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읽으시기 전에... 이 여행기는 11년 전 수인선을 타 보았던 소감을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면서 썼던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도 몇 가지 있을수 있습니다.
이 시기는 이미 소래-송도 구간이 남동택지개발로 인해 폐선된 이후입니다.
사진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쉽네요. 그때 사진기를 들고가지 못했었습니다.
수원 -> 소래 -> 송도 : 1993년 7월 어느 여름날의 협궤철도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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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7월이니까... 지금으로부터 11년전의 일입니다. 당시 고1이였던 저는 여름방학을 틈타, 소문으로만 듣던 협궤철도를 타러 갔었습니다. 전철을 타고 수원역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당시 기억으로는 오후 1시 30분에 송도로 가는 수인선 열차가 출발하는걸로 알고 있었죠.
가 보니까... 왜 일찍 안 왔나 후회가 되더군요. 남동 지구 택지개발로 인해 송도-소래 노선이 운행을 중지했던 그 시기였습니다. 이미 신문기사로 몇년 후에는 사라질 운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러 왔던거죠. (실제로 3년 후인 95년에 폐선되었습니다.)
어쨌든 끝까지 가보자 라는 생각에 송도까지 표를 끊었습니다. 그때 가격이... 500원도 안한 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개찰구로 나와서 옆쪽의 허름한 플랫폼으로 갔습니다. 달랑 두세줄기의 철로가 놓여 있고, 플랫폼이 양옆으로 놓여 있고... 작은 무개화차 한대가 건너편 철로 위에 서 있고, 동차 두 대와 객차 하나를 연결한 것이 전부인... 그야말로 꼬마기차였습니다.
맨 앞자리에 탔습니다. 운전석이 환히 보이더군요. 제가 제일 먼저 탔을 겁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꽤 많이 타시더군요. 이윽고 기관사가 올라오시고, 저는 그 환히 트인 뒤에서 구경하면서 갔습니다.
수원역을 출발한 열차는 갑자기 왼쪽으로 틀더니 도로로 나갔습니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것이 위태위태하더군요. 열차 한 량의 크기가 버스보다도 작았으니까요. 크게 커브를 틀어 오르막을 올라가더니, 경부선 철로를 건넜습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내리막을 내려가더군요.
고색역은 1975년에 폐쇄되어서 지금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현재 고색동 마을금고 자리가 고색역 자리라는군요) 고색역을 지나자, 터널이 나왔습니다. 터널의 규모도 작더군요. 짧은 터널을 지나자 수원 시내를 벗어나서, 온통 논과 밭만 펼쳐지더군요. 저 앞에 역이 하나 보였습니다. 허름한 역 건물이 보였습니다. 열차가 가까이 다가가자, 역 건물은 거의 헐어 있고 창문틀도 없더군요. 수인선에 손님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거의 모든 역이 간이역으로 격하되어서 그렇다는 것을 훗날에 알았습니다.
그게 첫 정차역, 어천역이었습니다. 흙으로 약간 높게 올린 플랫폼 옆쪽으로 침목으로 쓰였던 것을 댄 것이 전부였고, 대피선 같은 것도 없는 외줄기 역이었습니다. 옛날에는 좀더 컸을텐데... 자그마한 플랫폼에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더군요. 다 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 조그마한 열차에 그 사람들이 다 올라타더군요.
열차는 어천역을 떠나, 다시 논밭을 지나갔습니다. 시원하더군요. 오랫만에 교외에 나오니... 5분여를 달려 다음 역인 야목역에 정차했습니다. 이곳은 역건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정차하고서야 발견했습니다. 승강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역 건물이 나무에 가려서 잘 안보이더군요. 역시 사용한지 오래된 건물 같았습니다. 이곳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탔습니다.
야목역을 떠난 열차는 다시 5분여동안 달려, 사리역에 도착했죠. 이곳은 승강장의 설비가 조금은 제대로 되어 있더군요. 승강장 자체는 흙이었지만 콘크리트로 덧대서 보기 좋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 역에서는 그다지 사람이 타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역 건물은 보지 못했습니다.
5분정도 달리자 갑자기 오른쪽에 높다란 고가철도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완공된 지 얼마 안된 안산선이었죠. 안산선과 만난지 얼마 안되어 열차는 일리역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의 한대앞 역이죠. 역을 새로 만들면서 승강장도 새로 만들었더군요. 붉은 블럭을 깐 다음 테두리는 콘크리트로 마무리. 재미있는 것은 전철 승강장에는 "한대앞"이라는 표지가, 수인선 승강장에는 "일리"라는 역 표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일리역을 지나서 조금 달리자, 제가 탄 꼬마열차를 전철 한 대가 앞질러가는 것이 눈에 띄더군요. 하지만 우리의 꼬마기차도 얼마 안 가 그 전철을 따라잡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역 간격이 짧아지더군요. 열차는 얼마 안 가 중앙역에 정차했습니다. 중앙역도 새로 지어서 깔끔하더군요. 승강장도 한대앞과 같이 해 놓았습니다.
중앙역을 지나서 계속 안산선 철길을 수인선은 따라갔습니다. 전철 한 대가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더군요. 고잔역 도착. 역시 붉은 블럭으로 만든 승강장이었습니다. 참고로 일리, 중앙, 고잔 이 세역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습니다. (특히 일리역에서는 단 두 사람이 탔습니다.) 승객을 전철에게 뺏겨서 그럴까요?
안산역에 가까워지자, 안산선 철로 밑으로 수인선이 들어가더군요. 그렇게 안산선을 횡단한 수인선은 비탈을 조금 올라가더니 안산역으로 들어갔습니다. 원래 역 이름이 원곡역이었는데 안산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안산선이 생기면서 이름이 안산역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송도 쪽에서 오는 열차와 교행하는 구간이라 그런지 철로가 둘로 갈라지더군요. 이 역에서는 꽤 많은 사람이 탔습니다.
