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해바라기 3 과 고향 (설 정식)
2012년 4월 28일 역삼역 근처 아담한 식장에서 62 동기회 화원인 설 희순
(기계과)의 아버지 되시는 설 정식(1912-1953) 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발간된 <설 정식 문학 전집> 출판 기념회가 있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이 출판 기념회에서 낭송 된 설 정식 시인의 “해바라기 3과 고향”
두 편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설 정식(1912-9153)님은 시인이자 영문학자로 호는 오원(梧園), 하향(何鄕)이며
함경남도 단천에서 독립운동가이며 개신 유학자인 오촌(梧村) 설 태희의 3남으로 태어났다.
서당에서 한문과 유교교육을 받았으며 경성 교동공립보통학교 시절 윤 석중과
독서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1929년 광주 학생운동에 가담하여 경성공립농업학교
(서울시립대학교의 전신)에서 퇴학당하고 중국으로 유학을 가서 랴오닝성
제3고급중학교에서 공부했다. 1937년 연희전문 문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 마운트 유니언 대학에서 학사 졸업 후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셰익스피어를 연구했다. 해방 후 미 군정청 여론국장과 과도입법의원 부비서장으로 일했다.
이 무렵 조선문학가동맹 외국문학부 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인민군에 입대하여 월북해서 1951년 개성 휴전회담 시 조중대표단의 영어
통역관으로 일했다. 그러나 1953년 북한에서 남로당계 숙청과정에서 미제스파이라는
죄명으로 임화 등과 함께 처형됐다. (설 정식 문학전집에서 발췌)>>
주요 작품으로는 신문에 연재하였던 <청춘> <해방>등의 장편 소설이 있고
1947년부터 발표한 3권의 시집 <종>, <포도>, <제신의 분로>가 있습니다.
설 정식 시인은 번역에도 힘써 해방 후 최초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완역했으며 1946년부터 1950년 월북 전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1. 해바라기 3 (설 정식)
이 시는 1946년 동아일보(1946, 11, 26)에 발표된 작품이며 1947년 발간된 시집
<종>에 수록되어있습니다.
해바라기 3
설 정식
해바라기는 차라리 견디기 위하여
해바라기는 차라리 믿음을 위하여
너희의 미래를 건지기 위하여
무심한 태양이
사슴의 목을 말리고
수풀에 불을 지르고
바다 천심*을 짜게 하여도
해바라기는 호올로
너희들의 타락을 거부하였다
모든 꽃이 아름다운 십자가에 속은 날
모든 열매가 여지없이 유린을 당한 날
그들이 모두 원죄로 돌아간 날
무도한 태양이
인간위에 군림하고
인간은 또 인간 위에 개가를 부르고
이기랴든 멍에냐 어깨마저 깨져도
해바라기는 호올로
태양에 필적하였다
*천심(千尋): 매우 높거나 깊은 것을 이르는 말
2. 고향 (설 정식)
고향
설 정식
싸리 울타리에 나직이 핀
박꽃에 옮겨나는 박호의 그림자
이윽고 숨어들고
희미한 달 그림자에 어른거리던 박쥐의 긴 나래
뽕밭너머로 사그라질 때
할아버지여 지금도
마당에 내려앉아
고요히 모깃불을 피우시나이까?
늦은 병아리 장독대에 삐악거리고
이른 마실 떠나는 소몰이꾼이
또랑 길을 재촉할 때
곤히 잠들은 조카의 머리맡에 돌아앉아
할머니여 오늘 아침에도
이 빠진 얼개로 조용히
하이얀 머리를 빗으시나이까?
<신동아 1932년 8월 발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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