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예정된 한 주 스케쥴을 보면, 목요일 오후 도예수업을 위해 목요일에는 2~3시 쯤 영흥도를 향해 학교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는데요, 목요일 수업을 수요일 오전에 대체하고 나니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태균이에게 다소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수요일 수업 때도 다소 힘들게 하더니, 목요일 나름 상황을 이해하고 얌전히 학교생활을 하더니 학교가 끝나고나자 영흥도로 가자는 것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용어를 동원해서 표현합니다. 태균이는 어깨너머로 엄마가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검색을 제법 잘 하는데요, 검색어를 돌리는데 우습기 그지 없습니다. '펜션'부터 시작해서, '콘도'도 기억해내고, '리조트'에 '호텔' '모텔' 등등 영흥도에다 자신이 덮어씌운 개념을 다 동원합니다. 태균이는 영흥도집을 펜션이라고 알고 있고, 펜션은 놀러갔을 때 머무는 것으로 개념을 확대하다보니, 비슷한 개념을 단어를 다 동원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제가 자주 사용하는 hotels.com도 뒤져대고 있습니다. 나름 개념화 인지는 칭찬받을만 합니다.
현재 영흥도집이 과거 '노루막이펜션'으로 운영되던 곳이고, 지금도 그 간판이 있기에, 자기가 읽을 수 있는 한글을 통해 특정 지역이나 시간을 개념화하는 태균이에게 있어 영흥도집은 영원히 펜션으로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휴대폰으로 검색어를 돌린 다음에 뭔가 나오면 내 눈 앞에 들이대며 가자고 재촉, 거기가 아니라고 하면 다시 검색돌리기에 열중, 또 다른 리조트를 찾아내서 눈 앞에 들이밀고... 그 모양새가 하도 우습고 기특해서, 제가 노루막이펜션을 검색해서 보여주었더니 바로 자기가 원하는 집이 나오자 더 적극적으로 가자고 재촉합니다. 그래도 도예수업이 없다면 오후늦게 먼 길을 가서 금요일 오전 다시 먼 길을 달려 다시 나와야 하기에, 오늘은 그냥 용인에 있자고 설득하니 그래도 순순히 받아들여서 다행입니다.
달이나 계절, 년도 등은 개념도 광범위하고 변화가 크게 돌아가다보니,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데, 월~일요일 7일이라는 숫자가 정확하게 돌아가는 한 주에 대한 개념은 너무나 철저해서, 새로운 변화를 맞고 그 변화에 적응되어 갈 때, 참으로 잘 짜주어야 합니다. 인지가 어느정도 올라온 아이들 중에 상당수는 그래서 주와 시간별 활동에 대해 강박적 집착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하루 24시간, 한 주 7일이라는 정확한 순환은 분명 아이들에게 생활패턴을 만들어내는데 있어, 예측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예측을 깨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선통보를 통해 분명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가슴으로는 용납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우리가 다양한 상황에 처하고 대응함에 있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태균이가 다소 힘들게 해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때로 부딪쳐야 하는 시간별, 주별 변화에 대해 스스로 탄력성을 갖도록 내버려두곤 합니다.
이렇게 어렵게 받아들인 '때로 예측과 달리 변화가 있는 일상'에의 훈련은 그래서 태균이에게 자주자주 필요합니다. 물론 많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도 이런 변화에의 적응 훈련은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런 면에서 용인과 영흥도를 오가는 이런 특별한 생활은 나름 긍정적 효과를 갖게 됩니다. 1시간반이나 걸리는 거리를 2~3일에 한번 꼴로 왔다갔다해야 되지만, 태균이가 좋아하는 여행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여기다보니, 태균이도 이런 생활에 푹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일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서, 이렇게 차곡차곡 흘러가는 세월 속에 태균이도 저도 방향을 잘 잡아야 합니다. 이중생활 속에 쌓여가는 피로감도 잘 풀어내야 하는데... 요즘은 마음만 바쁘고 몸은 따라주질 않는 것 같으니... 주변에서 늘 듣는 말처럼 '건강에 신경써라'라는 조언이 휴식에의 강렬한 욕구로 마무리되는 듯 합니다. 하긴 마음의 건강이 더욱 중요하기에 몸의 건강은 그 다음이 아닐까 하지만요... 그래도 며칠 전에 얻게 된 고무나무가 잘 버티고 있는지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누군가 유기묘를 거두어서 잘 키우고 예쁜 화분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제가 얻게 된 것인데요, 그걸 영흥도 집 앞에 놔두고 왔는데요, 며칠 째 못 보다보니 궁금해 집니다. 언덕이 심해서 정원이 가능한 구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가꾼 멋진 정원을 보면 제 눈길은 그걸 유심히 보고 있게 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