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면서
2019.4.27 오륜대 모임에 발표
단편 25편(신춘당선작과 명작단편)을 두 달 동안(2019년 1월 2월)에 걸쳐 다음카페 부산소설인협회에 연재하면서 편마다 두세 번 정독했습니다.
인터넷으로 작품을 찾아 선별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신춘문예 당선작이라고 다 좋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내 작품을 돌아보기 위해 좀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시도한 것인데 참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만시지탄을 해 봅니다만 이번 시도가 나의 창작에 조금은 활력을 불어 넣을 것 같습니다.
그 중 신춘문예 작품으로는 내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동아일보2019의 <폐차>가 좋았고, 한국일보2019의 <어느 날 거위가>가 환경문제를 다루어 좀 돋보였고, 조선일보 2014년 <달로 간 파이어니어>이 더욱 좋았습니다. 명작으로는
낙동강-조명희 꽃신-김용익 무진기행-김승옥 월행-송기원 림진강-김명익
매일 죽는 사람-조해일 눈길-이청준 갯마을-오영수 모래톱이야기-김정한
이 기회에 지난 해 발표한 <살구꽃이 피면>(한국소설 2018.5월호), <효도계약서>(월간문학 2018.11월호), <205호의 비밀>(문학도시 2018.12월호) 이 세 편을 두 번씩 정독해 보았습니다. 그 느낌을 간단히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살구꽃이 피면>은 좀 더 치밀한 문장 아름다운 비유가 있어야 되겠습니다.
<효도계약서>는 주제가 너무 강해 문학성이 떨어집니다. 좀 더 상설(詳說 detail) 곧 인물의 외모와 심리 묘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205호의 비밀>에는 종말 처리가 너무 급격히 이루어져 그 앞에 몇 문장을 추가하여 복선을 깔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옥탑방>(부경에스프리) <베스트드라이버>(오륙도문학) 두 편을 더하여 모두 5편을 발표했고, 장편 [안개저편](소설21세기-울산소설가협회 발간), 장편 [영남 알프스] (부산소설)에 연 2회씩 연재 중입니다. 좀 과욕?
어떤 원로님의 말씀에 의하면, 75세 넘으면 1)많이 웃고 2) 남의 말에 신경 쓰지 말고 3)욕심을 50% 줄여야 한다고. 그래서 올해는 단편은 한 편만 쓸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내가 발표한 80여 편의 단편 제목을 훑어보았습니다. 나의 대표 단편은 <밀물>-1979.월간문학 <핏빛노을>-1981.월간문학 「오소리 사냥」 [부산문학] 1996년 12월. <프로메테우스의 꿈>- 2005.계간문예. <숭어 망쟁이>-2014.한국소설. 이 다섯 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간 나름대로 열심히 써 왔지만 좋은 작품을 생산하지 못하여 한편 부끄럽기도 합니다만, 건강을 유지하면서 느릿느릿 써 나가려 합니다.
“치밀한 묘사와 적절하고 참신한 비유의 문장” 이게 작품을 살리는 원동력이란 걸 느꼈습니다. 2019년 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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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들
**단어-*퉁박을 주었다. *과속 방지턱 *폐차압축기 *또각또각 펌프스 구두
*휴대폰 액정 화면 위에 *절단육상자 *살처분 *파토라도 나면 *기분이 꿀꿀한 날은
*주름이 풍성한 린넨 원피스 밑에 고쟁이 같은 속바지까지 차려 입었다.
*보따리 딱 푸는데 냄비 하나에 전기밥솥, 젓가락 숟가락 끝.
*조팝나무 꽃 필 때 옥수수 심고, 돌배나무 꽃 필 때 콩 심으라 하고 뻐꾸기가 울면 깨 모종하랬다고 아랫집 할머니가 가르쳐 줬다면서.
*그들이 어떤 세월을 함께 살아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죽은 강우택 삶의 한 조각씩을 나눠 갖고 있는 것 같았다.
