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경성(서울). 날품팔이 인력거꾼으로 살아가는 김첨지가 아침에 집을 나선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불량한 날씨이지만 벌이에 뛰어들어야 한다.
다 죽어가는 아내가 사흘 전부터 설렁탕을 사달라며 보채고 있는 판에 날씨를 탓하며 집에 드러누워 놀 수는 없다. 줄곧 굶고 있는 젖먹이 아들 “개똥이”도 먹여 살려야 한다.
이상하게도 손님이 줄을 잇는다. 아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오늘은 운행을 나가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듣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렇게 큰돈을 벌게 될 줄이야!
신바람이 나서 김첨지는 달리고 또 달린다. 미끄러운 길을 질주하다가 큰 사고를 당할 수도 있는 날씨이건만 그는 밀려드는 손님에 환호하며 오늘의 기가 막히는 운수를 기뻐한다.
“저 놈의 인력거꾼이 저렇게 술에 취해가지고 이 진 땅에 어찌 가노? 길 가는 사람들이 그렇게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 오는 하늘이 어느덧 어둠침침해져서 황혼에 가까워졌다. 집에서 가까운 창경원 가까이 왔을 때 그는 “마음은 괴상하게 누그러졌다.”
어쩐지 불안한 마음에 그는 곧장 집으로 가지 못하고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빈 속에 연거푸 술을 들이키고는 “이 원수엣 돈! 이 육시를 할 돈!” 하면서 돈을 마구 집어던지기도 한다.
이윽고 집에 도착했다. 아무 인기척도 없다.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김첨지가 이미 사망한 아내의 다리를 찬다. 그러면서 울음을 터뜨린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 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 (1924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