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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대문학사 구성 방법 연구
- 일제 강점기에 저술된 문학사를 중심으로
양영길
I. 서론
II. 일제 강점기 근대문학사 수성 양상
1. 근대문학사의 갈래 체계 양상
2. 근대문학사의 시대 구분 양상
III. 결론
*기본 자료 및 참고 문헌
Ⅰ. 서 론
문학사를 서술함에 있어서 그것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는, 문학사 서술자의 인식이 근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문학사의 구성은 문학사에 부침하고 발전하는 갈래 체계를 어디에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의 문제이며, 상호 영향 관계를 구명하는 것이며, 시대 구분의 기준과 방법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의 문제이며, 이러한 갈래 체계가 형성되는 배경이나 환경을 어디에서 찾느냐의 문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사 구성에 대한 논의는 시대 구분 방법에 국한시켜 논의되었을 뿐, 수없이 부침하는 갈래 체계에 대한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문학사 방법론의 실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서술된 수많은 문학사서들은 "방법론적 검토도 없이 절충적으로 엮어냄으로써 방법론적 깊이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문학사 구성에 관한 연구는 임성운의 논문에서 다소 다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문학사의 구성 문제를 '시대 구분'에 국한시켜 논의함으로 말미암아 그 구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문학사 방법론에 대한 논의의 폭과 넓이를 제한시켜 활성화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한국 문학사 방법에 대한 논의 자체가 시대 구분과 근대 기점에 지나치게 소모적이고 동어 반복적인 논의만 되풀이됨으로써 문학사 서술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 점도 그냥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이 글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한국 근대문학사를 어떻게 구성하였느냐에 대하여, 일제 강점기에 서술된 한국문학사인 안자산의 {조선문학사}(1922), 김태준의 {조선소설사}(1932), 임화의 {개설 신문학사}(1939∼41)를 바탕으로 그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략 10년을 사이에 두고 각각 서술된 세 권의 문학사들을 통하여 그 구성 양상을 살펴보는 것은 문학사 서술사를 다시 한 번 살펴보는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문학사 방법론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문학사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Ⅱ. 일제 강점기 한국 근대문학사 구성 양상
1. 근대문학사의 갈래 체계 양상
문학사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구성 방법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서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실제적인 구성에서는 갈래 체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문학사 갈래의 체계화는 문학사 구성의 가장 근본이 되는 작업이다. 갈래 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문학사 시대 구분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으며 문학사 서술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는 문학사 서술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래 체계는 시대별, 계층별, 지역별로 그 고유성과 특수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대한 체계화는, 첫째 각각의 갈래가 출현하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는가, 둘째 각각의 갈래는 어떻게 변화·지속하였는가, 셋째 각각의 갈래는 어떻게 발전, 또는 쇠퇴하였는가, 넷째 각각의 갈래는 시대·계층·지역의 고유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다섯째 각각의 갈래는 시대·계층·지역의 상호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여섯째 각각의 갈래는 새로이 출현하는 갈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진 다음에라야 가능한 작업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는 이러한 논의가 거이 없었으며 문학사 서술자의 학식에 내맡겨진 상태여서 학문적 논의도 빈약한 실정이었다.
우선 안자산의 {조선문학사}(1922)부터 그 갈래 체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문학사를 근대적 방법으로 서술한 문학사서는 안자산의 저서가 처음야며, 이는 통사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는 "文學史라하는것은 문학의起源變遷發達을秩序的으로記載한 것이라 卽一國民의心的現像의變遷發達을推究하는것"이라고 소박하게 정의하고 '상고문학'부터 '최근문학'까지 서술하였다.
그는 문학사를 "一般歷史더욱人文史의重要되는一部"로 보고 "言語風俗習慣과氣候山川의變化와制度文物의變遷各時代의精神各偉人의事業等을討尋"하는 것으로 인식하여 갈래 체계의 배경에 대한 인식의 근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그 갈래 체계는 체계적인 분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각 시대별로 작품들을 단순 나열하고 2∼30자 내외의 간략한 설명을 붙이고 있을 뿐이다.
