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에는 또 다른 황당한 이야기가 시작되어 21장까지 이어집니다. 19장 1절을 보겠습니다.
1 이스라엘에 왕이 없던 때에, 한 레위 남자가 에브라임의 산골에 들어가서 살고 있었다. 그는 유다 땅의 베들레헴에서 한 여자를 첩으로 데려왔다.
‘이스라엘에 아직 왕이 없던 때에’ 라는 말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왕이 없어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무질서한 상황을 소개하겠다는 것입니다. 에브라임 산골에 살던 한 레위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레위인은 상속받은 땅이 없이 각 지파에 흩어져서 오늘날의 공무원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레위사람에게 첩이 있었는데 무슨 일로 화가 나서 친정집으로 돌아가 넉 달 동안 머물러 있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그 아내를 데려오려고 마음먹고 처갓집을 찾아갔답니다. 처갓집에서 환대를 받고 아내를 데리고 저녁 늦게 길을 떠났는데, 밤이 깊어지자 베냐민 지파의 어느 노인 집에서 하루 밤을 묵어갔던 게 비극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동네 불량배들이 찾아와서 시비를 걸고 레위인의 아내를 납치해 집단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것입니다. 밤늦게 노인의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문 앞에 쓰러져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맙니다. 레위인은 자기 고향인 에브라임 산골로 돌아와서 첩의 시신을 열두 토막으로 나누어 12지파에게 보냈답니다.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보겠습니다. 30절입니다.
30 그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나온 날부터 오늘까지 이런 일은 일어난 적도 없고, 또 본 일도 없다. 이 일을 깊이 생각하여 보고 의논한 다음에, 의견을 말하기로 하자."
이어서 20장 1~2절을 보겠습니다.
1 그리하여 북쪽의 단에서부터 남쪽의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또 동쪽의 길르앗 땅에서도, 모든 이스라엘 자손이 쏟아져 나와서, 온 회중이 한꺼번에 미스바에서 주 앞에 모였다.
2 이 때에 온 백성, 곧 이스라엘 온 지파의 지도자들도 하나님의 백성의 총회에 참석하였다. 칼을 찬 보병도 사십만 명이나 모였다.
베냐민 지파의 땅 안에서 벌어진 일이므로 사건에 대한 판결과 집행은 베냐민 지파가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나머지 지파가 모두 모여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왕이 있었다면 왕명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왕이 없기에 이런 복잡하고 어수선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는 것을 본문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베냐민 지파는 10지파로 구성된 연합군의 압력을 무시하고 26,700명으로 구성된 방어군을 조직해서 대항합니다. 결국 내전이 벌어지고 마는데, 초반에는 베냐민 지파가 잘 싸웠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고 맙니다.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20장 46~48절을 보겠습니다.
46 베냐민 사람들 가운데서 칼을 쓸 줄 아는 사람 이만 오천 명이 그 날 모두 쓰러졌는데, 그들은 모두 용사들이었다.
47 그러나 육백 명은 방향을 돌려 광야 쪽 림몬 바위까지 도망쳐서, 넉 달을 그 림몬 바위 있는 곳에서 숨어 살았다.
48 이스라엘 사람들은 다시 베냐민 자손에게로 돌아와서, 그 성읍에서 사람이나 가축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모두 칼로 쳐서 죽였다. 그들은 그 일대의 성읍도 모두 불살랐다.
어떻게 동족끼리 그럴 수가 있나,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전쟁에는 내전이고 외전이고 없는 것입니다. 전쟁이 일단 일어나면 전쟁 자체가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니까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나자 비로소 사람들이 제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21장 2~3절을 보겠습니다.
2 이스라엘 백성은 베델에 이르러, 거기에서 저녁이 되도록 하나님 앞에 앉아 소리를 높여 크게 통곡하였다.
3 그들은 울부짖었다. "주 이스라엘의 하나님,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이스라엘에서 일어났습니까? 오늘 한 지파가 끝내 이스라엘에서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베냐민 지파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도피하는데 성공한 600명의 생존자가 남았지만 본문의 흐름으로 보면 그들은 모두 장정이었을 겁니다. 그들 외에는 모두 학살을 당하고 불태워졌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래서 베냐민 지파를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벌어집니다. 우선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의 가족들 중에서 처녀들을 선발하여 베냐민 지파에 보냈습니다. 그래도 모자라는 인원은 축제를 벌여 처녀들이 춤을 추게 하고, 베냐민 지파의 남은 장정들이 마음에 드는 처녀를 납치해가서 아내로 삼게 합니다. 이렇게 해서 베냐민 지파가 전멸하는 것을 막았다는 이야기인데, 이 본문이 사실을 바탕으로 기록된 것인지, 그랬다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아니면 사실과는 동떨어진 완전히 허구적인 작품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쨌든 이 혼란스러운 이야기가 본문에 채택된 이유는 오직 한가지입니다. 사사기 마지막 장 마지막 절인 21장 25절을 보겠습니다.
25 그 때에는 이스라엘에 왕이 없었으므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뜻에 맞는 대로 하였다.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왕이 없는 시대는 여기서 끝을 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왕정을 다룬 사무엘서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룻기가 끼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