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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흐름, 가지
필립 볼 형태학 3부작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놀라운 형태학
저절로 형성되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자연과 사회의 원리
이 책을 읽은 뒤에 여러분이 보는 세상은 그 이전의 세상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 대한 과학의 설명력은 물론, 과학이 열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홍성욱(서울 대학교 생명 과학부 교수)
필립 볼의 형태학 3부작은 비단 과학도들뿐 아니라, 언어와 문화, 현상의 패턴에 관심 있는 인문 사회학도들에게도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조지은(옥스퍼드 대학교 한국학․언어학 교수)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세계적인 과학 저술가 필립 볼의 형태학 3부작 『모양』, 『흐름』, 『가지』가 출간되었다. 20세기 초까지도 형태학은 생물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이 세계의 모든 형태의 기원과 성장을 다루는 가장 새로운 학문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형태학은 연구자의 직관에 의존하는 과거의 틀에서 도약하지 못하면서, 입지가 축소되었다. 그런 까닭에 최근까지도 생물의 형태와 구조 및 각 부위의 특성과 상호 관계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에 머물러 있었다. 형태학 3부작의 저자인 필립 볼은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등의 발전으로 획득한 다양한 도구와 개념을 폭넓게 활용했으며, 형태학과 최근의 사회적 변화와 이슈가 만나는 지점까지 세밀하게 포착했다. 이 3부작은 자연과 사회를 아우른 혁신적인 형태학의 놀라운 세계관을 독자들에게 선사할 것이다.
필립 볼이 쓴 형태학 3부작의 첫 번째 권인 『모양(Shapes): 무질서가 스스로 만드는 규칙』의 주제는 ‘형태의 자발적 발생’이다. 자연 과학의 여러 분야뿐 아니라 초기의 형태학과 관계를 맺었던 20세기 초의 예술 사조인 아르누보, 유겐트슈틸까지 융합하여 형태학의 발생 원리를 새롭게 조직했다. 두 번째 권 『흐름(Flow): 불규칙한 조화가 이루는 변화』은 형태의 역동성을 주제로, 다양한 형태들이 변화하는 방식과 그것을 예측하려는 과학적 시도들을 다루었다. 마지막 권『가지(Branches): 형태들을 연결하는 관계』는 다양한 형태들이 성장하고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의 사례를 종합해서 설명했다. 이 3부작은 독자들이 자연과 사회에서 접하는 수많은 형태들의 탄생, 발전, 확산의 전 과정을 이해하는 가장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3부작의 저자인 필립 볼은 『화학의 시대』, 『H₂O』, 『브라이트 어스』와 같은 저서들이 꾸준히 번역되어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하다. 그는 20여 년 동안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서 편집자, 편집 고문으로 있으면서, 우리 시대의 다양한 과학적 성취들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활약했다. 그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연 과학의 성과들을 융합시키는 역량을 가진, 우리 시대의 보기 드문 과학 저술가로 입지를 확립했다. 현재도 그는 미국과 유럽의 여러 매체와 기관에서 과학 문화의 확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독자들은 물리학, 수학, 생물학부터, 천체 물리학과 경제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누비는 필립 볼의 형태학 3부작에서 그의 이러한 대중적 글쓰기와 과학적 열정의 만남을 직접 확인하게 될 것이다.