안산선은 도중에 끊기고(당시 안산선은 안산까지밖에 개통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다시 외줄기의 좁은 협궤철도만이 벌판을 달리더군요. 산이 많아지더니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원곡고개였죠. 옛날에는 이곳에서 열차가 오르지 못해 승객들이 내려서 걸어다니기도 했다는 곳이었습니다.
고개를 넘자 군자역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역사도 없이 황량하더군요. 왼쪽으로 소금밭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시화호가 건설되면서 염전은 거의 대부분 없어진 상태였죠. 이곳의 소금 수송 때문에 건설된 수인선은 이미 옛날에 그 할 일을 다했지만요. 여담이지만, 현재 안산선 정왕역 자리가 이 군자역이 있던 곳입니다. 수인선이 없어지도 군자역도 없어졌지만 그 이후에 안산선이 연장이 되면서 다시 역이 되살아났습니다. 하지만 군자역은 서울지하철 5,7호선 상의 군자역과 혼동이 된다고 하여 정왕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군자역을 지나니 공사중인 곳이 나오더군요. 공사차량이 지나갈때 주의하기 위해서인지, 건널목에 "열차 통과 시간"이라는 것을 적어놓은 것이 보였습니다. 그곳을 지나고 어느정도 달리자 달월역이 나왔습니다. 역시 벌판에 있는 황량한 역이더군요.
달월역을 지나자 다시 평지였습니다. 오른쪽의 산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아마 그 부근이 유명한 듯) 열차는 벌판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 유명한 소래철교로 들어섰습니다. 소래철교로 들어서기 휠씬 전에 기관사가 기적소리를 길게 울리더군요. 그것도 몇 번 씩이나... 이유는 소래철교를 건너면서 알아냈습니다. 다리 위에 사람이 빽빽히 있더군요. 아마 이 협궤철도가 신기하기도 하고, 또 열차가 오래 안오니까 열차가 안다니는 철교였는줄 알았나봅니다. (그거 제외하고도 이곳을 건너는 다리는 철교밖에 없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정말 높았습니다. 썰물이어서 그런지 물이 대부분 빠져나가 있더군요. 드러난 곳은 온통 뻘밭이었습니다. 저쪽 오른쪽으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한창 놓고 있더군요. 열차는 소래철교를 다 건넌다음 긴 기적소리를 울리면서... 소래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사가 있더군요. 가건물로 되어 있는것을 보니 헐었다가 다시 지은 듯 했습니다.
여기서 송도로 가실 손님은 버스를 타라고 안내를 하더군요. 표를 가진 채로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는 이번에는 도로를 따라 이리저리 가더군요.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군데군데 철도가 보였습니다. 이윽고 버스는 남동역에 도착하더군요. (중간의 논현 임시정거장은 그냥 통과했습니다.) 도로 옆으로 둑이 있었는데, 둑 위에 "남동"이라고 씌어 있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남동역은 그게 전부였습니다.
송도역은 먼 발치에서 보았습니다. 계단 위에 송도역이 서 있더군요. 이제는 열차가 들어오지 않아서인지 역 문은 다 닫겨 있고... 그때 가서 구경하지 못한게 후회가 됩니다. 여기서 이제 인천으로 들어가야 되는데.... 고생 엄청나게 했습니다. 버스를 잘못 타서 인천 시내를 한시간동안 돌고 엄청나게 걸어다닌 뒤에야 서울로 가는 전철이 출발하는 인천역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 오니 거의 녹초가 되었죠.
그 뒤로 한 번을 더 탔었습니다. 언제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1994년 초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뒤에 수인선이 단계적으로 폐선되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다 95년 12월에 완전히 폐선되어버리고 말았죠. 이제는 더 이상 돌아오지 않는 추억 중의 하나이군요....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수인선 그립네요^^ 글 쓰신분이 은하철도999 팬이신가봐요 은철 79,81년판 극장판 기관차번호가 닉네임이시네요^^;(c6248) 저도 은철 팬이라서요.
정말 수인선 이야기만 들으면 한이 사무칩니다.... ㅠ.ㅠ
으음 제가 태어난지 4개월 --;;; 1993년 7월 으음...
10여년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않을만큼 생생하군여,,저는 95년 여름에 한번 승차해 봤어여,,한대앞'에서 수원까지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제 기억속에 있습니다,,그때는 동차 2량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여,,암튼 여행 잘했습니다,,^^*
ㅠㅠ 그때면 전 국딩이였을때여. 지금이 20이니.. 나중에 수인선이 복귀되면 저도 타봐야겠네여..^^;;
음..그당시 전 초등학교1학년이었습니다..ㅋㄷ 6살때부터 안산에 살았는데.. 그땐 수인선이 없어지는지 마는지 별로 신경도 안쓸(?)나이였죠^ ^; 95년인가..3학년때 아버지가 그 기차 태워준다고 가족끼리 그거 타고 소래까진가 가본적이 있는데..(이미 송도구간은 운행종료시점이었던걸로 압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인선을 경험해본일이었습니다..ㅋ 지금생각하면 참 그당시에 아버지께서 그걸 태워주셨다는것에대해 참 고맙네요..ㅋ전철타고 한대앞역 지나칠때마다 고상홈앞쪽으로 잡초에 파묻힌 수인선플랫폼 볼때마다 기억이 생생합니다..ㅋ
아~~~저도생각이 아련 합니다, 저는 수여선 추억이, 우리 집 앞으로 기차가 다녔습니다, 그 때가 좋았는데~`, 다시 신설했으면 하는 큰 바램이 잇어요.
사진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