇게 시작한 대간길인데 종주를 이어가면서 곡절도 많았다.
한 구간을 끝내고 픽업택시를 불러 주차지로 복귀하는 방법을 몰랐던 초기엔 원점회귀하는 식이었으니 구간을 왕복으로 타기도 했고, 왕복이 버거운 거리면 임의로 짧게 끊어 가기도 했다.
짧게 끊어가다 보면 접속로가 배 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많아서 대간길을 타는건지, 접속로를 타기 위해 대간길을 잠시 이용하는건지 주객이 전도된 경우도 많았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선답자들의 경험을 참고 삼게 되고 여러 정보를 통해 배워가며 종주를 이어갔다.
종주 중 지침으로 삼은 건 3가지였다.
- 남진이 아닌 북진으로 하고
구간은 순서대로 진행한다.
-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대간길 생략, 누락은 없다.
- GPS산행맵을 사용하지 않는다.
첫번째 지침으로는 두번의 남진과 구간 순서를 바꾼 것 외엔 충실했다.
두번째 지침은 100% 완벽히 수행했다.
길을 잃고 다른 곳으로 하산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탔던 일부 구간을 다시 타는 것도 감수했고, 필요 없는 접속로를 타기도 했다.
세번째 지침은 참기 힘든 유혹이었다.
GPS산행맵을 이용하지 않기로 한 것은 순전히 아들을 염두에 둔 원칙이었다.
GPS산행맵 따라 하는 산행은 생각 없이 줄 따라가는 것과 다름 없고, 체력과 의지의 싸움은 될지언정 스스로의 산행 능력을 키운다는 점에선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온라인상에서 얻은 산행 지도를 중심으로 나침판에 의지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시행착오도 겪어가는 산행,
가끔씩 만나게 되는 시그널이나 이정표가 주는 정보에 대한 가치 판단,
모호한 길 상태에서 바른 등로를 추측하고 읽어내는 능력,
당일 산행 구간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진행한 거리와 남은 거리에 대해 추론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키우는 산행을 하자고 이 원칙을 세운 것인데
길 잃어 자정 가까이 헤맸을 때나 다른 곳으로 하산한 경우, 알바를 할 때마다 GPS산행맵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이 컸다.(GPS산행맵을 이용하는 산객들 눈에는 GPS산행맵을 배제한 나의 산행기가 사서 고생하는 어리석음에 답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혹이 커질 때마다 자문했다.
부모란 입장에서 진정 아들을 위한 것이 무엇인가?
지금 당장 눈 앞의 아들이 봉착한 고생을 덜어 주거나 제거해 주는 부모여야 하느냐
아니면
훗날 아들이 갖추어야 할 자질을 배워가는 길이니 고생도 감수하게 할 것이냐?
또 다른 이유로 GPS산행맵 이용 여부에 대해 갈등하기도 했는데 몇몇 산객들의 핀잔 비슷한 주의를 들었을 때였다.
그 중 하나가 어린 아들을 동반한 산행이니 안전을 위해 GPS산행맵을 써야된다는 핀잔과
또 하나는 당일 산행 코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받아 체력안배며 도착시간 등을 예측할 수 있으니 GPS산행맵을 당연히 사용해야 된다는 강권을 받을 때였다.
분명 그 지적은 100% 옳다.
안전하고 계획적인 산행에 큰 도움이 된다.
삶도 그런가?
인생에도 GPS산행맵처럼 그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GPS인생맵이 있는가?
없다. 앞으로도 있을 수 없다.
인생은 GPS산행맵 없이 산을 타는 것과 더 가까운 형태다.
인생에서 필요한 경험은 직접 겪으며 얻어진 경험이지, 타인에 의해 던져진 경험은 그냥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인생은 GPS산행맵 따라 걷듯, 줄 따라 걷는 게 아니다.
이런 이유로 GPS산행맵 사용을 배제했다.
GPS산행맵 사용 배제를 가능하게 해 준 또 다른 근거와 믿음은
특별히 혹한이 닥친 어느 겨울(이젠 온난화로 더욱 만나기 힘든)이 아닌 한, 혹은 사고로 중상을 입지 않는 한 우리나라 산하에서 하산 못할 곳은 없다는 사실에서다.
이 세번째 지침 역시
우회하며 대간길로 합류할 때와
몇 번 길을 놓쳐 알바했을 때 뒤늦게 GPS산행맵을 이용해 현위치를 확인한 것 외엔 정말 잘 지켰다.
아들 덕분에 살아오며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백두대간을 종주를 한건데
아들 산행에 묻어 하게 된 종주 내내
함께 할 수 있어서, 희노애락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다.
백두대간을 타서 행복한 게 아니라
아들과 함께 해서 행복했다.