'제5장 근세문학' 편의 조선후기를 일예로 보면, '31. 소설, 32. 희곡, 33. 가사, 34. 근세문학의 결론'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소설'에서는 [화사], [임진록], [소대성전]. [여장군전], [옥루몽], [구운몽], [숙영낭자전], 등을 열거하다가, 가정소설로 [사씨남정기], [양풍운전], [장화홍련전], 그리고 사회 소설로는 [홍길동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별주부전],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 등을 일컬어 "至今지도非常히流行하는戱曲"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면서 "小說이던지戱曲이던지其文章은四六文의影響으로古句古語를引用하고古事舊傳을羅列하야補綴로써美를成함이다한지라. 그러나戱曲에在하야는俗謠俗語를採하야 輕妙巧微를極한지라."라고 하여 소설과 희곡에 대한 인식조차도 희박한 면모를 드러내었다.
이러한 갈래 체계는 '가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사에 대해서 서술하면서는 '短詩形'과 '長句의詩形'으로 나누고 '단시형'에는 [農夫歌], [성주푸리], [念佛], [山타령], [방아타령], [寧邊歌], [흥타령],[육자바기], [愁心歌] 등을, '장구의 시형'에는 [四時風景歌], [短歌], [遊山歌], [제비歌], [船遊歌], [개타령], [곰보타령] 등을 열거하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학문적 성과가 빈약했던 당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6장 최근의 문학'은 '35. 甲午更張, 36. 新學과 新小說, 37. 新舊對立의 文藝, 38. 文化運動의 亂想, 39. 自覺論'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갑오경장'에서는 유길준의 [서유견문]과 최광옥의 [대한문전]을 소개하고, '신학과 신소설'에서는 최남선이 발행한 [소년]과 신채호, 이인직, 양기탁, 박은식 등을, '신구의 대립'에서는 金敎獻, 柳瑾, 崔南善, 李海朝, 趙重桓, 李相協, 李春園 등에 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또 '문화운동과 난상'에서는 "這中文學上新氣運을 開한것은新詩의出現"이라면서 "廢墟와創造는純文藝雜誌오 黃錫禹氏一派의經營하는薔薇村은新詩의雜誌오金億氏의(懊惱의舞蹈)는新詩集"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면서 "來新詩는光武初에帝國新聞紙에가나다의韻으로作한것이잇더니 近日에至하야諸家의新詩는日本의自由詩를效하야韻도업고數도備치안코오직調에만生命을付하야作하는것이니 此新詩의風은新靑年界에大流行"하였다면서 "古來詩는素人의詩로넘우外形彫琢에苦心하얏스나新詩는專門的又는自由的으로實相文學上新紀元을作"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소략적인 안자산의 {조선문학사}가 10년 후 김태준의 {조선소설사}(1932)에 와서는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1939년 6월에 중간되기도 한 {조선소설사}는 소설에 대한 정의, 소설에 대한 인식 태도, 시대별 소설의 전개과정, 그리고 작품 분석과 평가 등 문학사로서 갖추어야 할 요소들을 다소 갖추게 되었다. 안자산이 '상고문학', '중고문학', '근고문학', '근세문학', '최근문학'등으로 문학 외적 기준에 의하여 구분하고 있는데 비하여, 김태준은 '설화시대의 소설', '전기소설과 한글 발생기', '임진, 병자 양난 사이에 발흥된 신문예', '일반화한 연문학의 난숙기', '근대소설 일반', '문예운동 후 사십 년간의 소설관' 등으로 소설문학의 내적인 기준에 의하여 구분하고 이를 체계화하고 있다.
특히 '제6편 근대소설 일반'에서는 '제1장 영정 시대의 소설, 제2장 중국문학의 일 방계로 본 한자소설, 제3장 대문호 박지원(연암)과 그의 작품, 제4장 장화홍련전과 기타 公案類, 제5장 걸작 춘향전의 출현, 제6장 춘향전 이후의 염정소설, 제7장 전대 계승의 문학'으로 나누어 체계적이고 비중있게 서술하고 있다.