생물학은 이렇게 ‘기성품’을 이용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그것은 또한 눈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거의 한없는 변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진화적 맥락 안에서 나타나고, 이것은 자연이 ‘작동’하는 패턴을 선별할 권한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 있는 자연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이며 또한 그 창조물의 가치를 평가할 능력이 있다. ―『모양』 본문에서
패턴 형성 과정들은 방대한 산맥, 두더지가 쌓은 두둑, 나아가 미시 세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축척에서 맥락에 무관하게 늘 똑같이 작동한다. 지질학이 기술에 영감을 줄 수 있고 생물학이 눈송이를 모방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패턴 형성 과정들의 경이로움이 아닐까. ―『가지』 본문에서
필립 볼
과학 저술가. 1983년에 옥스퍼드 대학교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1988년에는 브리스톨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여 년 동안 《네이처》의 물리․화학 분야 편집자, 편집 고문으로 일했다. 『화학의 시대(Designing the Molecular World)』, 『H₂O(Life's Matrix)』, 『브라이트 어스(Bright Earth)』, 『물리학으로 보는 사회(Critical Mass)』(2005년 아벤티스 과학 도서상 수상)』, 『음악 본능(The Music Instinct)』 등 대중 독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분야의 과학 책을 저술했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 영국의 빅토리아앤드앨버트 미술관, 런던 정치 경제 대학(LSE) 등에서 다양한 과학 강연을 하고 있으며, 《네이처》, 《뉴사이언티스트》, 《가디언》, 《뉴욕 타임스》 등 여러 잡지와 신문에 기고하며 과학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양
무질서가 스스로 만드는 규칙
개미의 집에서 인간의 심장까지
저절로 만들어진 모양 속에서 찾아낸 형태의 법칙
계통 발생은 어떤 지능 있는 창조자가 예정한 의도된 결과도, 또 어떤 알 수 없는 자연의 신비적인 힘이 만든 것도 아니라, 다만 단순하고 필요한 여러 물리적, 화학적 과정의 작용이다.
─에른스트 하인리히 필리프 아우구스트 헤켈
필립 볼은 이 책에서 초기 형태학에서도 중요한 연구 주제였던 얼룩말의 줄무늬, 나비 날개에 현란하게 퍼진 다채로운 무늬들, 해파리의 유동적인 형태와 놀라운 대칭성, 생명체의 성장을 준비하는 배아에 드러난 줄무늬까지 자연 곳곳에서 스스로 발생한 형태들의 사례와 원리를 파헤친다. 이 책에서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려는 진화적 노력뿐만 아니라, 주어진 자원과 제약 아래서 최대한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발성의 결과로 현재 우리가 보는 자연 속의 다양한 형태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모양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서 지금 우리가 보는 그런 유사성을 갖게 되었는지,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 속에서 어떻게 전혀 다른 모양이 나왔는지에 대한 막연한 추측이 아닌 이해를 얻게 될 것이다.
“어떻게 인간은 어떤 형태만 보고도 그것이 생물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 책을 시작한 저자는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형태적 특징을 부정했던 다시 웬트워스 톰프슨의 연구에 주목한다. 동시에 인간이 어떤 물체의 겉모양만으로도 생물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형태의 원리를 이해하는 핵심적인 단서임을 지적한다.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복잡성은 우리가 생명의 형태를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중요한 특징이다. 저자는 단순히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생물로 단정하지 않는다. 그러한 모양의 세밀함을 생존하려는 노력의 흔적으로 본 까닭에 그 모양에 생명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현대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 다양한 형태와 반응들을 만들어서, 실제로 발생하는 패턴들을 다루는 열쇠를 찾기도 한다. 특히 심장 발작을 일으키는 심장 부정맥이 일어날 때 보이는 나선형 파장의, 패턴이 물에 떨어뜨린 잉크 방울이 한동안 확산과 응축을 반복하는 화학 반응과 유사하다는 발견이 인상적이다. 이 반응은 우리의 직관에 반하는 까닭에 한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제는 이 나선형 패턴을 조작해서 심장이 멈추기 전에 일으키는 경고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패턴은 개별 생물만의 특성이 아니라, 그들의 집단적 성격을 보여 주기도 한다. 사회성 곤충 중 하나인 흰개미 중 어느 종은 높이가 6~7미터에 이르러서 마치 점토 성당처럼 보이는 집을 짓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형태가 아니다. 이런 거대한 모양의 집은 어디까지나 개별 개미들 간 상호 작용의 결과이며, 어떤 개미도 처음부터 특정한 모양의 거대한 집을 짓고 있다는 의식은 없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하나의 자발적인 규칙만 쌓여도 무질서에 형태가 들어선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형태가 처음부터 정해진 어떤 비밀스러운 암호에 따라 극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그는 식물의 잎차례를 다루면서 잎들에서 볼 수 있는 피보나치수열은 어디까지나 결과적으로 부합하게 된 도구임을 강조한다. 대신에 그는 식물의 잎차례가 햇빛을 받아야 하는 제약과, 한쪽으로 잎이 쏠렸을 때 일어나는 꺾임과 같은 물리적인 힘에 대해 식물이 자발적으로 반응한 사례라고 강조한다.