투닥거리기도 했고,
등로를 놓고 맞네 아니네 의견 대립도 하고
어떤 날은 기분이 상해 서로 멀리 거리를 두고 남보듯 홀로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 화해도 하고
길 잃어 막막하고 어둠 깔린 숲속 지칠 때 서로 믿고 의지하고,
그럴 때면 무서움을 떨치려는 아들은 좋아하는 트롯과 7080 노래를 부르고 그런 아들을 따라 부르는 것으로 함께함을 감사했다.
차박하는 어느날 밤하늘 가득한 별들을 감탄하며 시선을 함께 하던 시간도 많았고
갈비탕 팩을 넣어 끓인 라면의 고기 몇 점을 놓고도 서로에게 양보하며 주거니 받거니 하다 땅에 흘리기도 했다.
질책이 필요할 때 질책했고 그 질책을 헛되지 않게 소화해준 아들,
칭찬과 격려를 오만과 자만이 아닌 겸손의 자양분으로 삼아 준 아들이었다.
그렇게
함께 하며 나눈 모든 시간이 감동이고 감사하니 무슨 감흥이 더 필요하랴!
부자의 백두대간 종주는
함께 하는 시간이 준 덤이고
체력 증진은 계산에 없던 연말 정산 보너스다
첫댓글 퐁라라님 감사합니다.
올리기가 안된다는 문의에 이 늦은 시간까지 애써 복구해 올려주시니 감사한 마음 한편으론
괜히 님 수고롭게 만든거 같아 미안해 어찌할 바 모르겠네요.
고맙습니다!!!
🙆
👍
정확한 원인은 방장님이 보셔야 알것 같은데요.^^
아들바보 같은 모습으로...
산을 매개체로 부자간 만에 온전한 시간,
그리고 사서하는 경험 모든게 금쪽같은 추억이 되리라 보여집니다.
백두대간에서 튼튼한 기초를 쌓으셨으니 이젠 응용력 단계로 올리셔서
예상되는 위험, 예측가능한 위험은 사전에 회피내지는 우회하는 능력도 갖춰 나가심 좋겠습니다.^^
두분의 산행기를 보다 일찍 접했더라면 싶습니다.
고작 두세편 보았는데 막을 내리네요.
앞으로도 연재는 지속되리라 보고 기대 만땅 하겠습니다.
두분! 46회차에 걸친 백두대간 부자종주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늦게 아이들을 두다보니 성장일기를 쓰게 된건데(카스토리 '정이든정겨운이야기') 어느날부터 산을 타게 되어 산행기만 따로 모아 네이버블로그(산에 사내 사네)에 올리는데 홀대모를 뒤늦게 알게 되어서...
잠시 다른 산을 타보며 앞으로의 산행 계획을 짜보려고요. 아들은 겁 없이 정맥을 탄다는데 오히려 제가 머뭇거리게 되네요 ㅠ
아드님이 미남이십니다.
대간 졸업 축하 드리구요...
저도 첨에는 GPS 없이 지도와 선답자의 리본만 보고 했는데...
GPS를 이용하고 않하고는 자동차 운전할때 네비 를 이용하는것과 같습니다.
이리갈까 저리갈까 할때 필요하지요..
좀 휴식을 하시고 또 이어가셔야지요?? 그게 인생인데...
아 '네비 없이 차 운전이라' 적절한 비유입니다.
길눈 좋았는데 네비가 생겨 반봉사가 되어가는 제 꼴을 보니... 아들은 눈 뜨고 하는 산행이기를 희망해서 고생을 사서 했습니다 ㅎ
백두대간 종주를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두구간 힘든산행 열정에 대단하시다는 생각듭입니다
장하신 아드님을 두셔서 부럽군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마지막 두 구간이 연속 빗길에 힘들긴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합니다.
아들이나 저나 미루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다
어차피 매주 타는 산이니 찬밥 더운밥 가릴 필요도 없기에...ㅎ
폭우와 천둥, 번개가 축하해준 백두대간 종주 완료를 축하합니다.
든든한 아드님들을 두고 부자간의 정이 남다르니 부럽습니다.
다음 산행기가 은근히 기대됩니다.
안산 즐산! 화이팅!!
오랫만에 맞아 본 폭우라 그리 싫지는 않았습니다.
하늘이 종주 축하라며 거창하게 맞아주는거라 여기니 맘도 편하고.
또 언제 아들과 함께 쫄딱 비에 젖어보겠냐 생각하니 모든 게 다 소중한 시간으로 여겨졌습니다.
배두대간 졸업식을 천둥번개의 폭죽으로 환영 받으셨네요.
아들은 어린나이에 엄청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축하드림니다.
진부령 이후로 향로봉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3년전부터 1년에 한번씩 개방을하는데요.
