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20일, 토요일, San Ignacio, Hotel Parador (오늘의 경비 US $18: 숙박료 30, 점심 10, 저녁 7, 식료품 2, 버스 18, 택시 7, 기타 2, 환율 US $1 = 6,000 guarani) 오늘은 버스로 Encarnacion을 떠나서 3시간 정도 걸리는 San Ignacio로 갔다. Asuncion으로 곧장 가는 것은 좀 아쉬워서 Lonely Planet에 보니 가는 도중에 있는 San Ignacio가 "charming town" 이라고 나와 있어서 하루 밤을 묵고 가기로 했다. 와서 보니 별로 charming한 것 같지는 않고 성당과 박물관이 두 곳이 있는 정도다. Encarnacion에서 이곳으로 오는 버스표를 사는데 바가지를 쓴 것 같다. 버스 터미널에 가니 한 친구가 어디 가냐고 묻는다. San Ignacio 간다고 했더니 다른 버스표를 파는 친구에게 넘긴다. 이 친구에게 San Ignacio 표를 샀는데 18,000 guarani를 냈다. 어제 한 시간 걸린 Trinidad 버스 요금이 3,000 guarani이었는데 3시간 걸리는 San Ignacio가 18,000 guarani라니 너무 비싸다. 버스 안에서 차장에게 버스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어서 차장에게 표를 사는 것처럼 San Ignacio까지 얼마냐고 물으니 15,000 guarani란다. 18,000 guarani 짜리 내 버스표를 보여주며 15,000 guarani인데 왜 18,000 guarani를 받았느냐고 물으니 웃으며 자기는 어쩔 수 없다며 가버린다. 외국 여행자라 바가지를 씌운 것 같다. 큰 도시의 버스 터미널에는 버스 요금이 공시되어져 있지만 조그만 도시의 버스 터미널은 그냥 말로 버스표를 팔거나 요금을 받으니 스페인어가 시원치 않은 외국 사람들은 바가지 쓰기 일쑤다. 처음에는 바가지 쓴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으나 나중에는 웃음이 나왔다. 바가지 금액이 기껏해야 $0.5인데 말이다. San Ignacio까지 오면서 파라과이는 땅 부자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개간하면 옥토일 땅이 지천이다. 가끔 소떼들이 보인다. 밭이 보이면 대규모다. 일하는 사람은 별로 안 보인다. 대신 그늘 밑 의자에 웃통을 벗고 앉아서 마테 차를 돌려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못 먹어서 마른 사람은 하나도 없고 전부 배가 불룩한 사람들뿐이다. 매일 배불리 먹고 이렇게 놀기만 하니 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거기에 비하면 가끔 사진에서 보는 북한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마를 수가 있을까. 가끔 살찐 사람들이 보이긴 하지만 모두 상류층 사람들이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끔 농가 건물이 보인다. 부자 집도 보이고 판잣집 같은 집도 보인다. Lonely Planet 안내서에 의하면 파라과이 농촌에는 “간신히 먹고사는 농가" 인구가 많다고 한다. 땅 많은 이 나라에 왜 간신히 먹고사는 농가가 많은지 모르겠다. 의식주가 쉽게 해결되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인가? 먹는 것 흔하고 상하의 기후라 입을 것 거의 필요 없고 집은 비바람이나 피할 수 있는 조그만 오두막집 하나 있으면 되니 그렇게 편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Lonely Planet 안내서는 "간신히 먹고사는 농가" 사람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날씨가 참 좋다. Puerto Iguazu에서는 너무 더워서 그곳에서 멀지 않은 이곳도 역시 더울 줄 알았더니 예외로 별로 덥지 않다. 벌써 가을로 접어들어서 그런 것인가? 한국의 늦여름이나 초가을 날씨인데 습기가 적고 바람이 항상 있어서 땡볕만 피하면 더운 줄 모르겠다. 숙소도 에어컨 없어도 선풍기 하나만 있으면 지낼 만하다. 다행이다. 배낭이 너무 무겁다. 약국에 들러서 무게를 재 봐야겠다. 40 파운드 (18kg) 정도 될 것 같은데 그 중에 음식에 관계되는 것이 10 파운드는 될 것 같다. Buenos Aires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기름, 라면 6개를 사서 그렇게 되었다. 