가장 복잡한 모양 중 하나인 인체의 형성에서는 개별적인 패턴의 발생이 총체적인 형태, 즉 모양의 형성으로 귀결되는 가장 포괄적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진화 발생 생물학과 튜링의 발생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접근법을 수렴하여, 소수의 화학적 도구들이 거대한 인체 구조를 형성해 가는 복잡한 과정에서 패턴의 자발성이 갖는 중요성을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차례
서문과 감사의 말
1장 세상의 모든 모양: 패턴과 형태
2장 벌집의 교훈: 거품으로 집짓기
3장 파동 만들기: 시험관 안의 줄무늬
4장 문신: 숨기기, 경고하기, 모방하기
5장 야생의 리듬: 군집 형성의 규칙
6장 정원의 식물은 어떻게 자랄까?: 데이지의 수학
7장 배아의 전개: 생명 탄생의 패턴
부록1 비누 막 구조
부록2 진동하는 화학 반응
부록3 BZ 반응의 화학적 파동
부록4 리제강 띠
후주 / 참고 문헌 / 옮긴이의 글 / 도판 저작권 / 찾아보기
옮긴이 조민웅
건국 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숙명 여자 대학에서 ‘이온 다발 때려 내기를 이용한 패턴 만들기’를 연구했으며 한국 과학 기술 연구원에서 ‘다이아몬드상 탄소필름의 성장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현재 동국 대학교 융합 에너지 신소재 공학과에서 연구 교수로 있으면서 계산 과학을 통해 재료의 성질을 연구하고 있다.
흐름
불규칙한 조화가 이루는 변화
그림 속 머리카락에서 도로 위 자동차들까지
흐름 속에서 찾아낸 결정적인 변호의 형태
물은 모든 살아 있는 물체들의 확장이자 기질이다. 그 무엇도 물 없이는 자신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 책에서 저자는 생물학, 물리학, 기상학부터 유체 역학과 천문학,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자연 과학의 다양한 학문들을 누빈다. 그 사이에서 저자는 오랫동안 일관성 없는 각각의 현상으로 간주했던 다양한 흐름들의 이면에 자리한 변화의 근본적인 원리를 보여 준다. 이 책은 경제학에서도 증권 시장의 주가와 같은 가격의 상호 관계가 유체의 난류와 유사성을 보여 줄지 모른다는 주장이 있음을 소개하면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시장 난류’도 단지 은유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물의 흐름을 다룬 스케치부터 바람을 타고 오랫동안 서서히 이동하는 사막의 모래언덕, 성지인 메카를 순례하는 이슬람 신도들의 거대한 인파가 혼란에 빠져드는 흐름, 아득히 먼 별 주위의 성간 기체와 그림 사이에서 드러난 난류 패턴의 유사함까지 다양한 흐름들을 관통하는 변화의 원리가 펼쳐진다.
