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로 접어 들면서 가을빛이 더욱 짙어집니다. 사색의 계절 가을에
여행으로 그 의미를 더하는 것도 좋을듯 싶군요. 쫓기는 듯한 생활속에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춘천. 경춘선 기차여행 이야기를 마련하였습니다.
여행을 떠올릴 때 기차만큼 우리들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가 있을까요? 특히 바다나 강을 옆에 두고 달리는
기차와 작은 간이역 풍경이 주는 정겨운 맛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여행길로 더욱 그렇습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기찻길이 차창을 가르고 들어오는 바람을 따라 소박한 웃음을 짓게 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골 역사의 모습. 친구와 함께 이름 모를 어느 간이역에 내려 서녘하늘에 걸린 태양을 보며 종일토록 황금
들판을 걸어걸어 또 걷다가보면, 사람들은 어느새 한모퉁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코스모스, 한송이 들국화입니다.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가는 세월이 아쉬운듯 고개를 숙인 가을의 벌판, 그 귀퉁이 어딘가에 앉아 갑자기 훌쩍
커버린 듯한 느낌으로 가을 들녁을 바라보는 색다른 맛. 그건 칙칙 폭폭~경춘선 기차 여행이 주는 즐거운
여행의 묘미입니다.
[대성리역]
경춘선 기차여행은 먼저 청량리역을 출발한 기차가 성북, 퇴계원, 사릉, 금곡,
마석역을 지나, 대성리역에 도착하면서 시작됩니다. 첫사랑의 설렘. 삶이 힘겨울 때면 넉넉한 강물에 기대어
노여움을 풀던 북한강의 전경이 차장밖으로 한눈에 들어옵니다. 군사독재정권 아래 암울한 시절을 견뎌야 했던
386세대는 정태춘이 부른 ‘북한강에서’를 떠올릴 테고, 이제 막 스물을 넘긴 ‘꽃띠’라면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를 흥얼거릴 것입니다.
교통도 편리해서 수도권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대성리역 주변에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굽이굽이 흐르는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분위기 있는 명소가 많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사계절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우거진 숲 그늘사이 긴 산책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강가의 운치가 분위기를 더해주며, 나루터에서는 강 건너
마을을 오가는 배가 자주 있습니다. 북한강과 합류되는 구운천이 바로 곁에 있어 계곡에서의 물놀이도 즐길
수 있지만 북한강에서는 물이 깊어 수영은 일체 금지되어 있으므로 보트놀이로 만족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여행문화가 전무하던 1980년대. 서울에서 기차로 1시간 거리인 대성리는 대학생들의 ‘엠티(MT)’
천국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젊은이들은 대성리를 찾고 있으며, 젊음을 마음껏 토해내고 있습니다.
[청평역]
경춘선 여행의 백미, 강태공에게 인기있는 청평호 대성리에서 청평역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경춘선여행의 백미로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기차아래로 보이는 북한강과 청평호반이 아름다운 전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침고요수목원
특히 강변을 따라 달리는 시원한 드라이브, 청평호 팔당호 등 넓은 호수의 장관, 그 위에서 아침 공기를
가르는 수상스키의 시원한 물보라, 그리고 자연휴양림에서 쐬는 맑은 공기…. 북한강은 수도권 주민들의 간판
나들이 명소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맛집과 카페 미술관들도 여행객들의 피로를 덜어줍니다. 호숫가에 피어 있는 연꽃을 감상하거나 개구리 소리
들리는 논둑길을 거니는 것도 운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강 건너 화야산의 경치까지 더해서 빚어내는 조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산장유원지, 청평안전유원지
등 야영장이 널려 있으며 영화 ‘편지’의 주무대로 유명한 [아침고요 원예수목원]도 멀지 않습니다.
[가평역]
가평역을 찾는 관광객의 절반이상은 남이섬을 가기 위함입니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10분이면 선착장에 도착합니다.
남이섬은 청평댐을 만들때 강물이 차서 생긴 내륙의 섬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섬의 둘레는 약 6Km이고
넓이는 13만여평인데 섬 전체가 물에 떠있는 관광지로서 섬의 중앙부에 8만여평의 잔디밭이 조성되어 있고
섬둘레에는 밤나무, 포플라나무 등이 무성하게 병풍처럼 서 있어 산책하기는 그만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 중에서
이 섬에는 섬이름이 말해주듯 남이장군의 무덤이 있습니다. 남이장군(1441 ∼ 1468)은 17세에 무과에
장원급제했고 세조13년(1467)에 이시애가 일으킨 반란을 평정하여 큰공을 세웠으며 여진족의 일족을 물리친
공으로 27세에 병조판서가 되었던 사람입니다.
