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자신의 시간으로 세상을 훈훈하게 하는 몽상적(?) 아이디어. 현실화는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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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구번 째 아기 예수의 생신. 하이라이트는 역시 전야, 즉 이브다. 23일까지 연말 약속 잡느라, ‘새해 첫 일요일’인 생일 약속 잡
느라 바쁘던 전화기도 24일엔 잠잠하다. 딱히 바쁜 건 아닌데 다들 뭔가 계획이 있을 거라 생각해주니 더욱 외롭기 그지없다. 야근이
직업인 친구가 어쩐 일로 일찍 퇴근했다. 집 앞 고깃집에서 껍데기를 구웠다. 배는 부르고, 자, 이제 뭐할까?
좋은 일에는 생각도 빨리 돈다. 크리스마스 기념 착한일 3종 셋트. 한번도 안가봤다는 친구를 끌고 용산참사현장으로 가서 조의를 표
한다. 여전히 상복 차림의 유가족들이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셨다. 따뜻한 음료수를 유가족과 전경들에게 고루 나눠준다. 안받으려는
전경 분들에게는 “크리스마스잖아요”하며 눈 찡긋.
용산역 광장 붉은 냄비에 소박한 돈을 넣고 서울역으로 갔다. 손에는 일금 천원짜리 김밥 열 개가 들려있다. 서울역에는 컵라면,
떡볶이, 빵 등을 나눠주는 천사들이 노래까지 불러주고 있었다. 서울역 근처 10년 거주자답게 집 없는 분들의 서열을 가늠한다. 뭘
받을 수 있고 고정된 자리가 있는 분들은 오래된 분들이다. 서부역 쪽에서 박스로 집을 만드는 분들이 바로 신참(?)이다. 취한 사람
빼고, 무서운 사람 빼고 하나씩 드린다.
봉사란 정작 나를 위한 것이라 했다. 다음날 안쓰는 카드포인트를 기부하면서 심하게 수긍했다. 누구나 한두시간쯤 도움이 되는 서
울역 시간기부센터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온 하루를 이게 어떻게 가능할지 고민했다. 예를 들어 이런거다. 저기요, 소개팅 기념으
로 센터에서 두시간동안 복지관 문서 작업 할까요? 어머, 이 센스쟁이!
친구는 새해부터 시작할 기부처를 디자인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앗싸. 몇만원이지만 좋은 일에 고루 쓰이도록 여기저기 생각하느라
바쁘고 또 행복하다. 내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착한 일 할테니 눈 좀 내려주세요, 했더니 진짜 눈이 왔다. 가슴에 번지는 보람과
은혜도, 인과의 이치도 이렇게나 빨리 온다.
201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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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각을 몸으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상타..... 우리는 머리로만 생각한다.....그리고 과정과 결과까지 예측하며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되는 일.....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결단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