버리진 못 하겠으니 계속 지고 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보면 파라과이에는 부엌이 있는 숙소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마 부엌 시설을 찾는 배낭 여행자들이 별로 안 와서 그런가 보다. 파라과이는 배낭 여행자들에게 별로 인기가 없는 나라인 것 같다. 가지고 다니는 음식은 언제나 다 해먹는 담? 짐칸이 따로 없는 구식버스라 큰 배낭을 좌석으로 가지고 들어가서 제일 뒷자리에 앉았다. 애들이 많이 탔는데 다들 앞에 앉았고 완행버스라 타고 내리는 사람들도 많은데 전부 앞자리에 앉았다가 내리고 하니 뒷자리에 앉은 나는 거치적거리지 않아서 좋다. 버스가 후진을 못한다. 두 번이나 사람을 태우느라고 섰다가 떠날 때는 후진을 못해서 남의 집 정원, 뒷마당을 통해서 전진으로 길을 찾아서 간다. 후진 못하는 버스는 처음 본다. 벌판에 붉은 개미집들이 많이 보인다. 큰 것은 높이가 1m가 넘는 것 같다. 개미가 많다는 얘긴데 가까이 가보면 개미가 하나도 안 보인다. 자세히 못 본 모양인가, 다시 가 봐야겠다. 한국이나 미국에선 이렇게 큰 개미집은 본적이 없다. 개미집 숫자도 엄청나게 많다. San Ignacio에 내려서 또 한 번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지나가는 어느 여자에게 내가 찾는 숙소 위치를 물어보니 Ruta 1 길에 있는데 한 10블록 정도 떨어져 있다하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한다. 10블록은 걷기에 먼 것 같아서 택시를 탔더니 10블록이 아니고 5블록이었다.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거리다. 호텔 방은 마음에 들었다. 넓고 깨끗하고 에어컨, 욕실, TV도 있고 아침식사도 포함된다 (방값은 한화 6,000 정도). 어제 묵었던 Encarnacion의 Hotel Germano 방 값의 배지만 다른 호텔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 그냥 들었다. 이 호텔은 동시에 버스 정류장이다. 이곳에서 내렸더라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사람들이 모두 San Ignacio 중심가에서 내려서 나도 따라 내렸던 것이다. 내일 Asuncion 가기는 편해졌다. 오전 10시 반 버스를 탈 예정이다. 중미, 남미 통 털어서 1950년대의 한국만큼 못 사는 나라는 없다. 남미에서 제일 못 산다는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도 한국의 1950년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잘 산다. 그때 참전한 미국 군인들에게 보인 한국은 정말 못사는 나라였을 것이다. 이제 한국은 잘 사는 나라 대열에 끼게 되었는데 기적 같은 일이다. 1966년 미국에 갔을 때 만났던 일본 유학생이 했던 말이 40년 지난 지금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남아있다. 그 때 일본은 선진국 대열에 끼기 시작할 때고 한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제일 못 사는 나라 중에 하나였을 때인데 무슨 말 때문에 그 말이 나왔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친구가 "한국도 하면 된다."는 말을 했다. 이 일본 친구는 "한국은 안 되는 나라"란 것을 모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는 안 돼." "우리는 안 돼." 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여행지도 작지만 아름다운 San Ignacio 성당 San Ignacio 시내 오후 풍경, 오후에는 siesta로 조용하다 그늘 밑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이곳 사람들은 쉬는 게 일인 것 같다 벌판에 널린 거대한 개미집, 이곳 개미들은 무엇을 먹고산담? 이 도시의 유명한 나무 조각품 탐스러운 꽃나무 파라과이는 모든 게 풍성해 보이는 나라다 옥수수, 마테 차, 고슴도치 같은 동물의 중요성을 보이는 벽 조각 |