이를 節項까지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장 영정 시대의 소설 제1절 영정 시대 개관/ 제2절 실사구시의 학풍과 소설의 유행/ 제3절 번역, 번안과 창작 제2장 중국문학의 일 방계로 본 한자소설 제3장 대문호 박지원(연암)과 그의 작품 제1절 위인 박지원의 출생과 생애/ 제2절 연암의 저술/ 제3절 연암소설의 제 편 (1. [허생전]의 경개와 考評/ 2. [호질]/ 3. [양반전]/ 4. [민옹전] 기타(梗槪略)) 제4장 장화홍련전과 기타 공안류 제1절 장화홍련전의 경개와 약평/ 제2절 기타 계모형의 소설/ 제3절 公案類 제5장 걸작 춘향전의 출현 제1절 춘향전의 작자와 및 그의 시대/ 제2절 춘향전의 경개, 약평/ 제3절 춘향전의 雜考 제6장 춘향전 이후의 염정소설 제1절 숙향전 경개와 잡고/ 제2절 숙영낭자전(일명 再生緣)/ 제3절 백학선전 槪評/ 제4절 양산백전과 축영대/ 제5절 옥단춘전 제7장 전대 계승의 문학 제1절 소운전(월봉기)과 옥소전의 유행/ 제2절 기타 계승되어 오는 作風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영정시대의 소설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7편 문예운동 후 사십 년간의 소설관'에서도 이러한 체계는 보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1장 서언 제2장 계몽운동 시대의 문학 제1절 개화운동과 새로운 문예/ 제2절 문학운동의 선구 이인직씨의 소설/ 제3절 신소설과 구소설 제3장 발아기(1911∼1919)의 소설 제1절 신소설의 작가들/ 제2절 발아기를 獨擔하는 소설가 이춘원/ 제3절 기미 전후에 격변한 문예사조 제4장 계급문학의 여명기 제1절 기미 직후를 대표하는 東仁, 想涉, 憑虛 제 씨/ 제2절 신경향파문학의 대두와 서해, 팔봉, 회월 제 씨/ 제3절 이론수립, 자기청산과 카프 제 작가의 창작 제5장 문단의 현세- 결론
이러한 김태준의 {조선소설사}는 문학 갈래의 형성 배경에서부터 분류체계, 그리고 작품평 등을 망라하면서 문학사 구성의 실마리를 여러 모로 제공해 주었다.
임화가 서술한 [개설 신문학사]({조선일보} 1939. 9. 2 ∼11. 25)를 비롯한 소위 {신문학사}는 김태준의 {조선소설사}가 1932년에 출간되고, 이를 중간할 것을 거듭 이야기하여 1939년 6월에 중간을 본 연후인 1939년 9월부터 41년 4월까지 신문 및 잡지에 연재한 것이다. 김태준의 문학사가 중간까지 된 것을 염두에 두고 볼 때, 임화의 문학사는 책으로 출판을 보지 못한 미완의 문학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속사정을 '小序- 본 논문의 한계'에서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 신문학의 기술적 통사를 기도하고 있지 않다. (…)
통사에 한 기초가 될 중요 자료의 정리, 연결관계의 천명, 문제의 발견과 체계화의 시험 등이 자연 나의 한계요 또한 도달점이 될 것이다.
이것은 기술적 통사가 나올 때까지 혹은 그 대용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까지도 분명한 모험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 가운덴 훗날 면밀한 연구자가 보아 가소로운 실패와 噴飯할 결함이 스스로 포함될 것이요, 1,2종 외의 모두가 瓦礫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영역에 있어 전연 그 아마튜어인 필자가 대담한 기도를 시험함은 훌륭한 일권의 통사를 열망하는 단순한 염원에서 이다.
이러한 내용은 안자산의 문학사가 상고문학에서부터 서술한 통사라는 점, 김태준의 문학사가 소설을 바탕으로 하는 통사라는 점 때문에 새로운 문학인 '신문학'에 대한 문학사 서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체계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임화의 문학사는 크게 '제1장 서론, 제2장 신문학의 태반, 제3장 신문학의 태생'의 3장으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문학사 배경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제2장 신문학의 태반'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제1절 물질적 배경 1. 자주적 근대화 조건의 결여 / 2. 조선의 개국 지연 / 3. 근대화의 제1과정 / 4. 근대화의 제2과정 / 5. 근대화의 제3과정 / 6. 개국의 영향과 갑오개혁 제2절 정신적 준비 1. 금압하의 '실학' / 2. 자주의 정신과 개화사상( 1) 신교육의 발흥과 그 공헌 / 2) 저널리즘의 발생과 성정 / 3) 성서번역과 언문운동)
김태준이 문학 내적인 내용에 비중을 두고 있는 점과 비교해 보면, 임화는 문학 외적인 요소에 지나치게 경사된 느낌이다. 그리고 문학 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이인직과 이해조에 너무 깊이 매달려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제3장 신문학의 태생 제1절 과도기 문학 제2절 정치소설과 번역문학 제3절 신시의 선구로서의 창가 제4절 신소설의 출현과 유행 1. 신소설의 의의와 가치 / 2. 작가와 작품의 연구 // 1) 이인직과 그의 작품 / 2) 이해조와 그의 작품 / 3) (속)이해조와 그의 작품
이는 그가 1935년 10월부터 11월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조선신문학사론 서설](부제 : 이인직으로부터 최서해까지)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미완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선신문학사론 서설]의 체제를 보면, '前言, 1. 문학사적 연구의 현실적 의의, 2. 근대문학의 형성과 신경향파, 3. 춘원문학의 역사적 가치, 4. 자연주의로부터 낭만주의에의 過渡-조선문학의 戰後的 개화기, 5. 신경향파 문학의 사적 가치' 등으로 구성되었다. 이를 보면 [신문학사]보다 통시성을 갖추고 있다.
