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깊은 집 - 김원일
● 핵심 정리
• 주제 : ① 작품 전체-전쟁으로 인한 서민들의 곤궁한 삶과 애환.
• 갈래 : 장편 소설
• 성격 : 사실적, 회고적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특징 :
① 중심이 되는 거대한 서사가 없고, 다양한 인물들의 사건을 사슬처럼 연결하였다.
② 등장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고 세심하게 드러내며, 1950년대 당시의 생활 풍속을 생생히 재현하는 섬세한 시각이 돋보인다.
③ 과거와 현재의 화자를 따로 두는 거리두기의 수법을 병행하였다.
▪ 배경 :
① 시간 - 휴전 회담으로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② 공간 - 피난지 대구
● 줄거리
가족들과 떨어져 살던 ‘나(길남)’는 한국전쟁 직후에 누나를 따라 대구로 와서, 어머니와 두 동생과 함께 마당 깊은 집에 살게 된다. 4명의 아이들을 키우며 삯바느질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는 ‘나’에게 장남의 책임을 지우며 온갖 일을 시킨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에게서 자신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온다. 주인집은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셋돈을 받아 살아가면서, 관리를 초청하여 춤 파티를 여는가 하면 불법으로 큰아들을 미국으로 보낸다. 경기도 연백에서 피난 온 경기댁은 네 식구였는데, 딸 미선이는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미군과 결혼하여 도미하게 된다. 준호 아버지는 퇴역 장교인 상이군인이다. 준호 아버지는 고무팔에 쇠갈고리를 달고 돌아다니면서 잡다한 물건을 파는 행상을 하게 된다. 평양댁네는 평양에서 피난 온 사람들인데, 아들 정태가 월북 미수로 체포되는 일을 겪는다. 어느 날 주인집이 마당 깊은 집을 헐 것을 선언하면서 모여 살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한국 전쟁 직후 대구의 ‘마당 깊은 집’에 세 들어 살면서 힘겹게 보낸 세월을 회상한 자전적 소설이다. 고향 진영에서 남의 집에 얹혀 지내다가, 대구로 와서 셋집에 있던 어머니와 누이, 두 남동생과 합류한 길남이는, 위채의 주인집 이외에 아래채에 세 들어 살던 네 가구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작가는 소년 길남의 눈을 통해, 이 사회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정밀히 묘사하여, 전쟁으로 인한 비극이 작용하는 일상적 삶의 파탄과 왜곡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마당 깊은 집’은 전후의 피폐함이 존재하는 어두운 공간이면서도 그 속에는 서로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면서도 결코 마멸되거나 파괴되지 않는 따뜻한 인간적 온기를 담고 있다.
●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나선 소설
이 소설에서는 부재하는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아버지, 즉 가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억척스럽고, 강하고, 매정해질 수밖에 없다. 평론가 우찬제는 이 소설을 해석하면서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아 나선 소설’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한국전쟁 후의 남한이라는 시간적, 공간적 배경에서, 남편을 잃은 특수한 상황에 놓인 어머니는 실존적 요구로 인해 가짜 아버지 이미지를 취하며 동시에 어머니의 역할을 장남에게 의무로서 지우는 것이다. 이렇게 변질된 가족 구조 속에서 길남이는 부재하는 어머니에 대한 갈망으로 내면적 갈등을 겪는데, 가출과 집에 다시 돌아오는 행위를 통해 어머니란 존재와 사랑을 깨닫는 것으로 갈등은 종결된다.
● 김원일의 전쟁 문학
김원일의 많은 작품들은 한국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쟁 당시 소년이었던 작가는 월북한 공산주의자를 아버지로 둔 멍에를 문학적 화두로 승화시켜 빛나는 작품들을 다수 창작하였다. 그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들은 대부분 공포와 굶주림과 슬픔으로 가득 찬 어린이의 두 눈을 통해 민족의 비극적 체험을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분단의 멍에를 진 궁핍한 가정이 김원일의 문학에는 중요한 자양분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