요즘은 코로나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고성군청에 문의하시면 알수 있습니다.
백두대간 카터고리 진부령~향로봉에 보시면 3년전에 다녀온 기록이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역시 전문 산객들이 많은 모임이라 ^^
👍
올리신 향로봉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에 알아봐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는 없네요.
관련 정보를 얻어내주신 분이 어디서 얻은 건지...
음 맨땅에 헤딩이라고
고성군청에 수시로 매달려봐야겠네요. ㅠ
관련 전번이 있었는데요
최근에 비를 쫄딱 맞는바람에 핸폰이 못쓰게 되었습니다.
전번도 복구를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에 문구로 검색을 해보시면 단서가 될수도 있겠습니다.
님이 주신 단서로 찾아보니
2019년에도 행사가 있었고
작년엔 없었네요. 코로나탓인듯.
올 핸 어떨지 모르겠네요.
2019년 주최는 강원도민일보에서 한걸로 나옵니다.
2018년 달라진 게 있네요.
2019 행사에선 2002. 1.1 이전 출생자만 신청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었네요. ㅠ
하늘의 거창한 환송식 속에 남한구간을 잘 마무리하셨네요.
폭포같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긍정의 마인드로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축포 대신 천둥을, 폭죽 대신 번개를, 오색테이프 대신 폭우를 총동원한 하늘....
우여곡절이 가미돼야 작품다운 작품이 되는 거라고,
하늘의 마음을 잘 읽으시는 분이시네요. 이심천심인가요.
그래서 아드님과 아버지가 합작해서 대간완주라는 멋진 작품이 이루어졌나 봅니다.
'자식 앞의 부모는 다 그렇다!'
멋진 구절 앞에서, 쾅! 하고 머리를 치는 공감이 일었습니다.
상봉 직벽구간, 빗길 사고 앞에서 아들 걱정부터 먼저 하시는 부모 마음..
조심조심 걸으면서 아들 눈치 안 채게 자가진단하는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들 데리고 지리종주하던 때,
연하천 산장을 앞두고 아버지가 지쳐 까무룩 까무룩할 때,
아버지 볼을 꼬집으며 잠을 깨워주던 기억이 소환되어 먹먹해집니다.
칭찬과 격려를 겸손의 자양분으로 잘 소화시키는 아드님이 참 반듯합니다.
백두대간을 타서 행복한 게 아니라 아들과 함께 해서 행복하신, 아버님, 참 훌륭하십니다.
백두대간보다 더 큰 산이 되시길 진심을 모아 응원합니다. 즐감했습니다.
아드님과의 종주 추억이 있군요!
저도 2년전 큰아이(중1), 작은 아이(초5)와 함께 태극종주를 했는데 지금도 아이들이 그때 추억을 자주 꺼내곤 해요. 통과 시간 맞추려 재촉했던 발걸음과 대피소에 묵었던 일이 재밌게 새겨졌나봅니다.
좋게 읽어봐주셔 감사드립니다.
여름 마무리 잘 하시고요^^
참잘했어요..
감사합니다...
향로봉 트레킹 신청 사이트 입니다(http://xn--s39al6k12aq8hbzffnb796h.kr/)
애써 자료 찾으시느라...
친절한 정보제공에 감사드립니다.
이슬하님 아드님과 함께한 백두대간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일년 좀 넘게 걸려 목표를 달성하셨네요.
흔한 GPS도 사용치 않으면서 굳건한 신념으로 발자취를 남기셨군요.
졸업이 아쉬웠는지 종일 내리는 비 속에 추억을 새겼습니다.
지나온 멋진 발자취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새로 진행할 낙동정맥에서도 멋진 여정 기대할께요.^^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낙동정맥이 잘 받아줄지 부담도 되지만
찾으면 품어주는 게 산이니 안겨 볼랍니다.
어린 산객이 동반한 발길이니 좀 더 관대한 산이겠죠!
아드님과 아름다운 백두대간 완주를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산행도 늘 즐산,안산하시기 바랍니다.
관심주셔 감사합니다
가을장마라는데 부자가 산는 타는 일요일이라고 하늘이 신경을 써준 덕에 비도 내리지 않고 적당한 구름에 바람까지 시원해 산행하기 딱 좋은 날인데...
폭우를 뚫고 출발했는데 아뿔싸 차량이 삼수령 60여km 앞두고 문제를 일으켜 영월로 견인하고 이곳에서 하룻밤... 산행은 불가 ㅠ
낙동정맥이 낯가림을 하는건지
좀 더 쉬라는 배려인지~
낙동정맥 시작은 다음주로 미루고
아들과 영월 트레킹중인데 이것도 재밌는 추억이 되겠죠!
멋지고 알찬 가을이시길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