문학사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구성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성에서는 갈래 체계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갈래 체계는 시대별·계층별·지역별로 그 특이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갈래 체계 양상은 안자산의 {조선문학사}에서는 단순 구분의 재단에 머물고 있었는데 비하여, 김태준의 {조선소설사}에 와서 보다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신문학사]에서의 임화는 통사적 체제에서의 방법에서 탈피하려는 의욕으로 그 갈래 체계에 대한 인식이 미약함을 드러내었다.
그러면 이러한 갈래 체계에 대한 체계화가 시대 구분 양상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2. 근대문학사의 시대 구분 양상
"문학사의 시대 구분은 역사 사고와 해석에 대한 하나의 방법이자 수단"으로 그 갈래 체계가 제대로 분류되고 체계화된 것을 바탕으로 공시성과 통시성, 문학외적 요인과 문학 내적 요인, 연속성과 불연속성, 그리고 근대 기점 등을 모두 반영하여 구분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의는 임성운의 논문에서 그 방법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양영길의 논문에서는 그 구체적인 실례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선 안자산의 문학사에서는 문학사 시대 구분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안자산은 {조선문학사} '제1장 서론'에서 '문학시대의 구별'이란 항목을 따로 설정하여 그 방법에 대하여 소략하나마 확연히 밝혀주고 있다. 그는 "然이나其大勢는政治의消長과伴함과가튼지라 故로政治上의時代를中心으로하야文學上의時代를以下五大期로分區하노라"하여 1. 상고시대(단군건국∼삼국시대 전)를 '정치기관의 小分立時代'로, 2. 중고시대를 '三國又二國의 大分立時代'로, 3. 근고시대(고려시대)를 '貴族時代'로, 4. 근세시대(조선시대)를 '獨裁政治時代'로, 그리고 5. 현대(갑오경장∼금일)를 '신학문의 서광을 開한 현대'로 시대에 대한 명명과 특징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 "政治上의變遷을準據하야文學史上의時代를區別하나 文學의變遷은반드시이가티裁然한것이아니라 一時代의內에서도數期를分하기可하니라"라고 하여 시대 구분 방법의 획일화를 지양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 대하여는 "독재정치시대"로 현대에 대하여는"신학문이 서광을 개한 현대"로 명명한 것은 앞 시대와의 단절적 인식의 근간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안자산의 시대 구분 방법은 문학 내적인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적으로 왕조사별 구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하위 구분에 있어서는 시대 구분이라는 인식보다 서술의 편의상 구분지어 놓은 것에 불과한 정도다. '제5장 근세문학'에서 '31. 소설, 32. 희곡, 33. 가사, 34. 근세문학의 결론'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라든지, '제6장 최근의 문학'에서 '35. 甲午更張, 36. 新學과 新小說, 37. 新舊對立의 文藝, 38. 文化運動의 亂想, 39. 自覺論'으로 나누어 놓은 것을 보면 시대 구분에 대한 인식이 소박한 일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시대 구분 인식은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독재정치시대'니 '서광을 개한 현대'니 하는 시대명명에서 불연속성에 그 인식의 근간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문학'을 갑오경장을 기점으로 구분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할 내용이다.