게다가 섬둘레에 심어진 자작나무를 따라 걷는 산책로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 곳에서 촬영된 이후 동남아 젊은이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관광지중 하나가 됐습니다.
회전목마, 모노레일, 낭만열차 등 선착장에서부터 놀거리가 널렸으며, 섬주위를 일주하는 래프팅과 모터보트의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단풍이 시작되는 10월에는 섬만 바쁜 것이 아니다. 인근 명지산은 고목과 기암괴석과 빚어내는 가을 단풍이
압권. 소요산과 함께 수도권 대표적인단풍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용이 승천하면서 아홉구비 그림을 빚어냈다는
용추구곡과 수도권 유일한 청정계곡인 적목용소 등도 빼놓지 말아야 할 볼거리 입니다.
[강촌역]
아홉빛깔 구곡폭포, 밤바람에 떨어질듯한 별빛강이 있는 촌이라는 뜻의 강촌은
시골적인 맛을 고스란히 담은 이름. 하지만 강촌의 옛지명은 강가의 마을로 물가마을, 또는 물개마을로 이름지었다가
일제치하에 강촌으로 개명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경춘선 개통전에는 춘천시로 가려면 지금의 강촌교 밑에서
배를 타고 건너가 삼십오리(14km)를 도보로 이용하였던 옛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삼악산에서
내려다본 풍경
특히 강북으로 있는 삼악산은 금강산, 설악산과 같이 크고 준엄하지 못하고 오대산같이 웅장하지는 못하나
설악의 수와 오대의 웅을 한데 빚어 축소해 놓은듯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산경에 의암호가 깔려있어 더욱 절경이고, 삼악산 남쪽 계곡의 좌우 암벽을 깎아지른 듯한 수십미터의 절벽
틈에 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져 있는 등선폭포와 상원사, 흥국사가 있으며 등산로를 따라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춘천시 전경과 봉의산, 중도, 붕어섬, 의암댐이 함께 어우러진 경치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남으로 봉화산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있어 수도권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역에서 4㎞가량 떨어진
봉화산자락에 위치한 높이 47m의 구곡폭포는 아홉구비 물줄기가 아홉가지 소리를 낸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내친김에 깔딱 고개너머 2만여평의 분지에 형성된 문배마을을 방문하는 것도 좋습니다.
[남춘천역]
공지천
의암호, 춘천호, 중도, 위도서 호반의 도시 진면목 느낄수 있습니다 춘천을
왜 호반의 도시라고 부르는지 알고 싶다면 이 곳에 내리면 됩니다. 버스로 10분 남짓 거리에 있는 공지천을
시작으로, 의암호, 중도, 위도(고슴도치섬), 춘천호으로 이어지는 춘천의 대표적인 호수공원의 호젓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원래는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류지지만 의암댐이 생기면서 호수가 됐다고 합니. 얼음이 어는 겨울을 제외하고는
연중으로 각종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곳곳에 위치한 유료낚시터에서 잉어와 붕어를 건지는 손맛을 맛본다면
금상첨화.
[춘천역]
닭갈비가 부르고 막국수가 손짓하는 명동골목으로 오세요! 경춘선 여행의 종점이자
시작점입니다. 춘천에 왔다면 빼놓지 말아야할 먹거리. 닭갈비와 막국수 입니다. 춘천역에서택시로 15분 거리인
명동닭갈비골목에는 20여개의 닭갈비업소가 성업중이며, 요금은 2,000원가량. 어느 곳을 가도 맛있습니다.
메밀가루를 반죽한 면을 김치나 동치미국물에 말아낸 막국수는 4,000원에 맛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총떡,
칡국수, 모래무지찜도 춘천이 자랑하는 향토음식.
의암호와 함께 춘천의 대표적 호수인 소양호도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유람선을 타고 강건너 청평사와 오봉산을
오르면 호수와 산을동시에 즐기는 두가지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간이역 가평역과 강촌역사이에 있는 경강역은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과 최진실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소로 좁은 역대합실에 들어서면 영화 "편지"의 스틸사진이 벽면을 장식하며 그 당시의 감동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강촌역과 남춘천역중간의 신남역은 드라마 간이역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 역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소담하고
맛갈나는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어 전형적인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요즘처럼 하늘이 높아지고 눈이 시릴정도로 푸르른 날이면 문득 인적 드문 간이역이 떠오를 것입니다.
철도변에 옥수수가 허연 수염을 내밀고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강변의 한적한 시골역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면
이 가을이 더욱 운치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