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위의 순서
제사를 모실 때 신위의 위치나 제수(祭需)의 진설 순서를 혼동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이서위상(以西爲上)의 원칙을 알면 간단히 해결된다. 이서위상이란 서쪽을 윗자리로 삼는다는 예법의 원칙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윗조상을 맨 서쪽에 둔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느 쪽을 서쪽으로 삼느냐가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집의 구조에 따라 제사상을 두는 장소가 집집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사를 지낼 때, 위패나 신주를 모시는 자리를 무조건 북쪽으로 삼는다. 임금이 앉는 자리를 북쪽으로 삼는 것이나, 묘가 있는 자리를 북쪽으로 삼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이때의 방위 설정은 실제의 지리적 방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즉 제사상이 위치한 곳의 실제 방향이, 집 구조상 남쪽이라 하더라도 그곳을 북쪽으로 삼는 것이다. 그래서 제사에 참례하는 사람[祭官]의 위치에서 보면, 마주한 제사상의 신주는 북쪽이 되고, 왼쪽은 서쪽, 오른쪽은 동쪽이 된다.
이와 같이 제례에서는 왼쪽을 상석으로 삼기 때문에, 가장 윗조상의 위패나 지방은 서쪽에 모시고, 그 다음의 아랫조상은 순서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시게 된다. 이를 열향(列享)이라 한다.
제수도 역시 이 원칙에 따른다. 조율이시(棗栗梨柹)는 서쪽이 상석이므로 왼쪽부터 차례대로 대추, 밤, 배, 감을 진설하는 것이다. 홍동백서(紅東白西)도 이 원칙에 따라 붉은 색 과일은 오른쪽에, 흰 색 과일은 왼쪽에 놓으면 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순서가 가문에 따라 다소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는 당파의 다름에 연유한다. 남인과 북인이 서로 차별을 두기 위해 생긴 습속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원칙은 이서위상이다.
그런데 종묘나 사당에 신주를 모시는 경우는 이와는 좀 다르다. 종묘나 사당에 신주를 모시는 차례는, 시조를 가운데에 모시고, 시조의 왼쪽 줄을 소(昭,) 그 오른쪽 줄을 목(穆)이라 하여, 2․4․6세를 소에, 3․5․7세를 목에 모신다. 이를 소목법(昭穆法)이라 한다.
이서위상은 죽은 이의 경우에 적용되는 원칙이며 산 사람은 이와 반대다. 살아 있는 사람의 경우는 이동위상(以東爲上)이 적용된다. 회갑 때 부부가 나란히 앉을 경우, 남편은 앞에서 보아 오른쪽에, 아내는 왼쪽에 앉게 된다.
음식의 배치 방향도 죽은 이와 산 사람은 정반대다. 즉 제사상에서는 메를 왼쪽에 두고, 국(갱)은 오른쪽에 놓는다. 그리고 수저도 손잡이 쪽을 동쪽으로 둔다. 그러나 산 사람은 이와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