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⑧
우리가 왜 예수탄생을 기준으로 ‘기원전’이라 하는가?
“현 국사 교과서의 ‘단군이 기원전 2333년에 고조선을 건국했다’는 표현에 이상한 점이 없어요?” 대학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물어본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이지만 ‘단군기원도’ 있는데, 단군의 건국 연도를 ‘서기전’이라고도 하지 않고 ‘기원전’이라고 하니 뭔가 어색하니까. 대부분의 국민들이 별 문제를 느끼지 못하지만, 연호는 그 나라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나타내는 하나의 방법이므로 교과서에서 비주체적으로 표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연호 사용의 역사를 보면, 고대부터 임금이 취임하면 자기 연호를 만들어 사용해왔다. 조선왕조 때는 독자적 연호를 사용하지 못하다가 고종이 1897년 대한제국을 선언하면서 ‘광무’라는 연호를 사용했고, 기미독립선언서에서는 '조선건국 4252년 3월 1일'이라 하여 단군기원 연호로 표기했으며, 임시정부 등 독립운동 진영에서는 대한민국 독립을 선언한 1919년을 원년으로 '대한민국 00년'이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1948년 정부수립 때 ‘연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단군기원을 공용연호로 사용’하다가 1961년 이를 폐지하고 ‘서력기원’을 공용연호로 사용하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근래 들어 일부 국회의원과 민족단체에서는 ‘단기를 병기하도록 하자’며 법률개정 발의 및 정부에 청원을 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1997년부터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을 원년으로 하는 ‘주체’ 연호를 서력기원과 병용하고 있다.
1948년에 제정되어 1961년에 개정되고 2014년에 쉬운 용어로 일부 개정한 ‘연호에 관한 법률’에는 “대한민국의 공용(公用) 연호(年號)는 서력기원(西曆紀元)으로 한다.”고 되어 있으나 현재 교육부의 교과서 관련 지침에서는 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모든 교과서에서는 신석기 시대부터 단군조선과 삼국의 건국까지의 연대를 ‘기원전 000년’이라고 공통적으로 표기하고 있다. 단, 비상교육 『중학교 역사1』 14쪽의 ‘궁금증 해결’란에서 ‘다양한 연호 사용법이 있다. 서기는 예수탄생을 기준으로 한 것이며 그 이전을 기원전(B.C.)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종교적 의미가 없는 B.C.E.를 많이 쓰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으며, 천재교육 판에 15쪽 ‘생각 넓히기’에도 같은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국민들은 이 내용을 별 문제 없이 받아들이고 있으나 이 내용에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예수의 탄생을 기준으로 하는 서력기원만을 사용하므로 기독교인이 아닌 불교와 유교, 민족종교계 등의 반발로 이어질 경우 종교적 갈등도 유발될 수 있다.
둘째, 교과서에서는 ‘서력기원 전’도 아니고 그냥 ‘기원전’이라고 우리 역사와 관련된 연호인 것처럼 표기함으로써 국교과서가 우리 역사에 대한 중요성과 주체적 이해를 훼손시키고 있다.
셋째, 세계 많은 나라들이 서기를 쓰면서도 자기나라의 주체적 연호를 병기하는데,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유구한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 된다.
넷째, 민간에서는 ‘서력기원을 공용연호로 사용하되 우리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우리 연호를 병기하자’고 청원하고 있으나 ‘공공기관에서는 병기조차 불허’하고 있어 ‘한류의 시대에 정부가 너무 서구 지향적이고 기독교적 시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교과서에서는 우선 서력기원을 쓰더라도 ‘기원전’이 아니라 ‘서기전’이라고 표기하여 우리 역사의 기원과 관계없는 연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윤내현, 이도상 등 상당수 학자들은 이미 ‘서기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히 종교적 성향과 상관없고 우리 역사와 관련되는 연호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근본적인 검토가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표기법으로는 고고학계에서 상당수 사용하고 있는 ‘현재로부터 몇 년 전’이라는 의미인 B.P.(Before Present)가 있고(여기서의 ‘현재’는 서기 1950년을 기준), 중학교 교과서에서 언급된 B.C.E.도 세계적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결정은 세계적인 흐름을 무시할 수 없으므로 시간이 걸린다면 당분간 서력기원을 공용연호로 쓰더라도 단기나 대한민국기 등 우리의 주체적 연호를 병기하도록 하는 등 연호 표기 문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구ㆍ검토해나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