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입시는 학생부뿐 아니라 자기소개서, 면접 등 다양한 전형 과정을 거치는 탓에 대입 수시의 학생부종합전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꼼꼼히 챙길 게 많은 전형이다.
7월18일부터는 충북과고를 시작으로 전국 20개의 과고가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과고는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을 하는 특수목적고교다. 시·도교육청 소속이라 전국단위 모집을 하는 과학영재학교와 달리, 해당 지역 중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
지역 내 과고가 없는 광주·세종은 응시 가능한 타 지역 과고를 확인해야 한다. 과학영재학교를 제외한 외고·국제고·자사고는 과고와 함께 전기고에 포함되므로 이 가운데 1곳만 지원이 가능하다. 아이의 준비 상황과 구체적인 진로 등을 고려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과고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해당 지역 과고 누리집에 들어가 입학요강을 확인하고, 가능한 한 입학설명회에 참여해 구체적인 지원정보를 확인하는 게 먼저다. 학교마다 전형 일정을 비롯한 평가 기준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고 입시는 2단계의 전형을 치른다. 1단계는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평가하고 방문/출석면담으로 이에 대한 사실 여부와 진정성을 확인하는 서류전형이다. 이 과정을 통해 1.5~2배수를 추려 2단계 소집면접을 하는데 학교에 따라 서류에 기반한 개별질문이나 수학·과학·인성 관련 구술면접을 진행한다.
평균 3~4: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과고 입시에선 1단계 서류전형을 통과하는 게 중요해 1단계 학생부와 자소서 등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과고 입시는 전형의 각 단계를 점수화하여 합산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 요소를 통합하여 정성평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서류만이 아니라 모든 요소를 신경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과고 입시에서도 학생부는 중요한 요소
교육부는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과고 제출용 학생부에서 ‘수상 경력과 교과학습발달상황 내 원점수/표준편차,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영재 관련 기록사항’을 볼 수 없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1단계 서류전형에서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평가요소는 학생부다. 세종과고 입학홍보부장 강☆☆ 교사는 “학생의 중학교 생활을 가장 충실히 보여주는 게 학생부이기 때문에 입학담당관들이 볼 수 있는 모든 항목이 평가에 반영된다”고 전했다.
학생부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교과(내신) 성적이다. 과고는 수학, 과학 성취도만 평가에 반영한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최상위 등급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강 교사는 “과고 입시는 다면적 종합평가이므로 내신은 전체 평가요소 중 한 항목”이라 강조했다. 학업 성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부족한 부분은 다른 평가요소에서 어느 정도 보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과를 제외한 나머지 비교과 영역은 자신의 구체적인 꿈과 진로를 바탕으로 활동 내용을 정리하면 좋다.
과고나 영재학교가 목표라면 이공계열로 진로를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 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등도 이를 고려해 교내활동을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독서활동 역시 자소서와 면접에 많이 활용되는 중요한 항목이다. 이과 성향이라면 전공 관련 책 60%, 인문·사회 20%, 교양·전공심화 20%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좋다.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담임교사가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으로, 자소서·추천서와 일관된 입장을 보이는 게 매우 중요하다. 사전에 담임교사, 교과담당 교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류를 작성하는 게 좋다.
🔷입상실적 직접 언급 말고, 스토리로 녹여야
과고 입시에서 자소서는 학생부와 함께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무기다. 자소서는 글자 수 3000자 이내로, 다른 전기고에 비해 분량이 많다. 한성과고 진로진학지원부장 주☆☆ 교사는 “자소서에 요구하는 글자 수가 많을수록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자소서는 남과 다른 나를 차별화해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자소서를 쓸 때 첫 단추는 학교가 뽑고 싶어 하는 인재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자소서에는 ‘과학·수학 분야의 잠재력과 열정, 창의성과 인성’ 등을 주요 열쇳말로 담되,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엮어 스토리를 구성한다.
‘스스로’ 해낸 ‘탐구활동’이 있다면 이를 기초로 수학·과학 분야 학업성취와 열정 등을 드러내면 된다. 영재원을 이수했거나 경시 준비 경험이 있을 때는 그걸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느꼈느냐가 핵심이다.
한성과고 2학년 박☆☆양은 “중학교 때부터 생물에 관심이 많아 백신이나 신약을 개발하는 생명공학자를 꿈꿨다”며 “영재원에서 했던 인상 깊었던 연구 과정을 떠올려 내가 왜 이 주제를 선택했고, 어떻게 실험을 설계했는지, 어떤 것을 느끼고 배웠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활동’에 초점을 맞춰 썼다”고 떠올렸다.
이때 교내외 대회 입상 실적이나 영재학급·영재교육원 수료 여부, 교과 과련 인증시험 점수, 부모나 친인척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드러내는 정보는 직접 언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공계열에 관심 있다 해도 수학 탐구경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친구도 많다. 박양은 “수학잡지나 과학잡지를 구독했었는데 그런 잡지들을 통해 탐구주제나 문제해결 아이디어를 얻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조언했다.
🔷2단계 소집면접 기출문제 등 살펴봐야
방문면담은 입학담당관이 지원자의 중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출석면담은 수험생을 학교로 불러 각각 서류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면담 일정은 중학교에 공문을 보내 미리 공지한다. 방문·출석면담에서는 제출한 서류를 기반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이 때문에 학생부와 자소서의 내용은 완벽히 숙지하고, 질문이 나올 만한 부분은 답변을 미리 정리해보면 도움이 된다.
2단계 소집면접에선 학교에 따라 서류 기반의 개별질문 또는 수학·과학 역량과 인성을 평가하는 공통질문을 묻기도 한다. 특히 수학·과학 구술면접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다. 강 교사는 “수학·과학 문항은 중학교에서 배운 범위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되며, 이를 “창의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융합형 문제가 제시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출문제를 살펴 경향을 먼저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보통 하나가 아닌 여러 방식으로 답이 도출될 수 있는 문항들이 나오기 때문에 평소 일상 속에서 교과 개념을 적용하는 연습을 하면 구술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유 연구원은 “문제에 어떤 아이디어로 접근했고,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자기 생각을 쉽게 설명하는 연습을 해보면 더욱 좋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이은애 <함께하는 교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