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葆光의 수요 시 산책 27)
감자꽃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 권태응(1918-1951), 『권태응 전집』, 창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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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지만, 가식 없이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이 필요한 때입니다. 과거에는 정보가 부족해서 말이 무성했지만 요즘에는 정보가 넘쳐나서 또 말이 무성합니다. 행간을 보라는 말을 들으면서 신문을 읽고 자랐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절실한 말인 듯합니다. 아예 무시하고 안 들으려고도 해보지만 안 듣고자 해도 넘쳐나는 말은 들려옵니다. 권태응 시인은 1939년 일본 유학 중 ‘독서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1년간 감옥을 살았습니다. 이때 병을 얻어 감옥에서 나와 귀국하여 요양 생활을 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아홉 권의 육필 동시집을 손수 엮고 소설, 희곡, 수필 등을 썼으나, 1951년 전쟁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3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시는 생전에 유일하게 발간된 동요집 『감자꽃』에 실린 시입니다. 시인의 시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시이기도 하니 많이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새해 첫 시를 고민하다가 이 시를 떠올린 건 올 한 해가 어느 해보다 더 말이, 눈이 중요한 해라고 생각되어서입니다. 말은 듣는다고들 하지만 듣지만 말고 보기도 하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20240103)
첫댓글 "권태응 시인은 1939년 일본 유학 중 ‘독서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1년간 감옥을 살았습니다. 이때 병을 얻어 감옥에서 나와 귀국하여 요양 생활을 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아홉 권의 육필 동시집을 손수 엮고 소설, 희곡, 수필 등을 썼으나, 1951년 전쟁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3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시는 생전에 유일하게 발간된 동요집 『감자꽃』에 실린 시입니다." >> 보광님의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