또한 우리는 이 책에서 15세기의 만능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서 20세기의 대표적인 물리학자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에 이르기까지 흐름의 형태에 관심을 가진 인류와 과학의 오랜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변화의 양상과 원리를 파악하기 어려운 흐름을 다른 무작위적인 패턴과 구별해서 파악하려는 오랜 과학적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주식 시장, 도로 교통 등 사회 곳곳의 변화 요소가 급증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먼저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물의 유체 흐름을 그린 스케치와 그가 여성의 머리카락을 세밀하게 그린 스케치의 유사성에 주목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 변화하는 물의 형태에서 얻은 통찰과 여성의 초상화를 더욱 아름답게 그려내려는 노력은 떨어질 수 없었다. 이것은 최근에 재부상하는 형태학이 자연의 변화 패턴에서 얻은 지식과 능력을 인간 사회의 다양한 변화에 적용하는 데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흐름을 붙잡을 수 없었지만, 항상 흐름은 우리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욕조의 소용돌이가 각각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널리 알려진 주장을 반박한다. 하루 동안 욕조의 물을 가만히 두어 모든 회전 움직임을 소멸시킨 후에 욕조 마개를 빼자 남반구에서도 시계 반대 방향의 소용돌이를 볼 수 있었던 사례를 제시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통념과는 달리 욕조 속의 소용돌이는 지구 어디서든 어떤 방향으로도 회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막처럼 서서히 이동하는 알갱이더미들의 이동 원리도 우리 일상 가까운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시리얼 상자다. 저자는 상자를 거의 비워갈 때쯤이면 항상 맛있는 과일이나 땅콩은 모두 없어지고 맛없는 부스러기들만 남아 있다면서, 크기가 서로 다른 알갱이들이 섞여 있을 때 서로 밀리면서 큰 것은 위로 올라가고 작은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흐름의 패턴을 재치 있게 소개했다. 물리학자들은 이것을 ‘브라질넛 현상’이라고 부른다.
사막이 미세한 모래 알갱이들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마치 사구가 천천히 흐르듯이 이동하는 현상에는 어떤 규칙성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모래들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거리와 서로 부딪히며 튕기며 움직이는 정도, 그리고 쌓인 모래들이 균형을 잃고 무너지는 임계 각도와 같은 요인들을 종합해서 분석하자 서서히 베일이 벗겨졌다. 그 결과 움직이는 모래언덕 속에는 개별적인 알갱이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이 되었을 때, 고유의 변화 법칙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래 낱알들의 행동에는 법칙이 없을지라도, 그들이 모인 모래언덕의 변화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흐름인 도로상의 자동차들도 주의 깊게 다룬다. 그 중에서도 한순간 지체한 한 대의 차량에서부터 도로 전체로 체증이 일어나는 과정이 핵심이다. 한 운전자가 잠시 한 눈을 팔며 지체하면, 그 머뭇댐이 스스로 추동력을 얻어 모든 자동차들이 지체되는 흐름 속으로 빨려든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필연적이거나 의도적이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패턴의 원리를 대표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를 매년 수백만 명의 순례자가 모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 적용해서,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장소에는 추가로 통행로를 설치하고, 그러한 시간에 순례자들의 이동을 통제했다. 인파의 흐름을 걷잡을 수 없게 되는 미세한 지점을 장악한 것이다. 그 결과 사고가 크게 줄었다는 이 책에서 형태학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 중 하나이다.
차례
서문과 감사의 말
1장 흐름을 사랑한 남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산
2장 소용돌이의 패턴들: 흐르는 질서
3장 빙글빙글: 대류가 세상을 만든다
4장 모래언덕의 수수께끼: 알갱이들이 모여 만드는 질서
5장 네 이웃을 따르라: 떼, 무리, 그리고 군중
6장 대혼란의 소용돌이: 난류의 문제
부록1 베나르 대류
부록2 막세 세포의 알갱이 성층
후주 / 참고 문헌 / 옮긴이의 글 / 도판 저작권 / 찾아보기
옮긴이 김지선
서울에서 태어나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했다.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희망의 자연』, 『돼지의 발견』, 『당신의 삶을 바꿀 12가지 음식의 진실』,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 『오만과 편견』, 『반대자의 초상』, 『엠마』 등이 있다.