김태준의 {조선소설사}에서는 시대 구분에 대하여 특별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시대 구분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제2편 설화시대의 소설, 제3편 전기소설과 한글 발생기, 제4편 임진, 병자 양난 사이에 발흥된 신문예, 제5편 일반화된 연문학(軟文學)의 난숙기, 제6편 근대소설 일반, 제7편 문예운동 후 사십 년 간의 소설관'으로 문학 내적 요인과 문학 외적 요인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이를 바탕으로 시대 구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그 하위 구분에 있어서도 서술 편의상의 구분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앞의 갈래 체계 양상에서 살펴보았다. 김태준의 시대 구분에서 특이한 점은 한국 근대문학사를 연속성에 기인하여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김태준은 시대 구분과 관련되는 근대 기점을 영정시대로 인식하고 문학사를 서술한 것이다. 영정시대를 근대기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문학사에 반영한 경우로는 김태준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제6편 근대소설 일반"에서 "영정시대란 곧 영조·정조 양조 약 80년 동안"을 말한다고 하면서 그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영정 시대를 특히 획한 것은 영정 양대 동안에 문화적 업적이 그의 전후와는 대차가 있는 발전과 특색을 보여 줌으로 인함이다. 원인을 소구(遡究)하면
1. 영정 양조께서 몸소 학문문예를 좋아하신 것
2. 임란병란 이후의 창이(瘡痍)가 얼마큼 회복하고 국운이 새로이 진흥한 것.
3. 청조 고증학파의 소위 실사구시의 학풍의 영향을 받으며 다시 내적 부흥의 요구에 의하여 경제의 학풍이 심히 유행하던 것.
4. 당론을 탕평하고 강기를 숙청(肅淸)하며 기타 모든 문화제도가 유신적 기운에 있는 것.
등이다. 더구나 그 학풍에 있어서는 양난 이후에 자아라는 인식이 선명하여지면서 조선의 본질을 알고 실제를 밝히려 하는 경향이 날로 깊어져서 종래까지 과시합격을 문인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성리의 연구를 유배(儒輩)이 유일한 직업으로 삼던 고습은 일소되고
이와 같이 영정조 시대를 근대기점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임란병란 이후의 창이(瘡痍)의 회복', '국운이 진흥', '실사구시의 학풍', '내적 부흥의 요구', '경제 학풍의 유행', '문화제도의 유신적 기운', '자아라는 인식의 선명', '조선의 본질을 알고 실제를 밝히려 하는 경향', '성리 연구 등의 고습 일소' 등에서 근대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실학의 풍이 크게 진흥하는 것과 관련하여 "자기에 대하여 엄정한 성찰이 진행됨에 따라 자국의 결함과 그의 교구책을 생각하는 풍이 일어나서 그 중에 두드러진 것은 조선을 구하려면 먼저 경제적으로 손을 대야 할 것이며 그리함에는 외국인의 실제생활상 長處를 배우고 특히 그 진보한 교통무역의 실제를 본뜨자고 하는 일파"가 박지원 등이며, 그들은 "중국의 실지(實地)를 답험(踏驗)하여 피아의 우열을 변증한 것이므로 불행히 그 실현이 크지 못하였으나 일대의 인심을 자극한 바는 클 것"이라고 실학의 의의에서 근대성을 인식하였다. 또 그는 "한자소설이지마는 잘 당시 조선의 사회와 인정을 보여 주고 문장으로든지 분량으로든지 조선 단편소설계에 독왕독래하는 느낌을 주는 것 - 박지원의 연암 소설이다. 기타 여항에 유전하는 이언(俚諺)과 전설을 잡록한 것으로 [선언편(選諺編)]과 [파수록(罷睡錄)]이라는 정음소설이 있으니 또한 평민문예의 전성기가 아니면 능히 못할 것"이라고 하여 영정 시대를 조선 사회의 인정을 드러내는 문장들을 보여주어 "평민문예의 전성기"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숙종과 정조의 시대를 "문학의 평민화와 동시에 그의 요구"에 의하여 외국 소설의 수입·모방·번역과 "임진과 병자의 양난을 지내어 자각적 정신이 발흥하는 국민에게 명·청 문화의 정수를 흡취시키어 새로이 문예의 활기를 띤 시대"로 그 의의를 서술하였다. 그러면서 평민 문학의 한 예로 [춘향전]을 제시하고 "[춘향전] 등의 모든 걸작이 배출하여 울연(蔚然)히 영정 시대의 문원을 울성하게 하였다. 조선문단의 상아탑처럼, 침적한 문원에 흘립(屹立)한 [춘향전]의 묘태로서도 능히 이 시대를 혼자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근대 기점과 근대성을 밝히면서도 그는 "제7편 신문예 운동 후 40년간의 소설관"에서 다음과 같이 시대를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다. 이는 현대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1894(갑오경장) ∼ 1910(일한합병)……계몽운동시대
1911 ∼ 1919(기미운동)……발아기
1920 ∼ 1922(신경향파 대두)……계급문학 여명기
1923년 이후 지금까지의 문단추세
의 4기라 하겠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문예운동은 통털어 문예의 성숙기에 대한 여명운동이었다.