*나랑 살래요? 월급이 얼만데? *사월 들어 배꽃이 산언덕을 하얗게 덮던 날
*꾸우욱 꾹꾹 꾸우욱 꾹꾹 산비둘기가 더 가까이 울고 있었다.
*당최 누구인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가 유심히 봤는데 바지 한쪽이 비어있던데 *갑작스레 집안의 적막이 온몸으로 엄습해왔다. *우째 그래 머가 씌인 거처럼 홀딱 까묵었을까.
*넓적한 엉덩이, 한쪽을 저는 듯한 엉거주춤한 팔자걸음, 숱 없는 머리, 분명히 아버지였다.
*휘파람 새소리가 들렸다. 호오 호깨꼬 께꼬
*문 안쪽에서 달카락 손잡이가 돌아가더니 아버지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선택 받은 사람은 나 혼자였다.
*적절한 습기와 난방. 사건 현장은 곰팡이를 비롯해 박테리아와 벌레들이 자라기 알맞은 온실이다.
*누구나 죽을 때 텔레비전을 켜놓는다는 것이다. 시체가 발산하는 유기물질들이 가전제품의 열기에 달라붙는다.
*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인 흰 돌고래의 집단 자살이 달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덧붙였다.
*청소부. 하물며 사람이 죽은 자리를 치우는 일은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하진 않을 것이다.
*이제 적응할 때도 됐는데 K는 이런 결정적인 부분에서 초짜 티를 냈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천 원짜리 지폐 두 장과 동전 몇 개가 나왔다. 개뿔, 겨우 캔 맥주 하나 살 돈이다.
*여자가 남자를 달고 왔다. *담배가 고팠다.
*까치발을 하고 몸을 앞으로 밀어대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걔들 부모들이 일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방 안은 금세 시장통처럼 시끄러워졌다. 교양 넘치는 단어들이 상 위 떡갈비에 내려앉고, 전문용어들이 접시 위 잡채에 버무려지고, 여유 있는 웃음소리가 그릇 속 동치미에 스며들었다. 다들 할 말이 넘쳤지만 내게 말을 거는 사람은 없었다.
*가로등 불빛 속에서 드러난 여자애는 무표정하고 뚱해 보였다.… 시큰둥한 표정에 뚱하니 다물어진 입술을 보자니, 좀 웃어 보지 그래, 라고 슬며시 조언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자애는 투명인간 바라보듯 나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골목 앞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공소(公訴)를 기억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공소(空所)라는, 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자꾸만 떠올랐다.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린, 생의 숨결이 죄다 빠져나간 것 같은 텅 빈 공간. 어머니의 고향 마을 자체가 이제는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 곳이기도 했지만,
*산골의 공소는 관리가 안 된 탓인지 더욱 황량해 보였다. 문짝은 떨어져 나갈 듯했고, 건물 주위로 부서진 돌덩어리들이 세월의 잔해처럼 널려 있었다. 십자가와 마리아 상만이 그곳이 예배소임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었다.
*텔레비전 많이 보는 이들이 사람을 볼 때 닮은 연애인을 떠 올리듯이 나는 사람을 볼 때 닮은 새를 떠올리곤 했다.
*그해부터 앵두꽃은 다섯 번이나 지고 둥근 열매를 맺었다.
*『너는 손톱을 가지고도 남을 해치지 못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백정을 어떻게 생각하겠니?』
*무진을 둘러 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는 입김과 같았다.
*그 여자는 개성 있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윤곽은 갸름했고 눈이 컸고 얼굴색은 노리끼했다. 전체로 보아서 병약한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그러나 좀 높은 콧날과 두꺼운 입술이 병약하다는 인상을 버리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코와 입이 주는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었다.
*“네, 졸업연주회 땐 ‘나비부인’중에서 ‘어떤 개인 날’을 불렀어요.” 그 여자는 졸업연주회를 그리워하고 있는 듯한 음성으로 말했다.
