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2
"오! 자네들은 슈만이 어떤지 상상도 못할 거야! 그것은 마치 목 언저리에 뿜어대는 여인의 숨결을 머리 뒤에서 느끼는 것 같은 기분이지. 그래, 맞아. 입맞춤보다도 더 추상적이고, 애무하듯이 가볍게 스치는 숨결이라고나 할까......정말로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
-프랑스 자연주의 작가 에밀졸라 루공 마카르 총서 14권 「작품」중에서-
여성 혐오자란 수식어. 하지만 그에게도 첫사랑이 있었고 사랑할 뻔도 한 여인이 있었다. 모델이며 여성화가였던 베르트 모리조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그리고 역시 또 한명의 걸출한 여성 화가 메리 커셋은 사랑까진 아니어도 어쩌면 그와 썸을 탔던
여인이었다. 물론 그녀는 신여성이어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지만 그들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흘렀다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story3
때때로 경마장으로 향하곤 했는데 이럴수가!! 강렬한 햇살이 주는 생생한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다. 석고상 같은 기수들 중에서 신참내기 를 순간 포착해서 재빨리 스케치한 후 내빼고 싶었다.
파리 사람들의 속마음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오페라 극장, 경마장. 입장료도 비쌌고 입장료 얻기도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런데....
그들은 일단 입장하면 딴청 부린다. 경마는 안중에도 없다. 최신형 벗슬 스타일의 드레스로 치장한 한 무리의 부인들은 서로의 자태를 과시하기에 바빴다. 한편 삼삼오오 모인 신사들은 그들의 숨겨놓은 정부들에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직 사륜마차 위 강아지 한마리가 그날의 유일한 관객이었다.
story4
소녀는 발레가 지독히도 싫었다. 그녀에게 발레는 차라리 매일의 고문이었다. 게다가 검은 연미복의 아버지뻘 되는 신사들의 느끼한 시선은 영 불쾌했다. 오늘도 그녀는 발레학원 안가겠다고 고집 부리다 어머니와 다퉜다. 어머니는 그녀를 '나의 귀여운 황금 오리'라 부르며 때로는 딸아이 연습내내
참관하기도 한다. 그녀가 연습을 등한시하고 친구랑 수다를 떨든 상관없다. 다만 하루도 빠짐없이 교습소로 가서 청순함과 귀여움 아름다움만 발산하면 충분했다. 소녀는 오로지 가능한한 돈많은 부르주아 신사들의 정부가 되면 그만이었다.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녀는 오늘도 발레 학원에 간다.
일단 딸아이를 학원에 보낸 어머니들은 열심히 일한다. 다림질하는 두 여인네들의 수다를 잠시 들어보자
"우리 쉬잔느의 아라베스크는 어찌나 우아한지 마에스트로 쥘 페로가 주인공 지젤을 시켜도 손색 없다는데요?! 솔리스트로 뭇 신사들의 시선을 한껏 받을테죠 "
"댁의 따님이 춤에는 재능이 있지만 여자에겐 첫째도 둘째도 역시 미모지요. 우리 까뜨린느는 연습실에서 가장 돋보이는 아이죠."
이것이 산업혁명 이후 자본주의에 쩔은 파리의 맨얼굴이다.
story5마네, 모네, 르느와르, 세잔느 그리고 드가 오랜만에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주머니가 빈약한 동료들이 가장 싸고 독한 에매랄드 색의 압상트를 주문하려하자 마네와 드가가 독주는 몸에 해롭다며 샴페인을 돌렸다. (세잔느 역시 부유한 아버지를 두어서 부족함 없이 살아온지라 그들 모두에게 보르도산 고급 와인을 대접하고 싶었으나...소작농의 딸과 놀아나 아들까지 둔 처지고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지라 차마 그러지 못했다.)
보통 카페가 문을 닫을 때까지 그들의 대화는 끝나질 않는다.
그들의 발 아래 파리를 굴복시킬 때까지 그들은 싸우리라!!
보들레르가 말한 근대적 영웅들의 결의였다.
마네가 젊은 시절 방종으로인한 매독으로 숨지고 난 후 드가는 그의 빈자리를 채웠다.
말년에 실명한 드가는 종종 이렇게 말했다한다.
" 내가 죽으면 내가 얼마나 열심히 작업 했는지 알게 될 거야."
실제로 사후 경매에 작품 수가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놀랐다고 한다.
피아졸라의 「망각」 (역시나 반도네온으로 연주될 때가 탱고는 가장 탱고답다.) 문득 제2 제정시대 관료화가이자 아카데미 원장이던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이 떠오른다.
고리타분한 신화. 신화는 죽은지 오래다. 아니 사실 생존했던 적이 없다. 허구일 뿐이다.
따라서 카바넬의 신화는 이미 오래전 망각되었다. 카바넬이 잊혀지니 드가가 서서히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