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조합설립 동의서 양식 바꿔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관련한 조합설립 동의서의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시에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47개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분석한 결과, 설계 개요와 사업비를 적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며 6개 구역은 아예 인적사항만 기록한 백지 동의서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표 1참조>
이에 조합설립 동의서 양식의 적법성을 놓고 조합측과 주민들간의 법정다툼으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조합설립 시점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재개발 사업비가 조합당 평균 889억 원이 추가로 들어가 조합원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해도 평균 744억원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원주민들의 재 정착률이 떨어지는 가장큰 이유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서울 47개 구역 조사발표…관련 법정소송만 20여곳
◆비용분담액 알 수 없는 동의서 ‘무효’판결
조합설립 동의서에 제시된 사업비는 동의서 징구과정에서 제시한 부담금과는 다르게 실제 집행단계인 관리처분단계에서 대폭 인상되는 게 관행처럼 여겨왔다.
때문에 주민부담이 증대됨은 물론 재정착이 어려워지는 등 조합설립 동의시 책정된 사업비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재개발·재건축 주민들은 조합설립 동의서에 개별분담금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합설립 무효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일부 법원에서는 “동의서 내용으로는 얼마의 추가 분담금이 드는지 등을 알 수 없는 등 비용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적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라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바 있다.
현재 동의서 양식과 관련해 조합설립 무효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만 서울에서 18곳에 이르며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만 2건에 달한다.<표 4참조>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존 국토부 고시(2006-330)였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도시정비법 시행규칙의 별지 서식으로 하는 일부개정령(국토해양부령 79호)을 공포했다.
내용은 시행규칙 제7조제3항에 조합설립동의서 별지양식 첨부조항 신설하고, 기존 국토부 고시 양식을 그대로 차용하되 분양대상자별 분담금 추산방법을 산식으로 예시했다.
그러나 개정된 시행규칙에 의한 조합설립동의서 역시 비용분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적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효하지 않다는 판결(서울지법 2008가합14695)이 나왔다.
이는 개별 비용 분담액을 알 수 없으며 추산방법도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가 고시하였더라도 구체적인 비용분담에 대한 내역을 제시하지 않은 동의서 역시 ‘무효’라는 해석이다.
경실련은 “현행법에 따른 조합설립 동의서는 대략의 사업비만 기재하게 돼 있을 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아도 된다”며 “결국 증액된 사업비 때문에 부담이 커진 주민들이 조합설립 동의 무효 청구 소송을 내고 있으며 법원이 비용분담 내역이 부실한 것을 근거로 무효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합설립동의 대비 관리처분단계 평균 744억원 증가
재개발·재건축 사업비가 애초 계획보다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실련이 조합설립 단계 때의 사업비와 관리처분 단계 때의 사업비를 비교해 보니, 한 구역당 평균 744억원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3.3㎡당 169만원으로, 99㎡를 분양받은 조합원은 조합설립 때 예상했던 것보다 7260만원씩을 더 내야 한다는 결론이다.
경실련의 조사결과 조합설립과 관리처분계획 인가시점 사이 평균 1년 9개월이 소요되었는데, 이 기간 동안 서울시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한 물가상승률은 32개 구역 평균 5.2%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구역별로 조합설립 인가일과 관리처분 인가일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실질적으로 증가한 금액을 추정한 결과다.<표 2참조>
따라서 구역별 실질 증가한 금액의 평균은 건축연면적(3.3㎡) 당 169만원이며, 이를 분양면적(3.3㎡)으로 환산하면 약 242만원 증액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에 30평형을 분양받는 조합원이라면, 726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분양면적은 공급면적으로 건축연면적에서 지하면적 등이 제외된 주거전용면적과 주거공용면적을 더한 면적으로 건축연면적을 근거로 분양면적으로 환산한 추정치이다.<표 3참조>
경실련 조사결과 500억원 미만으로 증가한 사업구역이 전체사업장중 50%인 15개 구역, 1000억원 이상 사업비가 증가한 구역은 전체 32%가량 됐으며, 2000억원 이상 증가한 구역도 2곳으로 32개 구역별 평균 744억원 사업비가 증액됐다. 증액 총액 합계는 약2조3800억원으로 추산된다.
경실련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이루어진 47개 구역의 조합설립동의 단계에서 제시된 사업비와 추후 관리처분 사업비를 비교한 결과, 평균 744억원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2배 가까이 증액된 것으로 결국 이를 부담해야 하는 주민들은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실련은 “도시정비법의 요건을 흠결하고 있는 조합설립동의서 징구과정에서의 ‘부실동의서’ 문제 및 사업추진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과도한 사업비 인상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마련이 필요하다”며 “불투명한 묻지마식 도시정비사업에서 ‘투명한 도시정비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도시개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