가지
형태들을 연결하는 관계
눈송이에서 인터넷까지
자라고 나뉘며 이어지는 형태의 우주
하나의 종류가 무한히 변형된다는 사실, 결정들이 모두 비슷하지만 똑같은 것은 절대로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하고 감탄하게 한다. ─다시 웬트워스 톰프슨
『가지』는 다양한 형태들이 성장하고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바탕으로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의 사례를 아울러서 설명한 책이다. 고대부터 동서양을 막론한 관심의 대상이었던 눈송이의 6각형부터 마치 식물 화석처럼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시킨 수지상 광물, 수 없이 반복되는 미세한 형태들이 모여 거대한 확장을 이루는 프랙탈 구조, 자유자재로 연결되며 급속하게 확장되는 인터넷 망까지 여러 형태들이 확산되며 관계를 맺는 장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연 세계에서 미세한 형태들이 반복, 분할하면서 거대한 형태로 성장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들이 자라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은 인간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들이 형성되는 원리를 파악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특히 의외로 좁은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인 ‘케빈 베이컨 게임’과 오늘날 형태의 관계학이 중요하다는 보여 주는 정보 통신망의 발달은 이 책에서 중요한 사례로 다루어진다. 형태의 복잡성과 연결성을 결합시킨 이 책은 자연과 사회의 구성 원리를 다룬 형태학 3부작의 마지막 권으로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같은 형태들이 반복적으로 연결되며 성장하는 프랙탈은 한때 세상의 모든 형태를 설명할 수 있는 만능열쇠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척도에서 보아도 같은 형태를 갖는 척도 불변성 혹은 자기 유사성을 갖는 프랙탈은 그 특성 덕분에 과학뿐만 아니라 예술, 인문학 분야에서도 다양한 발상의 자극을 주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극히 작은 배율까지 확대했을 때까지 같은 형태가 반복되는 실제 사례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따라서 최근의 과학자들은 프랙탈의 동일성에 집착하지 않고 유사한 형태가 분할되면서 밀집하는 원리에 주목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러한 연구의 주제가 세균과 세포에서 시작해 이러한 유기체와 유사하게 성장하는 도시의 형성 방식까지 확장되는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한다.
저자는 우리의 혈관처럼 생물들의 몸속에서 가지처럼 갈라지는 여러 구조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도 소개한다. 이 연구들은 생물의 에너지 소비 속도, 동물의 대동맥 단면적, 나무줄기의 단면적 등이 체질량의 4분의 3제곱에 비례한다는 상대 성장적 축척 법칙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에 기반을 두었다. 갈라진 형태만으로도 우리와 나무의 삶은 같은 법칙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저자는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의 핵심에 진입한다. 인간관계, 인터넷을 비롯한 우리를 둘러싼 각종 망들이 주제이다. 특히 구성 요소들 간의 평균적인 연결 개수, 즉 척도가 정해지지 않은 ‘척도 없는 망’을 분석하면서 인터넷을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인터넷은 무작위적 파괴에 직면해서는 회복력이 탁월하며 그것이 이 망이 성장한 핵심적인 동력이었다. 하지만 연결성이 가장 높은 핵심부터 망가뜨리는 공격에는 대단히 취약해서, 적절한 지점 몇 군데만 노리면 망 전체를 괴멸시킬 수도 있다. 저자는 한국 과학 기술원의 정하웅 교수가 참여한 논문을 인용하여 전체 구성 요소의 18퍼센트만 마비되어도 인터넷이 수많은 작은 조각으로 쪼개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리고 인터넷의 이러한 탄력성은 이 관계망이 누군가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한 형태인 까닭에 획득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자연의 다양한 패턴을 보며 우리가 진정 놀라워해야 하는 점은 그 패턴들의 핵심에 소수의 기본적인 원리가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세부 사항 혹은 구체적인 초기 조건, 경계 조건이 약간만 바뀌어도 그토록 환상적인 다양성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형태학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차례
서문과 감사의 말
1장 육각형의 겨울 왕국: 눈송이의 형태학
2장 가느다란 괴물들: 프랙탈의 신비
3장 갈라짐의 법칙: 깨지고 부서지고 찢어지는 형태학
4장 물길: 풍경의 미로
5장 나무와 잎: 생물학의 가지들
6장 웹 세상: 현대 IT 문명의 가지
에필로그 자연이라는 융단: 패턴의 원리
부록1 헬레쇼 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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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김명남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환경 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갈릴레오』,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 『인체 완전판』(공역),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여덟 마리 새끼 돼지 』, 『시크릿 하우스』, 『이보디보』, 『불편한 진실』, 『특이점이 온다』,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버자이너 문화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