그러면서 그 의의를 "갑오경장을 경계로 조선의 역사는 이분되어 대략 갑오 이후는 신흥하는 시민이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소설·연극은 물론이요 모든 문화형태가 낡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요구하는 기운에 당착"하여 이 때부터 "조선의 신문예운동 내지 문화운동이 출발"하였다고 하면서, "번역과 국문운동을 통하여 신문예운동의 서막을 열었고 언문일치로써 소설을 쓰고자 하는 운동."이 일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구미 문화의 대량수입과 함께 문예운동이 융성해서 이래 수년 동안 소설 창작이 매우 흥성"하게 되었다고 서술하였다.
이러한 근대와 현대의 이중적 시대 구분은 서술자가 처한 당대의 관점에서 보아 갑오경장 기점에 대하여는 서술 당시의 시대로 인식하고 영정 시대는 역사적 과거 사실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그는 시대 구분을 정치사나 사건사 같은 문학 외적인 것에서부터 빌려오지 않고 문학의 내적 발전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임화의 [개설 신문학사](1939) 역시 시대 구분에 대한 언급은 없다. 앞에서의 안자산과 김태준이 통사적 서술인데 비하여 임화는 그 서술 범위를 '신문학'에 국한시키고 있는 점이 다르다. 이는 그 범위가 그가 밝힌 대로 '불과 30년의 단기간'인 '조선 신문학사의 30년이란 시일'이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시성에 근간을 두고 문학사를 이루고 있는 환경에 역점을 둔 서술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김태준이 '제7편 신문예 운동 후 40년간의 소설관'에서 '계몽운동시대, 발아기, 계급문학 여명기' 및 '문예의 성숙기' 등으로 구분하여 서술하고 있는 점과는 상반되는 인식이다.
앞에서 살핀 체계를 보면 이에 대한 인식의 근간을 엿볼 수 있다. '제2장 신문학의 태반'의 경우를 보면, '제1절 물질적 배경'과 '제2절 정신적 준비'로 구분하여 '1. 자주적 근대화 조건의 결여, 2. 조선의 개국 지연, 3. 근대화의 제1과정, 4. 근대화의 제2과정, 5. 근대화의 제3과정, 6. 개국의 영향과 갑오개혁'과 '1. 금압하의 '실학', 2. 자주의 정신과 개화사상'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서술한 [조선 신문학사론 서설](1935)과 [소설문학 20년](1940)에서의 시대 구분을 보면 소박하나마 문학 내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조선 신문학사론 서설]에서 '1. 봉건적 소설류로부터 이인직에 이르는 계기, 2. 이인직으로부터 춘원, 3. 춘원으로부터 자연주의, 4. 자연주의로부터 낭만주의에 이른 전과정'으로 구분하고 있는 경우와, [소설문학 20년]에서 "이인직에서 비롯하는 조선소설은 관념의 문학에서 출발한 춘원의 이상주의를 거쳐 {백조}적인 주관주의에 이르는 동안 관념성은 하나의 전통이 되어 왔다. 또한 김동인으로부터 시작하여 빙허, 상섭에 이르러 도향에 끝나는 자연주의는 되도록 관념을 피해왔다. (…) 그러나 신경향파 문학은 자연주의의 몰관념성에도 대립하고 이상주의나 데카당스의 주관주의에도 대립한 문학"이라고 언급하는 등이 그것다.