*세월이 그 집과 그 집 사람들만은 피해서 지나갔던 모양이다. 주인들은 나를 옛날의 나로 대해 주었고 그러자 나는 옛날의 내가 되었다.
*사내는 그런 모습으로 깊게 눌러쓴 벙거지 속의 눈빛을 세워 사방을 휘둘러보며 천천히 개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왔다. 개천의 양켠으로는 추수가 끝난 논밭들이 을씨년스럽게 버려져 있었는데, 개천의 위쪽에서 북풍이 몰릴 때마다 사내는 흠칫 놀라서 걸음을 멈추곤 했다.
*깊은 주름살이 패이고 군데군데 칼자국이 있어서 꿈틀대는 짙은 눈썹과 함께 사내의 얼굴은, 그가 막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쉽게 알려 주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그는 죽으러 나가려고 구두끈을 매고 있었다.
*“오긴 왜 왔니? 이죽거리러 왔냐?”
* "당신은 참 엉뚱한데서 독해요. 늙은 노인네가 가엾지도 않으세요. 말씀이라도 좀더 따뜻하게 위로를 드릴 수 있었을 텐데 말예요."
*나는 어느새 그 콧속을 후비는 못된 버릇이 되살아날 만큼 긴장을 하고 있었다.
*눈이 왔더라도 어쩔 수가 있더냐. 서둘러 밥 한술씩을 끓여다가 속을 덥히고 그 눈길을 서둘러 나섰더니라…."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주겠다던 노인은 다시 마을 뒷산의 잿길까지만 나를 좀 더 바래 주마 우겼고, 그 잿길을 올라선 다음에는
*더깨더깨 굴딱지가 붙은 모 없는 돌로 담을 쌓고, 낡은 삿갓 모양 옹기종기 엎딘 초가가 스무 집 될까말까?
*고기잡이 아낙네들은 썰물이면 조개나 해조를 캐고, 밀물이면 채마밭이나 매는 것으로 여느 갯마을이나 별다름 없다.
*멸치 후리막, '짓'이라고 해서 대개는 잡어(雜魚)를 나눠 받는다.
*해순이는 과부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 스물셋의 청상이었다.
*큰 너울이 올 적마다 물컥 갯냄새가 코를 찔렀다.
*해순이와 상수가 그렇고 그렇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 달 그림자를 따라 멸치떼가 들었다.
*“이 새끼 맛 좀 볼 테야?” 하는 식으로 잡혀 왔다는 이야기였다. 그 밖에 또 하나 주목받을 이유가 될 만한 것은, 자기 고향인 조마이섬에 문둥이떼가 이주해 왔을 때 ― 물론 정부의 방침이었지만 ―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싸우다가 결국 경찰 신세를 졌던 일이라 했다.
*우악스럽게 앞으로 굽어진 두 어깨 가운데 짤막한 목줄기로 박혀 있는 듯한 텁석부리 얼굴! 얼굴 전체는 키를 닮아 길쭉했으나, 무엇에 짓눌려 억지로 우그러뜨려진 듯이 납작해진 이마에는, 껍데기가 안으로 밀려들기나 한 듯한 깊은 주름이 두어 줄 뚜렷하게 그어져 있었다. 게다가 구레나룻에 둘러싸인 얼굴 전면이 검붉은 구릿빛이 아닌가! 통틀어 원시인이라도 연상케 하는 조금 무서운 면상이었다.
*큰 도둑질은 언제나 정치하는 놈들이 도맡아 놓고 한다는 게 서두였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동포애니 우리들의 현 실정이 어떠니를 앞세우겠다!
* 비는 연 사흘 억수로 쏟아지지, 실하지도 않은 둑을 그대로 두었다가 물이 더 불었을 때 갑자기 터진다면 영락없이 온 섬이 떼죽음을 했을 텐데, 마침 배에서 돌아온 갈밭새 영감이 선두를 해서 미리 무너뜨렸기 때문에 다행히 인명에는 피해가
*육십이 넘는 갈밭새 영감은 결국 기약 없는 감옥살이로 넘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