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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 낚시는 추운 날씨로 출조가 어려운 겨울에도 멀리 가지 않고 초보자도 즐길 수 있다. 사진은 대물 열기를 잡은 초보 대학생 꾼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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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장·해운대·태종대·다대포…가까운 바다서도 마릿수 조과
- 깊은 곳 암반 사는 무공해 어종, 회·구이·매운탕 담백한 맛 일품
'부산 근교 열기낚시 겨울 추위 녹인다'.
절기상으로는 입춘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런 추위 속에서 바다낚시를 즐기기란 정말 어렵다. 겨울이 오면 바다낚시를 할 수 있는 마땅한 장르가 없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온다. 그렇다고 민물낚시를 즐길만한 장소를 찾기도 어렵다. 산과 강, 수로 등 모든 물 있는 곳은 꽁꽁 얼어있는 시기라 물고기의 입질도 없을뿐더러 낚시 장소를 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뿐이다. 이런 시기에는 대부분의 꾼이 잠시 낚시를 접고 봄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열기 낚시는 요령만 익히면 초보자도 좋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다. |
그러나 올해와 같은 맹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있다. 바로 열기 외줄 낚시꾼들이다. 겨울 맹추위 속에서도 새벽 찬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움직이는 열기 외줄낚시만이 겨울 낚시 중 유일하게 활화산처럼 움직임이 있는 낚시 장르가 아닌가 한다.
부산의 꾼들은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겨울이 와도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있다는 것 이외에 멀리 여수나 완도까지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외줄낚시를 할 만한 가까운 장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다. 기장과 송정, 해운대, 광안리, 오륙도 앞바다, 태종대 앞바다, 다대포 앞바다 등 부산 전역이 열기 외줄 낚시터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열기낚시를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열기가 꾼들에게 인기 높은 어종인 이유는 깊은 바다 암반에서 서식하는 그야말로 무공해 물고기이기 때문이다. 회를 쳐서 먹어도 좋고, 구우면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매운탕을 끓여 놓아도 일품이다. 게다가 마릿수 조과까지 가능해서 꾼들에게는 그야말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량으로 잡혀 시장에 가면 아무 때나 사서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니다. 오로지 꾼들의 낚시에 걸려들어 입맛을 살려주는 물고기이다 보니 열기라는 것을 구경조차 못해본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이런 귀하다 귀한 물고기가 그것도 가까운 바다에서 마릿수로 잡힌다고 하니 어찌 부산의 꾼들은 축복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남들은 열기를 구경하기 위해 멀리 통영, 여수, 완도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많은 경비를 들여서 오가야만 하지만 아침에 조금 일찍 나가 오후에 들어오면서 쿨러 가득 열기를 잡아올 수 있는 곳이 부산이다.
물때가 좋고 날씨가 좋은 날 출조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기를 노리는 꾼들이다. 최근에는 부산 근교에서도 겨울철 열기낚시가 상당히 활성화되었다. 열기 외줄낚시가 좋다지만 심해로 나가자니 경비와 시간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가까운 바다에서도 열기 조황이 그런대로 좋다 보니 많은 꾼이 열기낚시를 즐기기 시작했다.
열기낚시를 나갈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물때다. 조금 전후 조류가 어느 정도 약해지는 물때가 좋은 조과를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깊은 바다 암반층에 서식하는 물고기의 습성상 물색이 맑고 날씨가 좋아야 꾼들이 내리는 채비의 미끼를 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류가 살아나는 사리 물때는 물색이 탁해지기 때문에, 그리고 배를 포인트에 머물게 할 확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과가 확연히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초보자들도 편안하게 열기낚시를 즐기려면 조금 물때에 날씨가 좋은 날 출조를 하는 것이 좋다.
부산 근교의 낚시터들이라고 해도 대부분 수심이 40~60m 정도 되는 바다에서 낚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줄 전용장비를 갖추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되도록이면 길이가 짧은 외줄낚시 전용대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 전용장비를 사용하면 외줄낚시 최대 골칫거리인 채비 엉킴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효과적인 밑채비 놀림이 가능해 조과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외줄낚시대 중 인터라인대는 채비 엉킴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보통 2.7~3.3m 정도의 전용대에 6~8호 원줄이 200m 정도 감기는 중대형 장구통릴을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전동릴을 사용하는 꾼도 제법 많다. 이 때는 배터리까지 챙겨야 하지만, 선상 전용선들은 배에 전동릴을 사용할 수 있게 전기시설이 설치돼 있다.
부산 근교 열기 외줄낚시는 보통 오전 7시 전후에 시작해서 오후 2~3시 정도면 마친다. 이처럼 길지 않은 시간에 가족 모두가 먹을 수 있는 횟감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는 것이 열기낚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겨울이라고 해도 부산의 꾼들에게는 열기가 있어 전혀 춥지 않게 보낼 수 있다. 가족들에게 청정 바다의 내음 가득한 자연산 물고기 열기를 가져다주면 입맛으로 사랑받고, 붉은 열기처럼 가정의 화목과 사랑도 가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낚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