이러한 임화의 시대 구분 인식은 한국 근대문학사를 불연속성에 근간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이식문학적 인식으로 말미암아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문학사 환경에 대한 서술에 역점을 두고 통시성보다는 공시성에 치우쳐 문학사의 외적 요인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는 근대성을 인식하는 방법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임화는 "서구적인 형태의 문학을 문제삼지 않고는 조선의 근대문학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성립하지 아니한다"면서 서구문학이 이식으로 한국 근대문학이 성립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근대문학에 대한 인식은 "자주적 근대화의 조건을 준비해 가지고 있지 못하던 조선사회"에 "전자본제적 제 관계의 급속한 와해"와 "국내에 있던 자본주의적 요소의 급속한 성장과정의 전개"등 사회 경제를 문학사 환경으로 인식하였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시대 구분 양상은 안자산의 {조선문학사}에서는 문학 외적 요인을 바탕으로 서두 부분에서 방법적인 내용을 밝히고 구분하였며, 김태준은 문학 내적 요인과 문학 외적 요인을 적절히 반영하여 구분하였으며, 임화는 '30년의 단기간'으로 말미암아 시대 구분에 대한 인식이 통시성에 이르지 못하고 공시성에 머물고 말았다. 그리고 문학사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와 관련지어 볼 때, 안자산은 통사를 서술하고 있으나 불연속성에 기인하여 인식하였으며, 김태준은 연속성을 근간으로 인식하면서 불연속성을 고려하였으며, 임화는 이식문학적 인식을 근간으로 철저히 불연속성에 그 바탕을 두고 있었다. 이러한 연속성의 문제는 근대기점을 인식하는 문제에서는, 안자산은 그 기점을 '갑오경장'으로, 김태준은 '영·정조 시대'로, 임화는 다시 '갑오경장'으로 설정하고 있었다.
Ⅲ. 결 론
문학사의 서술은 서술자의 사관을 근간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문학사의 구성은 문학사의 특수성을 일반화·보편화하는 시작인 동시에 가장 근본적인 작업이다. 따라서 문학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대한 논의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극히 제한 적으로 일제 강점기에 서술된 안자산의 {조선문학사}(1922), 김태준의 {조선소설사}(1932), 임화의 [신문학사](1939∼1941)를 바탕으로 한국 근대문학사를 구성하는 갈래 체계와 시대 구분 양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를 결론삼아 요약하면,
첫째, 문학사를 서술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 방법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 갈래 체계를 체계화해야 한다. 한국 근대문학사의 갈래 체계는, 안자산에게서는 단순 재단의 차원에 머물고 있었음을, 김태준에게서는 보다 체계화·세분화되어 있었음을, 임화에게서는 갈래 체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둘째, 한국 근대문학사의 시대 구분은, 안자산에게서는 문학 외적 요인을 근간으로 구분하고 있었음을, 김태준에게서는 문학 내적 요인과 문학 외적 요인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었음을, 임화에게서는 시대 구분에 대한 인식이 통시성에 이르지 못하고 공시성에 머물고 있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셋째, 문학사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의 문제에서는, 안자산에게서는 불연속성에 기인하여 인식하고 있음을, 김태준에게서는 연속성을 근간으로 인식하면서 불연속성을 고려하고 있었음을, 임화에게서는 이식문학적 인식을 근간으로 하는 불연속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넷째, 연속성과 관련한 근대기점에 대한 인식은, 안자산은 '갑오경장', 김태준은 '영·정조 시대', 임화는 다시 '갑오경장'으로 설정하고 있었음을 살펴보았다.
문학사를 서술하는 것은 단순한 연구의 집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라는 사관의 문제와 그 구성 방법이나 서술 방법에 대한 충분한 연구 없이는 하나의 사료를 적당하게 절충하여 열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문학사 방법론에 대한 연구는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본 자료
안자산. {조선문학사}. 한일서점, 1922.
김태준. {조선소설사}. 1932(<도서출판 예문>에서 1989년 재출판).
임화. {신문학사}. 임규찬·한진일 편, 한길사, 1993(임화의 [개설 신문학사]({조선일보} 1939. 9. 2 ∼11. 25), [신문학사]({조선일보} 1939. 12. 8 ∼12. 27), [속 신문학사]{조선일보} 1940. 2. 2 ∼5. 10), [개설 조선신문학사]({인문평론} 1940. 11 ∼1941. 4) 등 수록).
참고 문헌 [출처] 한국 근대문학사 구성 방법 연구 |작성자 영기리
김병택. {한국현대시인론}. 국학자료원, 1995.
김열규 외. {한국 문학사의 현실과 이상}. 새문사, 1996.
송희복. {한국문학사론 연구}. 문예출판사, 1995.
양영길, [임화의 한국 근대문학사 인식 방법 연구], {백론어문}16, 2000. 2.
______, [김태준의 문학사 인식 방법 연구]. {백록어문}12. 1996. 1.
______. {한국 근대문학사의 서술 양상 연구}. 제주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8.
임성운. {문학사 기술 방법 연구}. 동국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0.
홍기삼. {문학사의 기술과 이해}. 평민사, 1978.
* 각주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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